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비명 대립 격화…'전당원 투표'로 사당화 논란 재점화

[광주=뉴시스] 이영주 기자 =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및 최고위원 후보자 광주 합동연설회가 열린 21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이재명·박용진 당대표 후보가 박수를 치고 있다. 2022.08.2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당대표 당선이 가시화되자 당내 반발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비명(비 이재명)계는 이 의원과 경합 중인 박용진 의원을 중심으로 사당화 우려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 나섰다. 또 최고위원회의에 비명계를 한 명이라도 더 당선시키기 위한 단일화가 이뤄지는 등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계 간 대립 분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박용진, 이재명 사당화 계속 지적…"고립된 성에 갇히는 결과 나올까 걱정"
박 의원은 23일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민주당이 아닌 개딸(개혁의 딸) 정당이 될까봐 무섭다"며 "청원제도와 전당원 투표를 하면 민심과 고립된 성에 갇히는 결과가 나올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지난 19일 당무위원회에서 권리당원 전원 투표를 전국 대의원 대회 의결보다 우선하는 최고 당법이라는 당헌을 신설하기로 했다. 이에 박 의원은 22일 당내 의원들에게 보낸 친전에서 "당의 혼란과 정치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며 반대한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해당 안건은 24일 중앙위원회 투표를 앞두고 있다.

박 의원은 이같은 결정이 긴급하게 이뤄졌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걱정스러운 게 지난주 금요일에 당무위에서 이게 결정이 됐다. 수요일 정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논의가) 됐겠죠. 전혀 몰랐다"며 "논의의 과정도 상당히 너무 급하게 진행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음모론으로 이런 일을 바라보고 싶지 않은데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안건 외부 공개 절대 금지로 되어있다"며 "적어도 과반 이상은 투표에 참여해야 우리 당의 최고의결기구라고 할 수 있지 그렇지 않고 그냥 일부만 참여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박 의원의 이같은 우려는 그가 지난 당헌 제80조 개정 논란 때부터 제기해 온 사당(私黨)화 논란과 맥을 같이한다. 전당원 투표로 의사결정을 할 경우 강성 지지층의 입김이 강해질 수밖에 없는데 이 의원이 이를 근거삼아 당을 좌지우지 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586·친문·이재명의 민주당을 넘어 국민의 민주당으로!'라는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한다. 토론회에는 김종민·이원욱·윤영찬 의원 등 비명계 의원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배훈식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후보가 22일 오후 서울 은평구 은평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서울토크 콘서트에 참석해 최고위원 후보들과 만세를 부르고 있다. 왼쪽부터 정청래, 박찬대 최고위원 후보, 이 후보, 서영교, 장경태 최고위원 후보. 2022.08.22.

최고위원 당선권 5명 중 4명이 '친명계'…'비명계' 고민정 향해서는 "자진사퇴하라"
당대표 후보들이 사당화 논란을 이어가고 있을 때 최고위원 후보들도 친명(친 이재명)계와 비명계로 나뉘어 세력싸움을 벌이고 있다. 친명계 의원들은 이 의원과의 친분을 과시하며 그의 러닝메이트를 자처하고 나섰다. 반면 비명계는 초(超)강성 지도부를 우려하며 견제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이날 민주당에 따르면 21일까지 치러진 전당대회 결과 최고위원 후보들 중 정청래 의원이 누적 득표율 26.40%로 1위를 달리고 있다. 2위는 23.39%를 득표한 고민정 의원이다. 10.84%를 득표한 장경태·서영교 의원이 공동 3위고 박찬대 의원이 9.47%의 득표율로 5위다.

당선권 5명 중 친문(친 문재인)계인 고 의원을 제외한 4명 모두 친명계로 분류된다. 정 의원은 자타공인 강성 개혁파고 장 의원은 대선 기간 혁신위원장을 맡았다. 서 의원은 정세균계였으나 계파 해산 후 이재명계로 분류되고 있고, 박 의원은 이재명 캠프 수석대변인 출신이다.

당내에서는 사상 초유의 초강성 지도부가 탄생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들이 열성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당내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것을 억누르며 강경 일변도로 갈 수 있다는 취지다. 당내 우려는 차기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개혁' 추진의 역풍을 두려워하는 모습이다.

최고위원 선거 2위를 달리고 있는 고 의원은 21일 소셜미디어에서 "여전히 저를 밀어내려 하시는 분들도 계신 것 같다"며 "일부 유튜브에선 제가 이 의원에게 인사하지 않았다며 거짓을 유포하고 계시다. 오늘은 급기야 합동연설회장을 나서자 일부 지지자들께서 '고민정은 사퇴하라'를 외쳤다"고 했다.

이어 "당내 선거에서 아무런 이유없이 사퇴요구를 하는 그 광경을 보며 너무나 놀랐다. 이것이 과연 자랑스런 우리 민주당의 모습인가 허탈했다"며 "저는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강한 민주당, 유능한 민주당을 반드시 만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영찬 더불어민주당 의원/뉴시스

'비명계' 윤영찬 최고위원 후보직 사퇴 변수…5위 '친명계' 박찬대 위험
친명계의 독주를 막기 위한 언더독들의 단일화도 이뤄졌다. 친문계인 윤영찬 의원은 전날(22일) 최고위원 후보직 자진사퇴를 선언하며 호남 단일 후보인 송갑석 의원을 지지하겠다고 밝혔다. 현실적으로 당선이 어려운 상황에서 표심을 합쳐 비명계를 한명이라도 더 최고위원회의에 들여보내겠다는 전략이다.

윤 의원은 기자회견에서 "원칙과 상식으로 민주당의 사당화를 막아보고자 했지만 전당대회를 통해 저지하는 일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민주당이 민주당답게 혁신하는 일은 결코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수의 최고위원 후보들이 민심에 줄 서지 않고 특정 후보에 줄 서는 상황이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전당대회에 대한 낮은 투표율과 무관심은 지금의 민주당을 향한 국민의 불신임"이라고 했다.

윤 의원과 송 의원은 21일 전당대회까지 각각 6.63%, 9.09%의 누적 득표율을 기록했다. 5위인 박 의원의 누적 득표율이 9.47%에 불과해 산술적으로만 보면 이번 단일화로 5위가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더욱이 송 의원이 광주에서 22.27%를 득표했는데 민주당 수도권 표심은 호남 표심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민주당 재선 의원은 "비명계가 한두명 더 들어간다고 해서 당의 어떤 의사결정을 막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며 "다양한 의견을 내서 최선의 선택을 찾아야 하는데 지금 예상대로 지도부가 일원화된다면 사당화의 우려가 현실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