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릿지바이오, 폐섬유증藥 2상 본격화 임박…'기술반환→전화위복' 될까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기술수출 반환 악재를 털고 새로운 파트너 모색에 나선다. 앞선 반환의 원인이었던 독성 우려도 완전히 해소했다. 곧 글로벌 임상 2상도 본격화된다. 이를 통해 기술수출 재도전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29일 브릿지바이오에 따르면 이 회사는 이르면 내달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후보물질 'BBT-877'의 글로벌 임상 2상 환자모집에 돌입한다.


BBT-877은 지난 2019년 7월 베링거인겔하임에 총 11억유로(약 1조5000억원) 규모에 전 세계 권리를 이전한 회사 대표적 기술수출 성과였다. 하지만 이듬해 11월 베링거인겔하임이 임상 2상 진입을 앞두고 잠재적 독성 내부 가이드라인을 이유로 모든 권리를 반환했다.

이에 따라 상장(2019년 12월)도 되기 전 글로벌 제약사와의 조단위 계약에 주목받았던 기술력에도 의구심이 제기됐다. 비록 임상 단계의 문제가 아닌 파트너사 내부 가이드라인에 따른 반환이었지만, 초기 단계 유망물질을 도입해 후속 임상개발 진행 후 글로벌 제약사로 재이전하는 사업 모델을 내세운 브릿지바이오에겐 뼈아픈 결과였다. BBT-877은 지난 2017년 레고켐바이오사이언스로부터 약 300억원에 도입해 1상 단계에 기술수출한 물질이다.

이에 브릿지바이오는 물질 반환 이후 다양한 자체 실험을 거친 뒤 안정성 입증 자료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제출했다. FDA는 BBT-877과 관련된 독성 문제를 모두 소명했다고 판단, 지난달 임상 2상 계획을 승인했다. 임상은 BBT-877의 단독 및 병용요법시 유효성, 안전성, 약동학적 효력을 탐색하기 위해 미국과 한국, 일부 유럽국가 등 8개국에서 이뤄진다. 전체 120명의 환자를 등록할 예정이다.


브릿지바이오는 이번 임상 2상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는다. BBT-877이 환자 모집을 통해 2상을 본격화 하면 같은 계열(오토택신 저해제) 내 첫 2상 진입 물질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임상 2상을 승인받은 IPF 오토택신 저해제는 BBT-877과 미국 블레이드 테라퓨틱스의 'BLD-0409'(1월 1상 종료) 뿐이다. 앞서 갈라파고스가 3상을 진행 중이던 물질(GLPG-1690)을 보유했었지만, 독성 문제로 지난해 2월 임상을 중단했다.

브릿지바이오가 2상 진입을 선점하면, 현재 추진 중인 재 기술이전의 최대 경쟁력이 될 전망이다. 이미 앞선 임상을 통해 획득한 계열 내 최고신약(Best in Class, 가장 효능이 좋은 품목) 지위에 개발 속도까지 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발성 폐섬유증은 폐포벽에 만성염증 세포가 침투해 폐가 굳는 질환이다. 진단 후 평균 생존기간이 3년에 불과할 정도로 예후가 나쁜 질환이지만, 아직 명확한 원인이나 치료제는 없는 상태다.

특히 앞선 1상 단계에서 1조5000억원에 달하는 계약 규모를 이끌어 낸 만큼, 2상 진입 이후 가치는 훌쩍 뛸 전망이다. 업계는 일반적으로 2상으로 넘어온 물질의 기술수출 가치가 1상 대비 2배 정도 높다고 보고 있다. 신효섭 DB금융투자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다시 기술수출 논의가 진행된다면 현재 2상 단계인 만큼 과거 베링거인겔하임과의 계약 규모를 상회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미 다수 잠재적 파트너들과 BBT-877에 대한 사업화 논의도 진행 중이다. 신규 계약 후보는 다수 글로벌 제약사에 기존 파트너였던 베링거인겔하임도 포함하고 있다. 문제가 됐던 독성 이슈를 해소했고, 양사간 관계가 나쁜 것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성은 열려있다는 설명이다. 브릿지바이오는 2상이 어느 정도 진행되는 내년이 물질 가치를 가장 잘 인정받을 수 있는 시기라고 판단 중이다. 다만, 좋은 조건이 있다면 언제라도 기술이전을 실시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임상 재개에 따라 후속 섬유질환 파이프라인과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브릿지바이오는 현재 BBT-877과 별도로 폐섬유화 질환 신규 기전을 확인한 초기 후보물질 단계의 'BBT-301', 'BBT-209'를 보유하고 있다. 각각 셀라이온바이오메드와 샤페론에서 도입한 물질이다.

폐섬유증은 기존 치료제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병용 요법에 대한 수요가 높다. 이미 성과를 낸 품목을 보유한 기업의 선호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만큼, BBT-877의 성과에 따라 BBT-301, BBT-209의 가치 역시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이를 감안해 두 물질 모두 단독과 병용을 고려해 개발이 진행 중이다.

임종진 브릿지바이오 경영전략본부장은 "섬유질환 후속 과제들은 BBT-877과의 병용 요법 또는 효과가 더 좋으면 단독 투여하는 치료 옵션을 제공하고자 하는 전략으로 개발 중"이라며 "같은 질환에서 개발하는 약재들이 묶여서 패키지로 구성되는 경우가 많아 후속 과제들의 개발과 기술이전 역시 시너지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