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킹달러', 원화값은 '뚝'…"환율 1380원 가능성도"

원/달러 환율이 1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추가 상승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 미국의 강력한 긴축 의지와 유럽·중국의 경기 침체, 한국의 무역수지 악화 등 달러 강세를 야기하는 요인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23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대비 2원 오른 1341.8원에 거래가 시작돼 장중 최고 1345.2원까지 올라섰다. 전날 1339.8원으로 2009년 4월29일(1340.7월) 이후 13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한데 이어 이날 하루만에 다시 최고치를 기록했다.


달러 강세의 지속이 환율 상승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특히 달러 인덱스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유로화가 유럽의 경기침체 우려에 약세를 거듭하면서 달러 강세를 자극하고 있다.

유럽은 현재 극심한 가뭄와 천연가스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경기침체 우려가 확산 중이다. 라인강 수위 하락으로 물류대란이 벌어진 가운데 전기요금도 1년 전 대비 7배 이상 폭등하면서 지난달 독일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월대비 37% 급등했다.

유럽 경기침체 우려에 유로/달러 환율 패리티(등가교환)는 붕괴했다. 현재 유로/달러 환율은 1유로 당 0.9939달러로 1달러를 하회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강력한 긴축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도 달러 강세에 힘을 실어준다. 지난 17일 공개된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의사록에는 연준이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서기보다 현재의 매파적 기조를 유지한다는 의지가 확인됐다.

오는 25일 열리는 연준 심포지엄(잭슨홀 미팅)에서 연설에 나서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입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된다. 시장은 파월 의장이 기존의 강력한 긴축 기조를 강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준의 금리를 전망하는 페드워치에 따르면 지난주까지만해도 9월 FOMC에서 50bp(1bp=0.01%포인트) 인상 확률이 53%로 75bp 인상 확률(47%)보다 우세했지만 현재는 75bp 인상 확률이 55%로 우위다.

중국의 경기침체 우려로 인한 위안화 약세와 한국의 무역수지 악화도 환율 상승을 자극하는 요인이다. 전날 중국 인민은행은 중국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기존보다 0.05% 낮춘 3.65%로 인하했다. 중국 금리 인하에 위안/달러 환율은 1달러당 6.85위안까지 치솟았다. 올해 저점 대비 약 9% 올랐다.

위안화와 동조하는 경향이 있는 원화 특성상 중국의 금리 인하와 위안화 약세는 원화에도 영향을 준다. 게다가 올해 우리나라 누적 무역수지는 254억7000만달러로 사상 최대다. 원화 약세를 유발하는 요인이다.

김효진 KB증권 연구원은 "미 긴축 우려 및 유럽 에너지난, 중국 부동산 시장 냉각 우려 등이 환율 상승의 배경"이라며 "두 가지 모두 길게는 지난해부터, 짧게 봐도 올해 이후 계속된 것이나 최근 재부각되며 달러 강세와 환율 상승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증권가에서는 당분간 달러 강세, 원화 약세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의 물가 피크아웃(정점통과) 기대와 달리 연준의 긴축 속도 조절 시그널은 없다"며 "유럽중앙은행의 추가 긴축과 러시아발 공급 축소에 따른 겨울철 에너지 위기 등으로 유로화의 유의미한 반등을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원/달러 환율 상단을 1380원까지 전망했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미 달러는 연준의 정책 기조와 미국과 유럽의 체력 차이를 반영해 강보합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며 "환율 1차 저항선은 1350원 수준으로 판단하며 저항성 돌파시에는 1365원 수준까지 상단을 열어둘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지속적인 달러 강세는 우리나라 증시에도 부담이다. 원화 환차손을 우려한 외국인이 한국 증시에서 자금을 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수입 가격 상승과 원자재 가격 부담은 기업의 마진을 훼손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4분기로 진입할 수록 원화의 상대적인 약세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며 "원/달러 환율이 코스피 영업이익률에 9개월가량 선행한다는 걸 감안할 때 이익의 바닥을 마무리 짓는 구간은 4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