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억 빚투한 우리사주 1년새 '반토막'…크래프톤 직원들 던질까

크래프톤 (254,000원 ▼6,000 -2.31%) 주가가 공모가 대비 반토막이 나면서 우리사주에 투자했던 직원들이 패닉에 빠졌다. 이들의 주식담보 대출에 들어가는 이자비용을 줄여주기 위해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이 200억원의 사재를 출연하며 구원투수로 나선 가운데 적지 않은 직원들은 주식시장이 살아나길 기다리며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직원 1인당 평균 1억3147만원 투자…공모가의 51.2%까지 떨어진 주가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상장 당시 크래프톤 우리사주조합은 35만1525주를 배정 받았다. 당시 직원 1330명이 1인당 평균 264주(약 1억3147만원)씩 투자한 셈이다.


당시 우리사주조합에 배정된 주식은 1년간 보호예수에 묶였다가 이달 22일부터 거래가 가능해진다. 지난 19일 종가 기준 크래프톤 주가는 25만5000원으로 지난해 공모가(49만8000원)에 비해 51.2% 수준이다. 그동안 대부분 주식담보대출을 통해 우리사주에 투자했던 직원들이 1년간 이자를 내면서 보유해온 우리사주 가치가 반토막이 난 셈이다.

떨어진 주가에 더해 직원들을 옥죄는 것은 반대매매(강제청산) 가능성이다. 대출 당시 담보로 맡긴 주식의 주가가 공모가 대비 일정 수준 낮아지면 대출 주관기관은 담보금 부족을 이유로 우리사주를 임의 처분해 대출금을 변제토록 할 수 있다. 통상 우리사주 담보대출의 담보유지비율은 60%로, 현재 크래프톤 주가는 이를 밑돌고 있다.
장병규 의장 "200억원 투입…우리사주 지원한다"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사진=크래프톤

장병규 의장은 이에 지난 18일 직원들에게 메일을 보내 "최근 경제·시장 상황 악화로 우리사주에 참여한 구성원들의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관련 대출을 여전히 보유한 구성원들에게 맞춘 지원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선 크래프톤은 직원들의 우리사주 투자금에 대한 대출 담보권을 회사로 돌려 이율을 내릴 계획이다. 또 장 의장의 사재 200억원을 출연해 직원들의 이자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을 찾고 있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구체적인 사재 활용 방안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고, 이른 시일 안에 확정해 추가 공지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장 의장은 크래프톤 주가가 곤두박질치던 지난 2월에도 주가 부양을 위해 100억원을 들여 주식 3만6570주를 매입한 바 있다. 하지만 얼어붙은 시장상황은 그 당시 27만원대이던 주가도 방어하지 못한 채 연일 신저가 경신을 위협하고 있다.
일부 직원 이자부담 줄이기 위한 '던지기' 검토…가능성은 크지 않아

크래프톤 공모 청약 첫째날인 지난해 8월 2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증권사 창구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스1

크래프톤과 장 의장의 우리사주 지원 방안은 직원복지 차원에 더해 주가 안정을 위한 방편으로 해석된다. 일부 직원들은 우리사주에 투자하기 위해 수억원의 대출금을 떠안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자부담이 가중된 일부 직원이 대출금을 갚기 위해 보유지분 일부에 대해 손실을 보면서 매도할 경우, 가뜩이나 떨어진 크래프톤 주가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사주 대출 주관기관인 한국증권금융이 반대매매에 나설 경우 역시 마찬가지로 주가를 떨어뜨릴 전망이다. 반면 반대매매 전 대출자에게 담보금 보충을 수차례 안내하는 관례에 비춰볼 때, 우리사주 조합원들 모르게 강제로 주식을 청산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담보금 보충 안내 기간 동안 장병규 의장의 사재 200억원 활용방안 등이 구체화돼 시행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난 8일 보호예수가 끝난 카카오뱅크 (23,750원 ▼300 -1.25%) 우리사주의 경우도 공모가 대비 16% 가량 주가가 낮은 탓에 대규모 매도는 없던 것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그보다 더 손실폭이 훨씬 큰 크래프톤 우리사주 역시 직원들이 이자비용을 감당하면서 주가가 공모가에 근접하거나 뛰어넘을 때까지 버티는 경우가 대다수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