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엘리자베스 2세 여왕 96세로 서거...찰스 왕위 계승

=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19일(현지시간) 런던 버킹엄 궁에서 열린 영연방 정상회의 중 여왕 주최 만찬에 참석해 연설을 듣고 있다. (C) AFP=뉴스1

영국을 70년간 통치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8일(현지 시간) 서거했다. 향년 96세.

영국 BBC와 로이터, CNN 등 미국 현지 언론에 따르면, 버킹엄궁은 이날 성명을 통해 "여왕이 오늘 오후 밸모럴에서 평화롭게 눈을 감았다"고 발표했다. 이어 "왕과 왕비가 이날 저녁까지 밸모럴에 머물렀다가 내일 런던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서거로 왕실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가 즉각 왕위를 이어받게 됐다. '런던 브릿지 작전'으로 알려진 오랫동안 준비된 계획에 따라 영국은 열흘 간의 국가 애도기간을 선포하는 동시에, 찰스 왕세자를 왕으로 공식 선포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버킹엄궁은 여왕의 주치의들이 건강 상태를 우려하며 "의학적 관찰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밝혔고, 이에 여왕은 일정을 취소하고 휴식을 취했다. 왕실 직계 가족등에게 여왕의 상태가 전해졌고, 찰스 왕세자를 비롯한 가족들이 스코틀랜드 밸로럴성으로 모였다.

올해 2월6일 엘리자베스 여왕은 70년 동안 통치한 최초의 영국 군주가 됐다. 이에 영국과 영 연방 국가들은 지난 6월 공식 행사를 열었고, 가족과 함께 버킹엄궁의 발코니에 나타난 여왕은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하지만 건강상의 문제로 이후 행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로이터=뉴스1) 최서윤 기자 = 리즈 트러스(우측) 영국 신임 총리가 6일(현지시간) 당선인 신분으로 스코틀랜드 밸모럴궁을 예방,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을 알현하고 있다. 이날 여왕은 트러스 총리를 정식 임명했다. 2022. 9. 6. ⓒ 로이터=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엘리자베스 여왕은 격변의 역사적 시기를 모두 겪은 군주였다. 복잡한 왕실 가족사도 여왕이 감내해야 할 몫이었다.

세계 최강의 대영제국이 52개의 독립국가로 구성된 영연방으로 바뀌고, 이후 국가가 유럽연합(EU)에 가입했다가 탈퇴하는 것을 목격했다. 1952년 윈스턴 처칠부터 이틀 전 취임한 리즈 트러스까지 모두 15명의 총리를 겪었다. 여왕은 지난 6일 보리스 존슨 총리의 사임을 수락하고 같은 보수당의 리즈 트러스 대표에게 정부구성을 위임했다.

여왕은 전 다이애나 왕세자비의 죽음, 찰스 왕세자의 재혼, 아들 앤드류 왕자와 고 제프리 엡스타인과의 연관성, 손자 해리 왕자 부부와 왕실의 갈등, 이밖에 각종 스캔들을 겪었다.

여왕은 1926년 4월21일 태어났다. 국왕 에드워드 8세가 퇴위한 후 1937년 왕위에 오른 부친 요크 공작(이후 조지 6세)과 공작부인의 첫번째 자녀로, 애칭은 '릴리벳'이었다. 그녀는 1930년에 태어난 동생 마가렛과 집에서 가정교사들에게 교육을 받았다. 부친의 대관식 직후 영국은 제2차 세계대전을 맞았고, 여왕은 1940년 폭격을 피해 피신한 아이들을 대상으로 첫 라디오 연설을 했다. 전쟁 중 10대의 공주는 운전병으로도 복무했다.

엘리자베스 공주는 1934년 켄트공작 조지 왕자와 사촌 마리나 공주의 결혼식에서 그리스와 덴마크의 필립 왕자를 만났고, 13년 후 웨스트민스터 사원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두 사람 사이에서 1948년 찰스가 태어났고, 앤, 앤드루, 에드워드가 뒤를 이었다.

2017년 11월20일 여왕과 부군 필립 공(에든버러 공작)은 결혼 70주년을 기념했는데, 그들의 73년간의 결혼은 조지 3세와 샬럿 여왕의 57년을 뛰어넘는 최장 기록이었다. 필립 공은 2021년 4월9일 99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1952년 2월6일 부친 조지 6세가 사망하자 25세의 공주는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여왕이 됐다. 대관식은 1953년 6월2일 열렸고, 전 세계로 생중계됐다.

(런던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G7 정상 회의를 마친 후 런던 윈저성에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와 얘기를 하고 있다. (C) AFP=뉴스1

여왕은 해리 트루먼부터 조 바이든 까지 린든 존슨을 제외한 모든 미국 대통령을 만났다. 백악관에서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제럴드 포드, 로널드 레이건, 조지 H.W 부시(아버지 부시),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등 5명의 대통령의 환대를 받았다. 또 1951년 비오 12세부터 2014년 프렌치스코 까지 5명의 교황을 만났다.

왕실의 가족사는 힘겨웠다. 1992년까지 여왕의 자녀 중 3명의 결혼은 불행으로 끝났다. 특히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비의 불화와 별거, 이혼은 전세계의 관심을 끌었다. 1997년 8월31일 다이애나비가 사고로 사망했을 때 여왕은 입장을 늦게 냈다가 거센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근에는 해리 왕자와 메건 부부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오프라 윈프라와의 인터뷰를 통해 왕실의 문제점을 지적한 내용이 공개됐다. 이에 여왕은 성명을 통해 "지난 몇 년간 해리와 메건이 얼마나 힘든 시간을 보냈는지 알게 돼 온 가족이 슬퍼하고 있다"며 "제기된 문제들은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가족들에 의해 개인적으로 다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윈저 로이터=뉴스1) 우동명 기자 =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이 23일 (현지시간) 윈저성에서 연례 크리스마스 메시지를 녹화하고 있다. (C) 로이터=뉴스1

코로나19 팬데믹을 맞아 여왕은 영국 국민들을 독려하는데 힘썼다.

CNBC에 따르면, 여왕은 2020년 4월 초 윈저성에서 이례적인 화상연설을 했다. 이는 당시 보리스 존슨 총리가 코로나19 감염으로 입원하기 불과 몇 시간 전 방송됐다. 여왕은 "우리는 이전에도 도전에 직면했지만 이번은 다른 상황"이라며 "과학의 위대한 진보와 치유를 위한 공감을 통해 전 세계의 모든 국가들과 공동의 노력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팜 선데이 TV연설에서 여왕은 코로나19에 대한 승리를 약속했다. 여왕은 "우리는 성공할 것이고, 그 성공은 무리 모두의 것이 될 것"이라며 "우리가 아직 견뎌야 할 것이 더 많지만, 더 많은 날이 돌아올 것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