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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나라 뭔 상관, 우리나 잘 살자"…中 뺨치는 美의 보호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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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지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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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1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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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중국 닮아가는 미국의 불공정④
미국 등 서방국, 중·러 잇단 대립으로 긴장 고조…
"핵심 산업 스스로 지키자" 노골적인 정책 경쟁…
"미·중 사이에 낀 한국, 보다 정교한 대응 필요"

[편집자주] 전기차 보조금을 자국내 조립 자동차로 제한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 발효를 계기로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조금, 국가 주도 산업 정책 등을 이유로 중국과 무역 전쟁까지 벌였던 미국이 어느새 중국과 닮아가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감축법에 담긴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뜯어보고 대응 방향을 모색한다.
국제사회에서 보호무역을 앞세운 자국 우선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전기차, 식량, 에너지 등 분야에서 주요국들의 노골적인 자국 우선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제사회에서 보호무역을 앞세운 자국 우선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와 전기차, 식량, 에너지 등 분야에서 주요국들의 노골적인 자국 우선 조치가 잇따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제사회에서 자유무역주의가 쇠퇴하고 보호무역을 앞세운 자국 우선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등 서방국과 중국·러시아 등의 대립으로 지정학적 긴장감이 높아지고 국가 간 경제적 불균형까지 심화하자, 스스로 주요 산업을 지키고 육성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국 정부가 자국 산업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으로 자유시장경제를 해치고 있다고 비난하던 미국과 유럽 등 주요 국가들의 노선이 확실히 달라졌다. 각국이 반도체부터 전기차, 식량, 에너지까지 자국 우선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땅에서 만들어라" 반도체 자급 전쟁


주요 국가들이 가장 노골적으로 자국 산업 지원 정책을 내놓는 분야는 반도체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반도체 공급망 붕괴 위기를 맞았던 아찔한 경험 이후 속도가 더 빨라졌다.

미국에선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반도체와 과학법(the CHIPS and Science Act·반도체법)'이 의회를 통과했다. 상원이 법안을 가결한 지 단 하루 만에 하원 문턱을 넘었다. 중국을 견제하고 자국 반도체 산업을 보호·육성하자는 법안에는 여·야가 없었다.

"다른나라 뭔 상관, 우리나 잘 살자"…中 뺨치는 美의 보호주의
반도체법은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세제 혜택과 보조금을 지원하는 등 자국 반도체 산업 발전 및 기술적 우위 유지를 위해 총 2800억달러(약 370조원)를 투입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 TSMC 등 세계 최고 반도체 기업들을 자국에 유치해 해외 의존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다. 중국을 배제한 새로운 공급망 이른바 '칩4' 구축 발판이 마련됐다는 해석도 있다.

미국의 견제를 받고 있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도 만만치 않다. 오는 2025년까지 최대 1조위안(194조원)을 투입해 반도체 자급률을 70%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다. 반도체를 중점 과학기술 사업으로 선정해 설계 소프트웨어, 고순도 소재, 중요 제조장비 등 자국의 약점으로 꼽히는 분야의 연구 개발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은 추가경정예산을 통해 7740억엔(7조6000억원)의 대규모 보조금을 긴급 편성했다. 자국의 경쟁력을 키워 한국에 빼앗긴 반도체 시장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결정이다. 대만 TSMC의 설비공장, 차세대 반도체 개발을 위한 미·일 공동연구센터를 자국 내에 건립하도록 이끄는 등 합종연횡 작전도 활발하다.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하고 있다. 2022.08.09.
[워싱턴=AP/뉴시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반도체과학법에 서명하고 있다. 2022.08.09.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4월 칭화유니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AP=뉴시스
시진핑(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2018년 4월 칭화유니 반도체 공장을 둘러보고 있다. /ⓒAP=뉴시스


전기차 보조금 빗장친 美·中


최근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린 분야는 전기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6일 7400억달러(976조원) 규모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 of 2022·인플레 감축법)'에 서명했는데 이는 철저히 미국산 전기차에 수혜가 집중되도록 구성됐다.

이 법에 따르면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는 7500달러(988만원)에 달하는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데, 미국 내에서 조립한 모델로 북미산 광물·부품을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한 배터리를 장착했다는 조건을 충족해야만 한다. 미국 내 전기차 공장이 없는 한국 완성차 업계는 전혀 혜택을 볼 수 없는 구조다.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너럴모터스(GM) 공장에서 전기차를 시승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AFP=뉴스1
조 바이든 대통령이 제너럴모터스(GM) 공장에서 전기차를 시승하며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고 있다. /ⓒAFP=뉴스1
중국은 이미 수년째 자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에만 추가적인 보조금과 세금 혜택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외국 기업들에 장벽을 세웠다. 중국에서 운행되는 차량의 주행기록과 카메라 영상 등 데이터 현지 보관을 의무화하는 '데이터 안보법'을 만들어 외국계 기업들을 언제든지 조사할 수 있는 근거도 마련해 놨다.

독일·프랑스 등 유럽연합(EU) 국가들은 판매가 4만유로(5400만원) 이하 전기차에 보조금이 집중되는 구매지원 정책을 펴고 있다. 테슬라 등 고가의 전기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유럽산 전기차를 보호하려는 조치다.

중국 베이징의 한 전기차 충전소. 중국 대표 전기차 업체인 BYD가 제조한 차량이 주차돼 있다. /ⓒAFP=뉴스1
중국 베이징의 한 전기차 충전소. 중국 대표 전기차 업체인 BYD가 제조한 차량이 주차돼 있다. /ⓒAFP=뉴스1


우크라 전쟁 이후 식량·에너지 움켜쥐었다


지난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에는 식량과 에너지 보호무역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 국제식량정책연구소(IFPRI)에 따르면 지난 5월말 기준 일부 식품의 수출을 금지한 국가는 19개국, 수출 허가를 받도록 한 나라는 7개국에 달한다. 인도는 밀 수출을 금지했고, 설탕 수출도 제한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부터 한 달 이상 팜유 수출을 중단해 세계적인 팜유 대란을 촉발했다 . 터키는 소고기·양고기·식용유 등 식품 수출을 제한하고 있다.

에너지 분야의 자국 우선주의도 두드러진다. 유럽 최대 전력 수출국인 노르웨이는 수력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의 수출 제한을 검토하고 있다. 국민들 사이에서 "전기료가 지나치게 높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자국 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최우선 과제라는 점을 들어 사실상 수출을 줄이기로 했다.

세계 1위 액화천연가스(LNG) 수출국인 호주도 내수 물량 부족을 이유로 수출 제한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석탄 수출을 전면 금지한 인도네시아, 석탄 생산량을 늘리고 있는 중국, 석탄발전소 재가동에 들어간 독일 등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으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독일은 최근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독일의 한 석탄발전소. /ⓒAFP=뉴스1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 감축으로 에너지 위기에 직면한 독일은 최근 석탄발전소를 재가동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독일의 한 석탄발전소. /ⓒAFP=뉴스1
(평택=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평택=뉴스1) 오대일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이재용 부회장과 함께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며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2022.5.20/뉴스1
국제사회에서 자국 우선주의 추세는 계속될 전망이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대유행과 공급망 차질 사태, 기록적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글로벌 리더십이 붕괴돼 세계적인 화합이나 화해를 기대하기 어렵다. 한국처럼 자원이 부족한 국가들, 경제 파탄 위기에 놓인 개발도상국 등은 더 불리한 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확실히 달라진 국제사회 흐름에 보다 정교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 끼어 눈치만 보다간 한국의 핵심 산업과 기업의 경쟁력이 저하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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