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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정동극장 재건축과 한국 최초의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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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동우 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예술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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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1 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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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우(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에술대학원 교수)
박동우(무대미술가·홍익대 공연에술대학원 교수)
'모든 것은 이 한 장의 그림으로부터 시작됐다.' 1596년 네덜란드의 여행객 드 비트가 런던의 한 극장을 방문해 공연을 보고 그 극장을 묘사한 스케치를 그의 친구 판 뷔헐이 베껴 그린 한 장의 그림이 그것이다. 이 그림을 바탕으로 1997년 옛 모습 그대로 런던에 복원된 '셰익스피어글로브극장'(Shakespeare's Globe)은 전세계에서 온 관객들 앞에서 매일 셰익스피어 작품을 자랑스럽게 무대에 올리고 있다.

우리에게도 그렇게 해야 할 극장이 있다. '협률사'(協律社)가 그것이다. 정확히 120년 전인 1902년 10월 개관한 대한제국의 국립극장이다. 엄밀히 말하면 한국 최초 왕립극장인 '희대'며 흔히 '원각사'라고 알려진 사실상 한국 첫 극장이다.

1897년 군주국가 조선을 황제국가 대한제국으로 바꾼 고종은 구미 열강과의 외교를 통해 중립국으로 승인받고 근대국가로 나아가려 했다. 그러던 차에 1902년 즉위 40주년을 맞이했고 고종은 이를 그 외교의 무대로 활용하고자 했다. 그리하여 일본의 방해를 무릅쓰고 미국, 영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11개 수교국의 특사를 초청, 즉위 40주년 행사를 거행키로 계획했다. 고종은 문명국 대한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즉위 40주년 칭경예식의 본 행사장으로 덕수궁 안에 '돈덕전'이라는 서양식 건물을 지었고 기념공연을 위한 극장으로 현재의 새문안교회 인근에 왕립극장 '협률사 희대'를 건축했다. 그러나 이 행사는 그 해 열리지 못했다. 콜레라가 대유행해서였다. 그렇지만 그 건물들은 계획대로 완공됐고 이 중 협률사 희대는 민간에 위탁돼 공연장으로 사용됐는데 후일 일제강점기 시절 불분명한 이유로 둘 다 없어졌다. 그나마 돈덕전은 복원완공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데 협률사는?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로부터 자주 받는 질문이 있다. 한국 최고(最古)의 극장은 어느 극장인지. 그러나 협률사 희대는 물론이고 개화기에 세워진 광무대, 연흥사, 단성사, 장안사 등의 한국인 극장들과 수좌, 가부키좌, 경성좌, 어성좌 등의 일본인 극장들도 모두 현재 남아있지 않다. 본격적인 연극극장으로는 1935년 11월 서대문에 세워진 동양극장이 있었다. 1990년 당시 한국 최고의 이 극장은 연극인들의 반대시위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철거돼 그 자리에 빌딩이 들어섰다.

그렇다면 아직까지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극장은 어디일까. 1935년 12월 조선총독부에 의해 건립된 경성부민회관이 있다. 1950년 대한민국 초대 국립극장으로 사용되다가 지금은 서울시의회 의사당으로 활용된다. 그다음으로는 1936년 10월 일본인이 건립한 명치좌(明治座)가 있는데 1962년부터 11년간 국립극장으로 사용됐으며 현재는 정면 외관만 남긴 채 완전히 재건축돼 명동예술극장으로 사용된다. 예전 모습이 사라진 그런 건물들을 한국 최고의 극장이라고 소개해야 할까.

글로브극장의 복원은 한 장의 그림에서 출발했다. 우리에게는 '그림'이 아니라 '사진'이 남아 있다. 벽돌로 지어진 원형건물에 흑색 양철지붕을 씌운 아름다운 극장이다. 많은 이의 증언도 남아 있다. 그런데 왜 복원하지 못하는가. 우리에게도 몇 번의 기회는 있었다. 1995년 개관한 국립정동극장은 '원각사 복원'이라는 역사적 의미를 표방하고 기획됐지만 그저 그런 현대식 극장으로 신축되고 말았다. 2012년 개관한 국립극장 하늘극장의 경우에도 그 규모라면 충분히 협률사를 복원할 수도 있었던 기회였다.

국립정동극장을 재건축한다고 한다. 그 면적이면 지하에 현대식 극장을 하나 짓고 지상에 협률사를 복원할 수도 있다. 일반적인 극장은 이제 많이 있다. 그 많은 현대식 극장의 리스트에 굳이 또 하나를 보탤 게 아니라 한국 최초의 국립극장인 '협률사 희대'를 복원하기를 촉구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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