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석 '수사 기밀 유출' 반박…"사법행정권에 도움주는 범위에서 제공"

머니투데이

정경훈 기자
김효정 기자

이원석 검찰총장 후보자(53·사법연수원 27기)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법관 수사 기밀 유출 의혹'을 적극 반박했다. 이 후보자는 법관의 비위를 법원에 전한 것이 "공무상비밀누설이나 피의사실 유출이 아니냐"는 더불어민주당 쪽 질의에 "필요 최소한의 범위에서 제공했다"고 답했다.

이 후보자는 5일 오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검찰총장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이같이 말했다.

이날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수사 기밀 유출 사건을 언급하며 "사건 관련 공소장에서 법원행정처는 '사법부가 법관 비리를 은폐하기 위해 검찰에서 자료를 수집했다'고 돼 있다"며 "후보자처럼 구체적 수사 내용, 계획 같은 방향 알려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공무상비밀 유출이라는 평가가 맞을 것 같다"고 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법관은 헌법에 의해 신분이 보장돼 징역·금고 이상의 형을 받지 않으면 탄핵이 안되고, 징계 처분에 의하지 않고서는 불리한 처우를 받지 않는다고 돼 있다"며 "저는 오로지 해당 법관이 그 당시에도 재판을 계속하고 있었기 때문에 '직무배제해야 한다' '징계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사무분담 차원에서 당시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에게 통보했을 뿐"이라고 했다. 법원이 비위 법관 조사를 원활히 하는 데 도움되는 자료만을 정당히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2016년 법조 비리로 번진 '정운호 게이트' 사건을 수사하며 김현보 전 법원행정처 윤리감사관에게 게이트에 연루된 일부 판사의 영장 청구 예정 사실, 비위 관련 수사 정보를 전달했다. 사법농단 사건으로 재판을 받은 신광렬 전 부장판사, 성창호 전 영장전담 부장판사 등의 판결문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2016년 5월부터 약 4개월 동안 김 전 감사관에게 정보를 전달했다. 통화는 약 40차례 이뤄졌고, 김 전 감사관은 내용을 상세히 적어 임종헌 당시 법원행정처장에 전달했다. 판결문에는 이 후보자가 사법연수원 동기인 김 전 감사관과 친분이 두터워 자세한 정보를 알려줬다고 쓰였다.

이 후보자는 "김 전 감사관과 연수원 동기인 것 맞지만 연수원에서 지낸 2년 간 말 한 번 나눠보지 않았다. 친분관계가 없다"며 "김 전 감사관이 대부분 먼저 전화해왔는데, 제가 주로 새벽에 퇴근하던 때라 전화를 잘 받지 못해 이후 회신을 준 것으로 기억한다. 법관 징계·직무배제 관련 사항만 말했고 보안유지를 당부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는 사법연수원 동기생인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구속기소했다. 법조비리 사건 관련해 11명을 구속기소하는 등 14명을 기소했다. 이분들 징역 형량을 합치면 50년이 넘는다"며 "사법행정권에 도움을 주는 차원에서만 (자료를) 통보했다고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이 후보자는 뒤이은 장동혁 국민의힘 의원과의 질의에서도 "김 전 감사관에게 '법조비리에 대해 엄격히 처벌하고 징계하는 방향으로 가자고 강조했다"며 "사법행정권에 대해 협의하는 기관 간 (공유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절차와 내용에 국한해 알려드렸다"고 했다. 또 "법원에서도 그 정보는 공무상비밀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으로 안다"고 했다.

김승원 민주당 의원은 이 후보자에게 '영장 청구 전 피의사실이 유출돼 뇌물 받았다는 판사가 사업자에게 영장 청구 예정 사실을 알려주며 비위 은폐를 위해 입을 맞춘 정황까지 보인다'는 취지의 지적을 했다.

이에 이 후보자는 "김 전 윤리감사관이 저에게 정보를 받기 전에 이미 많은 분들로부터, 여러 경로를 통해 관련 정보를 들었다"며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인사, 재판, 직무배제, 징계, 탄핵과 관련한 (정보만 제공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검찰에서 쌍방울에 수사 기밀을 유출했다는 의혹이 있다. 기밀이 무엇인가'라고 묻자 이 후보자는 "공무상 기밀누설은 국가의 기능을 저해하거나 마비시킬 때 성립한다. 제가 보낸 자료를 통해 법원에서 징계를 철저히 했고, 저는 형사처벌을 엄격히 했다"며 "쌍방울 기밀 유출은 피의자를 해외로 도피하게 만드는 등 수사 장애를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