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기, 한쪽 다리 저리고 허리 숙이는 게 편하다면? '이 질환' 주의

이학선 바른세상병원 척추클리닉 원장

길을 걷다 보면 종종 허리를 굽히고 걷거나 쪼그려 앉아 쉬고 있는 어르신을 목격하게 된다. 의사 시선으로 보면 모두 척추관협착증 환자로 보인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펴고 오래 걸을 때 다리가 무거워지거나 힘이 빠지는 증상이 생길 수 있는데, 이때 앉아서 휴식을 취하거나 가만히 누워있으면 증상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허리를 숙이면 통증이 완화되는 특징이 있어, 길을 가다 허리를 구부린 채 걷고 있는 분들의 경우 척추관협착증 환자일 확률이 높다.

척추는 몸의 무게를 버티며 꼿꼿하게 서게 하는 기둥 역할을 한다. 나이가 들수록 척추는 퇴행성 변화로 인해 디스크뿐만 아니라 근육, 인대, 뼈, 후방관절 등 모든 부위에서 퇴행성 변화가 일어나 척추관협착증을 유발하게 된다. 그런데 척추관협착증은 누워 있거나 쉬면 통증이 사라지고, 좋아졌다 나빠지기를 반복하며 서서히 악화하기 때문에 치료 시기를 놓치거나 증상이 악화한 후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아 주의가 필요하다.


질환 초기의 경우 도수치료, 물리치료, 주사 치료 등 보존적 치료로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다. 이러한 치료에도 호전이 되지 않을 경우 신경성형술과 풍선 확장술 등의 시술을 시행할 수 있다. 환자의 90% 이상이 비수술 치료로 회복되고,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전체 환자의 5%에 불과하다. 하지만 증상 초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면 심한 통증과 저림 등의 방사통으로 거동이 힘들거나 마비 증상이 나타날 수 있고 심한 경우, 평생 후유 장애가 남을 수도 있다.

혹시 나도 척추관협착증일까? 의심된다면 허리 건강부터 체크해보자. 우선 평소 다리 저림 증상이 있는지 살펴본다. 디스크나 협착증과 같은 허리 질환이 있으면 허벅지와 종아리 등 한쪽 다리에 저림 증상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걸어서 이동할 수 있는 거리가 점점 짧아지고 몇 걸음 걷지 못하고 힘들어서 쉬고 싶어진다면, 허리를 펴고 서 있는 것보다 숙이거나 쪼그려 앉는 걸 더 편하게 생각된다면 허리 척추관협착증을 의심해봐야 한다. 특히 최근 체중이 과하게 증가했다면 척추, 관절 모두에 무리가 갈 수 있으므로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기대 수명이 증가한 만큼 건강한 노후 생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고령 환자가 안심하고 치료받을 수 있는 척추 치료법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할 정도의 통증으로 일상적인 생활이 어려운 경우라면 정확한 원인을 찾고 그에 맞는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심하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회복 속도가 늦어지거나 수술 치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허리 통증이 2주 이상 지속된다면 전문의에게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