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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에서 유 창조"…'황의 법칙' 주인공이 본 삼성·TSMC 결정적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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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성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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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09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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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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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공부해야 합니다. 친구들한테 밥 좀 사시고요. TSMC? 충분히 극복할 산이라고 생각해요."

추석 연휴를 하루 앞둔 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 경영관 103호는 100석 남짓한 전 좌석이 꽉 찰 정도로 열기가 달아올랐다.

이날 부산행 기차표도 포기한 수강생이 있을 정도로 청중의 발길을 붙잡아 끈 강연자는 '황의 법칙'으로 유명한 황창규 전 KT 회장. 삼성과 KT를 거치는 동안 '미스터 칩(Chip·반도체)' '5G(5세대) 전도사' '국가 CTO(최고기술책임자)' 등 다양한 별칭, 직함으로 불린 우리나라 ICT(정보통신기술)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이날 황 전 회장은 일흔이란 나이를 떠올리기 어려울 정도로 강연석과 청중석을 오가며 열정적이고 생생한 경영담을 풀어놨다.



'삼성 반도체史 한페이지 장식' 자쿠로 회동, 직접 밝힌 뒷 이야기는···


황 전 회장은 올해 2학기부터 연세대학교 경영대 겸임교수로서 '상시 창조혁신과 21세기형 경영'이라는 과목에서 '4차 산업혁명과 혁신의 시작 : 혁신이 창조할 미래 기술과 사회' 특강을 맡아 7주 연속 연단에 선다.

그가 강단에 선 것은 지난 2019년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이후 3년 만. 삼성전자와 KT 재직으로 바빴던 시절에도 서울대, 연세대 뿐만 아니라 중국 베이징대, 미국 하버드대 등 국내외 유수 대학에서 강연을 펼쳤다. 당시 글로벌 우수 인재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란 지론을 갖고 한국의 기술 비전에 대해 설파하는 일을 마다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황 전 회장은 이날 특강 배경에 대해서도 "우리나라 경영학 분야에서 주로 공부되는 내용은 해외 기업들"이라며 "이번 기회를 통해 우리 IT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하나의 큰 임팩트(영향)를 주는 일례가 되길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황 전 회장이 국내에서 7회 분량 반학기 연속 강의에 나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상세한 강의 내용이 기대됐는데 학교 측도 강의 의도와 질을 고려, 학교 전 구성원에게 오픈하는 '퍼블릭 렉쳐(Public Lecture)' 형식을 택했다.

첫 강의는 '리스크 테이킹으로 만든 글로벌 1등 반도체 신화'를 주제로 열었다. 황 전 회장은 삼성전자가 D램을 넘어 낸드플래시에서도 최고 반열에 들어서게 된 리스크 테이킹 사례로, 이미 익히 알려진 2001년 '자쿠로 회동'을 꼽았다.

삼성전자가 당시 낸드플래시 시장 1등 기업이던 일본 도시바로부터 합작사 제안을 받았고 삼성전자 수뇌부도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했다. 그러나 황 전 회장은 만일 합작제안을 받아들이면 당장에 1등 기업 편승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도시바 그림자를 벗어나기 힘들다 판단했다. 무엇보다 삼성전자도 그동안 수많은 인재를 데려오고 낸드 개발에 매진했던 만큼 독자적으로 1등 기업이 될 수 있다고 믿었다.

일본 오쿠라 호텔 옆 샤브샤브 식당 '자쿠로'에서 당시 이건회 회장, 이학수 구조조정본부장, 윤종용 부회장, 이윤우 사장까지 총 다섯 명이 모인 자리에서 황 전 회장은 도시바와 경쟁해볼 만하단 의견을 피력했고 이는 도시바에 합작제안 거절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그의 말처럼 꼭 1년 뒤, 낸드플래시 세계 1위 기업으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했다.



이 대목에 대해 학생들의 끈질긴 질문이 이어졌다. 당시 리스크 테이킹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졌지만 수 천, 수 만 명 직원들의 명운이 걸린 상황에서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터기 때문이다. 리스크를 감수해야 할 때와 관리해야 할 때에 관한 기준은 무엇인지, 리스크를 감수해야겠다고 판단은 타고난 직관에서 발현되는 것인지 노하우가 있는지 등 질문들이 집중됐다.

