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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현관문이 안 열려요"…폭우 쏟아진 날, 반지하 구출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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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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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8.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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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구로경찰서 개봉지구대 권민욱 경위·이아영 경장

[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34만건(2019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8일 오후 9시쯤. 서울 구로경찰서 개봉지구대 소속 권민욱 경위(36)와 이아영 경장(27)이 개봉동 빌라 반지하에 사는 3명을 구출하기 위해 물길을 헤치고 걸어가는 모습./사진=권민욱 경위 제공
8일 오후 9시쯤. 서울 구로경찰서 개봉지구대 소속 권민욱 경위(36)와 이아영 경장(27)이 개봉동 빌라 반지하에 사는 3명을 구출하기 위해 물길을 헤치고 걸어가는 모습./사진=권민욱 경위 제공
기록적인 폭우가 수도권을 덮친 지난 8일 저녁 8시쯤. 서울 구로경찰서 개봉지구대 소속 권민욱 경위(36)와 이아영 경장(27)은 목감천에서 주택가로 물이 범람하는 걸 막기 위해 설치된 옹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옹벽에서 물이 새는 것 같다는 주민의 신고와는 달리 옹벽의 상태는 양호했다. 하지만 옹벽 위까지 차오른 물을 본 권 경위는 불안함을 느꼈다.

그때 권 경위와 이 경장에게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 30대 여성 A씨는 112에 전화를 걸어 "반지하 집에 물이 들어오고 있다"고 다급하게 구조를 요청했다. 권 경위와 이 경장은 저녁 8시37분쯤 신고가 접수된 구로구 개봉동의 한 빌라로 향했다.

순찰차 와이퍼를 최대 속도로 올려도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심한 폭우를 뚫고 두 경찰은 8분여만에 빌라 근처에 도착했다. 물이 이미 많이 차올라 순찰차는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었다. 둘은 빌라에서 20m가량 떨어진 곳에 차를 세웠다. 그리고 권 경위와 이 경장은 각각 구명환과 구명조끼를 착용하고 물길을 헤쳐 걸어 나가기 시작했다.
18일 오후. 근무중인 서울 구로경찰서 개봉지구대 소속 권민욱 경위(36)와 이아영 경장(27)의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18일 오후. 근무중인 서울 구로경찰서 개봉지구대 소속 권민욱 경위(36)와 이아영 경장(27)의 모습./사진=김도균 기자


수압으로 열리지 않는 문…끝나지 않는 구조작전


기상청에 따르면 8일 저녁 8시30분 기준 구로구를 포함한 서울 남부 지역에는 시간당 50~90㎜ 비가 쏟아졌다. 또 8일 폭우로 서울시에서만 5000여명의 이재민이 발생했다.

A씨의 빌라 역시 그날의 물난리를 피해가지 못했다. 이 경장은 현장에 도착했을 당시를 기억하며 "바지 주머니 근처까지 물이 차올라 휴대폰을 급하게 상의 주머니로 옮겼다"고 말했다. 이 경장의 키가 167㎝인 것을 감안하면 80~90㎝가량 물이 찼을 것으로 추정된다. 권 경위와 이 경장이 A씨의 반지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상황은 지상보다 심각했다. 178㎝인 권 경위 기준 배꼽 높이까지 차오른 물은 A씨 집의 현관문 도어락 바로 아래까지 넘실댔다.

철제 현관문 너머로 여성 2명의 목소리가 들렸다. 신고자 A씨와 동거인 B씨는 집 밖에 온 두 경찰에게 문 너머로 비밀번호를 일러줬다. 도어락은 열렸지만 안에서 밀고 밖에서 당겨봐도 소용없었다. 이미 현관문을 절반가량 덮친 물의 압력 때문에 사람의 힘으론 도저히 열리지 않았다.

권 경위는 이때 직전 현장에서 봤던 목감천을 떠올렸다. 언제 물이 넘쳐 주택가를 덮칠지 모른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권 경위는 "지금을 놓치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빠르게 지상으로 다시 올라와 현장을 둘러보던 권 경위와 이 경장 눈에 차양막이 눈에 들어왔다. 진입할 수 있는 창문이 있다는 의미였다. 권 경위는 철제 차양막을 있는 힘껏 들어 올렸다.
서울 구로경찰서 개봉지구대 소속 권민욱 경위(36)와 이아영 경장(27)이 지난 8일 폭우에 갇힌 반지하 주민을 구하기 위해 진입한 창문의 모습./사진=권민욱 경위 제공
서울 구로경찰서 개봉지구대 소속 권민욱 경위(36)와 이아영 경장(27)이 지난 8일 폭우에 갇힌 반지하 주민을 구하기 위해 진입한 창문의 모습./사진=권민욱 경위 제공
차양막은 다행히 쉽게 휘어졌고 권 경위는 창문을 열고 A·B씨의 집으로 뛰어들었다. A씨와 B씨는 겁에 질려 구조의 손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권 경위는 이들을 창문을 통해 탈출시켰다. 이 경장은 지상에서 탈출하는 두 여성의 손을 잡아 끌어올렸다.

