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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시학원 강사에 학교수업 맡기는 日…교육의 경계, 왜 무너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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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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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8 0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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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 강사 영입해 영어·수학 특강하는 학교들…
2000년대 중반 첫 실험땐 교사들 반발, 논란 커…
이젠 공생 관계, 학원 도움없으면 입시 전략 불가능…
공교육 현장인 학교 존재의 이유·역할 고찰 필요

일본에서 학원 강사에게 영어·수학 등 수업을 맡기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학교와 입시학원이 계약을 맺고 주로 방과 후 또는 주말에 특강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학생·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사진은 한국 대표 수학 강사로 유명한 정승제씨.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계 없음. /사진=SNS 캡처
일본에서 학원 강사에게 영어·수학 등 수업을 맡기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학교와 입시학원이 계약을 맺고 주로 방과 후 또는 주말에 특강 형식으로 이뤄지는데 학생·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사진은 한국 대표 수학 강사로 유명한 정승제씨. 기사 내용과는 직접적인 관계 없음. /사진=SNS 캡처
"이제 조동사는 끝입니다. 이 표에 정리된 것만 외우면 모든 문제를 풀 수 있어요." 일본 도쿄 세타가야구에 있는 마쓰바라 고등학교에선 매주 토요일 영어 수업이 열린다. 학교가 입시학원에서 잔뼈가 굵은 베테랑 강사들을 초빙해 만든 특별 교과 과정이다.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은 별도의 비용을 내는데 일반 학원비보다 저렴해 교실은 늘 꽉 찬다.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영어 특강에 참여한 한 학생은 "학교 수업보다 쉽고 재미있어 귀에 쏙쏙 들어왔다"며 "더 다양한 과목 특강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따르면 일본 전역에서 입시 학원 강사를 초빙해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들이 늘고 있다. 고등학교를 비롯해 초·중교, 공립과 사립을 막론하고 학교와 학원 간 외주 협력계약이 일반화하는 분위기다. 학교가 입시학원과 손잡고 '교내 학원'을 차렸다는 해석도 나온다.

학원 강사들의 학교 내 수업은 주로 정규 교과과정이 끝난 뒤 또는 주말에 특별 강좌 형식으로 이뤄진다. 일부 초등학교의 경우 고학년 수학 등 정규 수업을 교사와 학원 강사가 나눠서 맡기도 한다. 학생들의 학업 수준에 따라 반을 나누거나, 소수 정예로 수업을 진행하는 학교도 있다. 일부 강사들은 학생들의 진로 또는 입시 상담 업무를 전담한다.



15년전 파격실험, 트렌드 됐다


2000년대 중반  몇몇 학교가 유명 학원 강사에게 수업을 맡기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을 당시엔 현직 교사들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교사 부족 현상이 점점 심화하면서 학원과의 공생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한 고등학교 교실. /ⓒAFP=뉴스1
2000년대 중반 몇몇 학교가 유명 학원 강사에게 수업을 맡기는 파격적인 실험을 했을 당시엔 현직 교사들의 반발이 거셌다. 하지만 교사 부족 현상이 점점 심화하면서 학원과의 공생 외에는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분위기가 확산하고 있다. 사진은 일본의 한 고등학교 교실. /ⓒAFP=뉴스1
일본에서 일부 학교가 수업에 학원 강사를 투입하는 파격적인 실험을 시작한 건 지난 2000년대 중반이다. 당시엔 강사들에게 수업을 내주는 것에 대해 현직 교사들의 거부감이 상당했다. 공교육 현장인 학교와 사교육 기관인 학원의 경계가 무너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도 거셌다. 특히 공립학교는 균등한 교육 기회를 부여할 의무가 있는 만큼 별도의 수업료를 내야 하는 일종의 과외를 주선해선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이젠 학교 수업에 학원 강사들을 초빙하고, 입시정보를 제공받는 것이 자연스러운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우선 각급 학교마다 만성적인 교사 부족에 시달리면서 현직 교사들도 뾰족한 대안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게 됐다. 간사이 지역의 한 고등학교 교사는 "입시학원이 모의고사와 합격예측 자료를 제공하지 않으면 고교 진로지도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교사들이 수업을 하면서 급변하는 대학입시 정보까지 완벽하게 취합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학업 성취도와 진학률 향상을 통해 인기를 높이려는 학교와 학생수 감소로 생존전략을 고심하는 학원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것도 한 요인이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의 입시학원 등 사교육 시장은 연 1조엔(약 9조7000억원) 규모를 유지하고 있지만 출산율 저하로 미래를 장담하기 어렵다. 유명 학원들이 최신 입시정보 분석을 무기로 일선 학교를 돌며 영업 공세를 펴는 이유다.



"강사 특강 늘려줘" 요청도


일본 도쿄의 한 대학 입학시험장 /ⓒAFP=뉴스1
일본 도쿄의 한 대학 입학시험장 /ⓒAFP=뉴스1
무엇보다 학부모와 학생들의 만족도도 높다. 학교 수업이 끝나는 대로 어차피 학원에 가야 하는데 안전한 교내에서 전문 강사들의 강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에 열광한다. 2018년 문부과학성 아동학습비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일본 가정의 80%가 학원비를 지출하고 있다.

도쿄의 한 중학교 교장은 "이웃 학교에서 유명 강사 특강을 늘려 입소문이 나면 학부모들로부터 항의와 요청이 동시에 빗발친다"며 "최신 입시 정보를 꽉 잡고 있는 학원과의 협력 여부에 따라 명문고, 명문대 합격률이 달라지는 만큼 이제 학교와 학원은 공생 관계"라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추세가 굳어지면 학교의 존재 이유가 사라질 수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강사 특강·입시 분석 등 입시학원과의 외주계약에 의존하면 당장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지만 사실 이 업무는 학생들과 일상적으로 접촉하고 학업능력·성격 등을 자세히 파악하고 있는 교사의 몫이기 때문이다.

다카치호대학의 하야사카 메구미 교수는 "한 때 존재했던 학교와 학원의 긴장감이 사라졌다"며 "학교 교육만으로 끝나는 시대는 아니지만, 학교의 역할이 어디까지인지 고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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