이에 대한 황 전 회장은 답변은 두 가지로 압축됐다.

항상 공부할 것, 그리고 주변에 우군을 많이 만들어 둘 것이다. 낸드플래시에서 독자적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판단은 결코 그냥 나오지 않았다. 황 전 회장이 박사학위를 받을 당시부터 플래시메모리에 관심이 많았고 플래시메모리 기업은 모두 벤치마킹 해뒀다. 그 결과 미래 모바일 시장은 플래시메모리가 주도할 것이란 믿음이 생겼다. 이같은 믿음에 기반, 당시 반도체 생산 기존 6, 7 라인을 별도 투자 없이 플래시라인으로 변환해 둔 준비성은 이 회장을 설득하는데 큰 힘이 됐다.

황 전 회장은 "플래시메모리를 해 볼만하단 생각은 갑자기 한 게 아니라 어찌 보면 자쿠로 회동 10년, 15년 전부터 해왔던 생각"이라며 "용기를 낸다고 다 된다는 보장은 없다, 자신을 도와줄 수 있는 (일을 실행시켜 나갈) 우군들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답했다.

황 전 회장은 고위층에서 결정된 사안은 곧바로 맡은 부서로 가져와 사내 다른 임직원들과 공유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졌다고 밝혔다. 즉 공유 과정을 통해 아이디어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고 실패 확률도 줄여 나간 것이다.

그는 "위에서부터 리스크 테이킹에 관해 굉장히 긍적적 마인드를 갖는 분위기가 중요하다"며 "그런 다음 위험 요소들을 분석해서 끝장 토론도 해보고 설득하고 직급에 관계없이 그 문제에 대해 최고로 잘 아는 실무자 이야기도 듣는 과정에서 문제를 해결할 창의적 아이디어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위험 감수엔 오너 의지 중요···이건희 회장의 통찰은 어디에서 나오냐면···"


/사진=김성은 기자
/사진=김성은 기자

혁신을 위한 리스크 테이킹이 받아들여지는 데 있어 또 한 가지 중요한 포인트는 오너의 결단이었다. 한 때 반도체 왕국이었던 일본이 어느순간 한국에 맥없이 주저 앉은 것도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 비해 오너십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황 전 회장은 자신이 느낀 이건희 회장의 통찰력에 대해서도 공유했다. 이 회장은 황 전 회장이 1989년 삼성에 몸 담게 한 장본이기도 했다. 이 회장의 당시 '한 명의 천재가 10만, 20만을 먹여 살린다'는 천재론에 따라 삼성은 글로벌 인재 확보에 나섰는데 이 과정에서 진대제 전 정보통신부 장관, 황 전 회장과 같은 걸출한 스타 CEO들이 발굴됐다.

황 전 회장은 미국 스탠포드대 책임연구원 및 인텔 자문 자리를 떠나 고국으로 귀국, 임원제안도 거절하고 부장직에서부터 근무를 시작한 것을 개인적 리스크 테이킹 과정이었다고 회고했다. 처음부터 관리자(임원)가 아닌 기술개발 부장으로 일한 3년은 그에게 값진 경험이 됐다.

황 전 회장이 이 회장의 통찰을 느꼈던 특별한 순간은 인텔조차 적자로 고전했던 반도체 최대 불황기 2001년, 당시 이 회장이 "(상황이 어렵다고 지금 투자하지 않으면)후배들은 언제 1등 해보겠냐"며 질책하고 조단위 투자를 밀어붙인 때다.

황 전 회장은 이 회장 독려에 힘입어 반도체 공장 6라인까지 짓고 삼성을 떠났다. 그 이후로도 삼성전자는 반도체 투자를 지속했는데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방한시 방문했던 평택 공장이 18번째 라인이다.

황 전 회장은 이 회장의 통찰이 나오는 과정에 대해 믿을 만한 사람에게 전적으로 위임→경청→혼자만의 숙고-→전광석화같은 결단이라고 정리했다.

