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팬덤정치 극복 묘수?…"'답정너' 대신 '알잘딱깔센'"

'개딸'(개혁의 딸, 이재명 의원 지지자를 이르는 말)들만 뜨겁게 반응한다. 최근 8.28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를 바라보는 당 안 팎의 시각이다. 수치도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 25일 현재 이재명 후보의 누적 득표율은 78%로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투표율은 36.44%에 그친다. 송영길 대표가 선출됐던 지난해 42.72%, 2020년 이낙연 대표 당선 당시 41.03%보다 낮다.

전당대회 전후 친명(친 이재명 의원)계의 당헌 개정 추진이 기름을 부었다. '기소 시 직무 정지'의 당헌 80조 개정 시도는 의도를 떠나 '이재명 방탄용'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소장은 "전당대회에서 후보들이 다양한 노선과 정책으로 경쟁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결국 이재명 후보 지지자만 투표에 참여하고 나머지는 전당대회를 외면하는 양상이 된 것"이라며 "전당대회 이후를 고려할 때 좋은 현상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수원=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후보가 24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구민회관에서 열린 토크 콘서트에서 지지자들의 선물을 확인하고 있다. 2022.8.24/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팬덤정치, 장기적으론 민주당 발목 잡을 것"
거대야당 민주당을 흔드는 힘은 팬덤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대선후보였던 이 의원에게 지지세력 '개딸'은 정치적 자산이다.


이 의원과 개딸은 롤플레잉 팀플레이 게임에 비유하면 '딜러(Dealer)'와 '탱커(Tanker)'의 관계다. 개딸은 차기 지도부행이 유력한 이 의원의 안정적 대표직 수행을 지지하기 위해 당 여론을 움직이는 '탱커' 역할을, 이 의원은 민주당을 정부여당에 맞서 '선명 야당'으로 이끌 선봉장인 '딜러'를 맡는 구도가 예상된다.

팬덤 정치는 강성 지지층 목소리가 쉽게 반영되는 구조로 민주당을 변질시킬 수 있다. 민주당은 2020년에도 다음해 예정된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를 공천하기 위해 2015년 문재인 당 대표 시절 만든 당헌을 뜯어고쳤다.

서울과 부산은 박원순·오거돈 전 시장의 성범죄 사건으로 당시 재보궐 선거를 실시하게 된 지역이다. 당시 당헌에는 공직자의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선거를 치르면 해당 선거구에 후보를 추천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겼다. 심지어 개정안을 마련한 뒤 최종 결정만 당원 투표로 결정해 사실상 '답정너(답은 정해졌으니 너는 답만 해)'식 투표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결국 민주당은 서울과 부산 보궐선거에서 참패하는 '스불재(스스로 불러온 재앙)'를 맞았다.
팬덤정치 극복 미학 '알잘딱깔센'

tvN '뿅뿅 지구오락실' 한 장면. 신조어에 익숙하지 않은 나영석PD가 '알잘딱깔센'이 '알잘깔딱센'으로 잘 못 쓰인 종이를 보고 당황하는 모습.

민주당의 팬덤정치 극복 전략은 '알잘딱깔센'로 요약된다.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있게'라는 뜻이다. '알아서'만 하는 리더십은 결과적으로 당의 민주적 운영을 가로막는 치명타가 될 우려가 있다. 차기 지도부는 지지자, 당원들과 '찰떡 케미'를 이끌어 당내 리더십을 확보하더라도 일부 강성 목소리가 당 의사 결정을 흔들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는 취지다.


초유의 '중앙위 부결' 사태는 당내 팬덤 정치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했다는 점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난 24일 민주당 중앙위원회 투표결과 '권리당원 전원투표 우선제'가 결국 부결처리됐다. 당헌 80조 역시 전당대회준비위원회에서는 '기소 시 직무정지' 조항 자체를 삭제하려 했으나 이후 비상대책위원회에서 현행 '기소 시 직무정지' 조항을 유지하되 정치탄압에 대한 판단을 당무위가 맡도록 하는 절충안을 내놨다. 무리한 당헌 개정'을 막기 위해 당 내 중진의원들과 무계파 의원들이 중지를 모은 결과다.

이 후보도 이날 경기도 지역 지지자들을 만나 "극렬 팬덤 뭐 어쩌고 그러는데 우리는 절대 그러지 않는다. 우리는 그런 수준 낮은 사람들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정치나 사회 활동, 공동체 활동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설득하는 것이다. 우리의 지지층에게 공감하는 층을 늘리는 게 바로 정치 아니겠냐"고 밝혔다.

박창환 장안대 교수 겸 정치평론가는 "당장은 이 의원에게 팬덤이 당 대표로 안정적으로 자리매김할 든든한 지지 기반이 될 것"이라면서도 "장기적으로 민주당이 대안야당으로 자리 매김하려면 중도층까지 아우르는 팬덤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강윤 소장도 "팬덤이 너무 강하면 반작용은 세질 수 밖에 없다. 강력한 팬덤 때문에 합리적 지지자들이 설 땅까지 좁아지지 않도록 조율하는 것이 이 의원의 제일 큰 숙제"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