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망한다" 돈 푸는 中…'세계와 정반대' 경기부양 총력

중국 당국은 상하이시의 코로나19 감염자가 급증하자 지난 3월부터 2개월 가까이 도시 전체를 봉쇄하는 방역 조치를 시행했다. /ⓒ 로이터=뉴스1

중국 당국이 200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로 풀어 경기 부양에 나선다.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 장기화, 부동산 시장 부실, 최악의 폭염 등이 겹쳐 경제 현장 곳곳에서 파열음이 나자 긴급 대책을 마련한 것이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중국 관영 중국중앙TV(CCTV) 등에 따르면 이날 리커창 총리 주재로 열린 국무원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앞서 발표한 경제 안정 대책 외에 경기회복 기반 강화를 위해 19개 항목의 추가 경기부양 패키지를 실행한다고 밝혔다.


리 총리는 "중국 경제는 6월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그 기반이 안정적이지 않다"며 "공구함에 있는 모든 도구를 사용해 경제 회복 기반을 다지겠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연간 GDP 성장률 목표를 5.5%로 세웠지만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사진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가운데 오른쪽)과 리커창 중국 총리(가운데 왼쪽). /ⓒ AFP=뉴스1

중국 당국이 마련한 19개 경기부양 조치에는 국가개발은행 등 정책은행의 인프라 프로젝트 대출 한도를 3000억위안(58조5000억원) 늘리는 방안이 포함됐다. 고스란히 남아있는 5000억위안(97조5000억원) 규모의 지방정부 특수목적 채권 할당량도 적극 사용하기로 했다.

또 국영 발전회사가 2000억위안(39조원) 규모 채권을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농업 부문에는 100억위안(2조원)의 보조금을 추가 지급한다. 올 여름 기록적인 가뭄과 폭염으로 중국의 가을 작황이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자 긴급 지원책을 마련했다. 이밖에 기초 기반시설 프로젝트 긴급 승인, 지속적인 자금조달 비용 감축, 민간기업과 플랫폼 기업 발전 지원, 원활한 물류 보장 등 방안도 실시한다.


중국 당국은 앞서 지난 5월에도 6개 분야, 33개 항목에 달하는 3000억위안 규모의 '경제 안정 패키지'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에 내놓은 방안은 추가로 마련한 경기 부양책으로 총 1조위안(195조원)이 넘는 규모다.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의 재정 부실로 공사가 중단된 아파트 건설 현장이 늘고 있다. /ⓒ블룸버그

이와 별개로 기준 금리 인하,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한 추가 대출 등 정책에도 골몰하고 있다. 최근엔 사실상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로 전월보다 0.05%포인트 낮은 3.65%로 고시, 경기 부양 의지를 확고히 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에는 지금까지 나온 부양책 중 최대 규모인 2000억위안의 대출을 지원하기로 했다. 부동산 시장이 무너지면 중국 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침체 상태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에 일종의 '특별대출'을 마련한 것이다. 분양대금을 받고 아파트를 선판매했지만, 자금이 부족해 완공하지 못했던 업체들의 숨통이 트일 것으로 중국 당국은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 전문가들은 중국 당국의 이번 경기 부양 패키지가 시장에 긍정적인 신호를 주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한다. '제로 코로나'에 따른 경기 침체의 골이 워낙 깊어 세계 주요 국가들의 돈 줄을 죄는 긴축 기조와 대조적인 부양 대책에도 경기를 띄우기 쉽지 않다는 풀이다.

골드만삭스의 앤드루 틸튼 아시아태평양 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경기 부양 대책은 경제 악화 속도를 따라잡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부동산 컨설팅업체 존스랭라살의 부르스 팡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리커창 총리가 이끈 이번 중국 국무원 회의는 대규모 추가 경기부양을 기대하지 말라는 신호로 읽힌다"며 "특별국채 등 과감한 수단을 활용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도 중국의 경제 전망에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지 않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올해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3%에서 3%로 낮춰 잡았다. 노무라증권은 3.3%에서 2.8%로 하향했다. 이는 중국 당국의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인 5.5%에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