황 전 회장은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위임이라 생각한다"며 "위임받는 순간 더 큰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되고 이 효과는 아래 직원들로도 내려가는데 요즘 대기업 중 이와 반대로 전무가 부장 역할 하는 기업이 생각보다 많다, 이것은 망하는 회사의 첫 번째 길"이라고 지적했다.



20대 경영학도들과 허심탄회 대화 이어간 백전노장···2시간 명강연


/사진=머니투데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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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전 회장은 2009년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을 끝으로 삼성에서 물러났다. 삼성을 떠난지 10년이 지났지만 삼성전자 반도체 황금기 초석을 다진 주요 인물이었기에 이날 청중들로부터 삼성전자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다양한 궁금증들이 제기됐고 황 전 회장 역시 본인의 경험에서 우러난 '꿀팁'들을 격의없이 모두 공유했다.

"엔지니어 출신인데 관리자로서의 과제는 어떻게 극복했는지"에서부터 "회사라면 돈을 버는 게 중요할텐데 당장 돈이 안되는 기술 개발에 매달리는 부서는 어떻게 독려했는지" "종합반도체 회사로서의 삼성이 위탁생산 등 결이 다른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서로 부딪치는 부분은 없을지" "1등 기업이 되고 난 다음 롤모델이 없는데 혁신 동인은 어디서 찾을지" 심지어 "삼성전자 주식을 계속 들고 있어도 될지"까지 다양했다.

황 전 사장은 "먼저 다가가 네트워킹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나와 별로 안맞는다고 생각한 친구가 내 세상에 들어오기 시작하면 내 세상이 그만큼 넓어진다, 친구들한테 밥 좀 사라"고 말했다.

혁신 유도를 위한 R&D의 중요성도 줄곧 강조했다. 자신의 삼성전자 사장이던 시절, 매 해 매출의 10~15%라는 상당히 많은 자본을 R&D에 투입했다. 또 당시에는 당장 돈을 벌지 못했지만 CTF(Charge Trap Flach)같은 미래 반도체 기술을 연구하는 부서는 B+ 이상의 고과를 담보해줬다.

그는 현재의 삼성이 공략중인 파운드리(위탁생산) 시장에서 과반 이상의 점유율을 자랑하는 대만 TSMC의 아성도 넘을 수 있을 것이라 자신했다. 황 전 회장은 "삼성전자는 무에서 유도 만들었다, 위탁생산은 없던 기술을 최초로 만들어내는 걸 업으로 하지 않는다, 수 백~수 천개 회사로부터 받은 설계를 얼만큼 생산라인을 잘 쪼개 잘 운영하고 기술 마케팅하느냐가 관건이기에 TSMC도 충분히 극복할 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신도 "삼성전자 주주"라며 "주식은 팔지 않고 계속 갖고 있을 것"이라고 말해 좌중 웃음을 자아냈다.

일본을 꺾고 난 다음의 경영에의 방향은 주로 고객사 등 최고기술책임자(CTO)들에게서 힌트를 얻었다. 그는 "내가 만들어 낼 반도체가 미래의 어떤 시스템의 어떤 모양새로 적용될지를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내 고객사의 CTO"라며 "부품사의 CEO라면 통상 상대 회사 CEO나 구매총괄을 만나는게 관례였지만 나는 그러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날 강연 시간(1시간)에 버금갈 만큼의 질문들이 끊이지 않고 이어진데다 황 전 회장의 비기가 쏟아진 덕에 강의가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는 학생들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황 전 회장은 남은 6차례의 강연 동안 △파괴적 혁신 △미래의 예측 △기술의 선점 △위기의 대응 △융합의 실천 △혁신을 이루는 경영자의 자세을 주제로 강연할 예정이다.

다음은 황창규 전 KT 회장 학력 및 주요 경력.

△1953년 부산 출생 △부산고등학교 졸업 △서울대 전기공학과 학·석사 △매사추세츠주립대 전기과 박사 △미국 스탠포드대 책임연구원 △미국 인텔 자문 △삼성전자 반도체 DVC 개발 담당 △삼성전자 반도체연구소장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대표이사 부사장)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삼성전자 반도체총괄 사장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 △지식경제부 최고기술경영자 △UN 인권정책센터 이사 △성균관대학교 석좌교수 △KT 대표이사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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