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맨파', '스우파'보다 있다던 의리는 도대체 어디에?

사진출처=Mnet '스맨파' 방송영상화면 캡처

케이블채널 Mnet ‘스트릿 맨 파이터’(스맨파)가 지난 23일 포문을 열었다. 지난해 신드롬이 불릴 만한 인기를 얻은 ‘스트릿 우먼 파이터’(스우파)의 남성 버전이다. 숱한 기대 속에 시작된 작품인 만큼 그에 상응하는 볼거리도 풍성했다. 하지만 꼬리표처럼 불호(不好) 역시 따라왔다. 앞서 ‘프로듀스 101’이나 ‘미스트롯’의 경우, 남성들이 참여한 두 번째 시리즈가 소위 ‘대박’이 났다. 과연 ‘스맨파’는 어찌 될까?


#남자판, 무엇이 달랐나?


‘스맨파’ 1회는 전국 시청률 1.3%(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했다. 절대치로 놓고 봤을 때 ‘높다’고 말하긴 어렵다. 하지만 ‘스우파’의 1회 시청률이 0.8%였던 것을 고려하면, 기대치가 반영된 수치라 할 수 있다. 또한 ‘스우파’의 최고 시청률 역시 2.9%였다. 돌려 생각하면, 이 시리즈는 TV를 챙겨보는 세대들이 선호하는 프로그램은 아닌 셈이다. 반면 OTT 플랫폼이나 SNS 등 MZ세대들이 선호하는 플랫폼에서는 절대적 인기를 누린다.


‘스맨파’에는 남성 댄스 크루 총 8개팀이 참여했다. 정통 힙합 댄스를 표방하는 뱅크투브라더스(BankTwoBrothers), 퍼포먼스와 쇼맨십이 강한 어때(EO-DDAE), 실력과 대중성을 갖춘 프로젝트 크루 엠비셔스(Mbitious), 엑소, 트와이스 등 국내 톱 아이돌 그룹의 퍼포먼스를 만들어낸 원밀리언(1MILLION), 트렌디한 안무로 K-팝신에서 주목받고 있는 위댐보이즈(WeDemBoyz), 전세계가 리스펙(respect)하는 월드챔피언 저스트절크(JustJerk), 넘치는 에너지로 파워풀한 크럼프 댄스를 선보이는 프라임킹즈(PRIME KINGZ), 높은 인지도와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YGX 등이다.

사진출처=Mnet '스맨파' 방송 영상 화면 캡처

1회를 통해 공개된 ‘남자 춤꾼들의 싸움’은 심사위원을 맡고 있는 가수 보아의 한 마디로 귀결된다. 그는 23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스우파’ 때 ‘맵다’라고 표현했는데, ‘스맨파’는 살벌한 얼음판같다"면서 "예측할 수 없고, 남성들이 가진 파워가 고스란히 전달됐으면 좋겠다. 정말 웃음기 하나 없는 진짜 살얼음판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첫 번째 미션인 ‘노 리스펙 약자 지목 배틀’부터 균열은 시작됐다. 아이돌 그룹의 멤버이기도 한 노태현은 크럼프 댄스 그룹 프라임킹즈의 리더 트릭스를 지목했다. 한 때 같은 크루로 활동했던 두 사람의 대결은 시작 전부터 과열됐다. 노태현은 대결을 시작하기 전 상대를 향해 손가락 욕을 날리기도 했다.


두 번째 배틀 때 맞선 위댐보이즈 인규와 저스트절크의 제이호는 카피 논란이라는 앙금을 안고 싸웠다. 위댐보이즈 크루가 만든 안무를 저스트절크의 크루가 베꼈다는 주장이었다. 이런 전사(前史)는 두 사람의 대결에 기름을 부었다.


뱅크투브라더스 비지비와 저스크절크 에스원의 대결 역시 사연이 숨어 있었다. 한 때 한솥밥을 먹던 두 사람이었지만 에스원이 팀을 떠나며 미움이 싹텄다. 이후 이를 말끔히 해소하지 못한 두 사람은 ‘스맨파’에서 춤으로 맞붙었다.


이 같은 각 크루들 간의 감정 싸움은 ‘스우파’에서도 이미 활용된 방식이다. ‘스맨파’의 차별화된 지점이라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스맨파’가 보여준 더 매력적인 지점은 무엇이었을까?

사진출처=Mnet '스맨파' 방송영상화면 캡처

분명 더 강한 힘이 느껴진다. 특히 1회에서 다른 그룹들을 ‘올 킬’하며 승승장구한 프라임킹즈는 크럼프라는 장르의 파워를 온 몸으로 보여줬다. 연출을 맡은 권영찬 CP는 "남자와 여자의 춤은 확실히 다르다. 남자는 군무, 힘 이런 부분이 강조된다"고 제작발표회에서 말했다. 하지만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좀 더 보여줘야 한다. 일단 1회에서는 군무가 나오지 않았다. 예고편을 통해 살짝 맛보기를 보여준 정도다. 그야말로 ‘스맨파’는 이제 첫 삽을 떴을 따름이다.


#‘스맨파’, ‘스우파’ 넘을까?


‘스맨파’는 ‘스우파’라는 강한 후광을 등에 업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스우파’는 넘어야 할 거대한 산이기도 하다. 웬만한 성과로는 이를 뛰어넘기 어렵다.


하지만 1회를 마친 이 시점, ‘갈 길이 멀다’는 느낌이 강하다. 현재까지는 화제성도 보다는 논란이 더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제작발표회에서 두 프로그램을 비교하며 권영찬 CP가 내뱉은 말이 화근이 됐다. 권 CP는 "‘스우파’에서 여성의 질투, 욕심이 보였다면, ‘스맨파’에서는 남자의 의리, 자존심이 많이 드러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성차별적 발언이라는 지적이 불거졌다. ‘스우파’를 표현하는 키워드가 지극히 감정적인 동시에 부정적인 뉘앙스를 풍기기 때문이다.

사진출처=Mnet '스맨파' 방송영상화면 캡처

1회 방송을 보면, 이런 지적에 더욱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스맨파’ 1회에서는 상대방에 대한 리스펙트를 찾아보기 어렵다. 오랜 기간 댄스신을 이끌어온 선배를 동경의 대상보다는 ‘이제는 한물 갔다’는 식으로 표현하고, 그런 후배들을 바라보며 선배들은 격려하기보다는 ‘아직 멀었다’는 분위기를 조성한다. ‘스우파’에 비해 격한 표현과 욕설도 자주 등장한다. 그렇다 보니 프로그램을 보는 내내 특정 단어를 감추기 위한 ‘삑’ 소리가 난무하고, 자막에서 ‘XX’가 자주 등장한다. 권 CP가 말한 ‘남성들의 의리’는 찾아보기 어렵다.


여기까지 보면, 댄서들은 대게 거칠고 상대방에 대한 예의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심사위원들이 승패를 결정지은 후에는 이를 인정하는 자세를 보인다. 하지만 방송 분량을 따져보았을 때, 논쟁과 다툼은 길고 승복은 짧다. Mnet이 제작하는 경연 프로그램 특유의 ‘악마의 편집’이 어김없이 등장한 셈이다.


하지만 어제 겨우 1회 방송됐을 뿐이다. ‘무플 보다는 악플’이라는 말이 있듯, 여론과 언론이 아무런 관심을 보이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유리한 상황이다. ‘어떻게 하나 지켜보자’는 날 선 시선을 만족시킨다면 반응 역시 역전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