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입대 앞둔 스타트업 대표의 한숨 "경영단절에 매각도 어려워"

/그래픽=윤선정 인턴기자

#올 연말 군 입대를 앞둔 스타트업 대표 A씨의 고민이 깊다. 지난해 개정된 병역특례 제도로 현역 대학생의 중소 제조·IT 소프트웨어 업체 복무가 금지되면서 경영단절의 우려가 커진 데가 사업 초창기 신용보증기금(이하 신보)을 통해 대출받은 사업자금을 모두 상환해야 할 판이다. 매각도 검토했지만, 입대 시한이 못 박힌 A씨에게는 불리한 협상 조건만 줄을 섰다.

28일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에 따르면 30세 미만 창업가가 세운 신설 창업기업은 2021년 18만3956개로 전년 대비 9228개(5.3%) 늘었다. 각종 창업기관에서 추진 중인 초기창업 패키지와 예비창업 패키지, 대학 창업 등의 활성화로 20대 창업이 늘어나는 추세다.


성별로 보면 지난해 전체 창업가의 53.3%인 75만6441명이 남성이다. 군 복무를 하지 않은 남성 스타트업 대표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A씨는 "실제 창업 후 대학을 휴학하고, 사업을 이어가고 있는 대표들이 적지 않다"며 "군 복무는 언제나 리스크"라고 말했다.

대다수 군 미필 창업가들은 병역특례 제도를 통해 군 복무 문제를 해결했다. 병역특례는 중소 제조·IT 소프트웨어 업체 같은 곳에서 근무하며 병역을 대체하도록 한 제도다. 국가산업 육성 차원에서 1973년 도입됐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박재욱 쏘카 대표 등도 병역특례 출신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바뀐 병역특례 제도가 발목을 잡는다. 병무청은 올해부터 산업기능요원 편입 대상을 △특성화고 △마이스터고 △중소기업기술사관 △일반고(직업계열학과) 졸업자로 제한했다.

/사진=뉴스1

산업기능요원의 복무기간은 34개월로 육군의 18개월보다 1년 넘게 길다. 그런데도 군 미필 스타트업 대표들이 산업기능요원 근무를 원하는 이유는 경영단절을 막기 위해서다. 산업기능요원처럼 일반 근로자와 동일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한 것.


한 스타트업 대표는 "초기 스타트업은 아무래도 창업자에 대한 의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현역 복무를 하게 된다면 훈련소 한 달, 자대 배치 후에도 소통이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병역특례 제도에도 한계가 있었다. 병역법에 따라 대표이사와 현직 임원은 산업기능요원 편입이 제한된다. 즉, 자신이 대표인 회사에 산업기능요원으로 근무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해는 이것 마저 불가능해지면서 경영단절 문제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업기능요원 외 전문연구요원이라는 병역특례 제도도 있지만, 석사 이상 학위를 취득한 사람으로 제한된다. 현역 대학생인 스타트업 대표는 산업기능요원 말고는 병역특례를 받을 길이 없다.

때에 따라 보증기관을 통해 대출받은 사업자금을 입대와 동시에 상환해야 할 수도 있다. A씨는 "입대를 앞두고 보증기관으로부터 대출을 상환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며 "기존 공동대표 체제에서 각자대표 체제로 바꾸고서야 대출 상환 요구를 철회했다"고 말했다.

보증기관을 통한 대출의 경우 대표가 연대 보증을 서진 않는다. 그러나 별다른 실적이나 담보가 없는 상황에서 보증을 서는 만큼 대표의 존재를 중요하게 여긴다. 그러다 보니 보증기관 담당자에 따라 입대로 인한 대표의 부재가 상환을 요구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매각도 쉽지 않다. 입대라는 결정 시한이 정해져 있는 만큼 가격 협상력을 갖기 어렵다. 또 다른 스타트업 관계자는 "최근 입대를 앞두고 매각을 추진했지만, 인수가를 두고 괴리가 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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