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재생에너지 의무비율 낮춘다…발전사 웃고 업계 울상

태양광

정부가 최근 공개한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연도별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비율도 하향 조정한다. 재생에너지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게 된 발전업계와 시장이 줄어드는 재생에너지업계의 반응이 엇갈리고 있다.

7일 재생에너지업계에 따르면 한국에너지공단 신재생에너지센터는 이날 오후 신재생에너지업계를 대상으로 'RPS 제도개편 방향 설명회'를 개최하고 신재생에너지공급의무화(RPS) 의무비 하향 추진 계획안을 발표했다. 지난해 RPS 의무비율을 상향한 지 불과 9개월 만이다.


공단은 구체적인 RPS 의무비율 수치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정부가 이번에 공개한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맞춰 속도 조절을 한다는 방침이다. RPS는 대규모 발전사들이 의무적으로 조달해야 하는 연도별 신재생에너지 공급 목표다.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은 지난해 9%에서 올해 12.5%로 3.5%p(포인트) 상향됐다. 지난해 RPS 상한선이 25%까지 늘어나면서 의무공급 비율은 △2023년 14.5% △2024년 17.0% △2025년 20.5% △2026년 25%로 예정됐다.

하지만 정부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의 21.5%로 제시하면서 기존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맞춰 계획한 RPS 의무비율도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여론이 일었다. 정부가 발표한 2030년 신재생에너지 비중은 NDC보다 8.7%p(포인트) 줄어든 수치다.


정부는 발전 공기업에 부여된 RPS가 전기요금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금희 국민의힘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체 전망 자료에 따르면 RPS를 맞추기 위한 비용은 지난해 2조6049억원에서 2025년 5조7246억원으로 올라가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는 RPS 의무비율을 낮추면 한국전력공사와 발전 공기업의 재생에너지 공급 비용 부담을 낮출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당시에도 발전사들의 신재생에너지 확보에 따른 부담이 늘자 RPS 의무공급비율을 낮춘 사례가 있다.

정부는 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이달 중순 RPS 의무공급비율을 발표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재생에너지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날 설명회에 참석한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부회장은 "RPS 의무비율을 하향 조정하면 재생에너지 생태계가 망가질 수 있다"며 "통상 중요한 정책은 각 협의체와 간담회를 통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데 사전 의견 수렴 절차가 없어서 문제제기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 비중을 감축하겠다는 것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요구하는 국제적인 흐름과 맞지 않다"며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전력을 사용하지 못하면 수출 등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속도가 늦춰질 뿐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 재생에너지업계 관계자는 "연도별 RPS 의무비율 속도가 조절될 순 있지만 RPS 상한선을 25%로 높인 건 이미 입안됐기 때문에 바꿀 수 없을 것"이라며 "속도를 급하게 높여 중국산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리는 것보다 속도조절을 하되 재생에너지 공급망의 국산화를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것이 국내 재생에너지 생태계에 도움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공단은 이번 설명회에서 공단이 운영 중인 고정가격경쟁입찰, 한국형 FIT(소규모태양광고정가격계약) 등 계약제도 개선 내용, SMP(전력도매가격) 정산 방식 개선, 과징금 및 수수료 개편 등에 대해서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