두 경찰관이 요구조자를 빌라 위층으로 안내한 시각은 폭우 당일 저녁 8시59분. 두 여성을 이웃집에 잠시 대피시키면서 개봉동 빌라 반지하 구조작전은 그렇게 끝나는 듯했다.
서울 구로경찰서 개봉지구대 소속 권민욱 경위(36)와 이아영 경장(27)이 지난 8일 폭우에 갇힌 반지하 주민을 구하기 위해 진입한 창문의 모습./사진=권민욱 경위 제공
서울 구로경찰서 개봉지구대 소속 권민욱 경위(36)와 이아영 경장(27)이 지난 8일 폭우에 갇힌 반지하 주민을 구하기 위해 진입한 창문의 모습./사진=권민욱 경위 제공


"제복의 힘 아니었을까요?"…맨홀·전봇대 뚫고 반지하 진입


권 경위와 이 경장이 빗물에 흠뻑 젖은 채 현장을 나서려 하던 그때 누군가 둘을 불러세웠다. 중년의 여성 주민은 우의를 입은 채로 "우리 동 반지하에도 사람이 있다"고 했다. 해당 빌라는 두 동으로 나뉘어있는데 다른 동에도 요구조자가 있다는 말이었다. 그러면서 이 여성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 혼자 사는데 아무래도 빠져나오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80대 독거노인인 C씨의 반지하 집으로 들어가는 일은 더욱 힘겨웠다. C씨의 반지하로 향하는 입구는 철제문으로 막혀 자물쇠로 굳게 잠겨 있었다. 권 경위와 이 경장은 단숨에 철제문을 뛰어넘어 창문으로 향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방범창이 걸림돌이었다. 권 경위가 잡아당기고 플라스틱 구명환으로 힘껏 내리쳐봤지만 열리지 않았다.

두 경찰은 다른 창문을 찾았지만 이곳에도 방범창이 설치돼있었다. 앞선 방범창보다 약한 알루미늄 재질이긴 했지만 방범창 위에 위층 에어컨 실외기가 설치돼 있어 무작정 뜯고 들어갈 수는 없었다. 권 경위는 세로 약 140㎝, 가로 약 1m 정도 되는 방범창의 4분의 1만 뜯고 가까스로 몸을 욱여넣었다.

권 경위가 창문을 통해 집안에 들어갔을 때 C씨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권 경위는 가만히 서 있던 C씨에게 "빨리 나오셔야 한다"고 소리쳤다. 권 경위는 집 안에서 창밖으로 거동이 불편한 C씨를 밀어 올리고 이 경장은 지상에서 C씨의 손을 잡고 힘껏 잡아당겼다.

밤 9시9분 C씨는 지상에 올라 허리까지 차오른 물을 보고 나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것처럼 보였다. 개봉동 빌라 반지하 2가구 3명 구출을 이렇게 마무리됐다.

권 경위와 이 경장은 그때를 생각하며 서로에게 고마움을 표한다. 선배 권 경위는 후배가 보이지 않는 맨홀에 휩쓸릴까 "내 뒤로 오라"고 소리쳤다. 후배 이 경장은 먼저 진입하는 선배가 감전이라도 될까 "전봇대 잡지 마시라"고 경고했다. 서로를 챙기는 파트너십이 있었기에 가능한 구출 작전이었다. 물이 빠진 후에 현장을 다시 찾은 권 경위는 빌라 입구에 맨홀이 4개나 있던 것을 보고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권 경위는 "혼자서는 빠져나오기 힘든 약자인 여성과 노인을 구할 수 있어서 더욱 보람찼던 것 같다"며 "그런 일을 할 수 있는 경찰이라는 직업이 뿌듯하고 이제 25개월인 딸이 크면 아빠가 경찰이란 사실을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경장은 "일반인이었으면 쉽게 뛰어들기 힘들었을 것 같은데 경찰 제복의 힘이라는 게 있는지 바로 뛰어들게 됐다"며 "구출한 3명이 감사하다고 말할 때 정말 벅찬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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