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보안법 존폐 이번엔? 헌재 내일 첫 공개 변론...8번째 결정 앞둬

(서울=뉴스1) 임세영 기자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과 헌법 재판관들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7월 심판사건 선고에 참석하고 있다. 2022.7.21/뉴스1

이적행위와 이적표현물 소지·유포를 금지한 국가보안법을 놓고 헌법재판소에서 찬반 논쟁이 벌어진다.


헌재는 오는 15일 오후 2시 국가보안법 제2조 1항, 제7조 1·3·5항의 위헌 여부를 심리하기 위해 공개 변론을 연다. 개인 헌법소원과 법원이 낸 위헌심판제청 총 11건이 병합된 사건이다.

국가보안법 제2조 1항은 반국가단체를 '국가를 변란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내외 결사 또는 집단'으로 정의한다.

같은 법 제7조 1·3·5항은 반국가단체나 구성원의 지시를 받아 찬양·고무·선전 또는 이에 동조할 경우, 이를 위한 목적의 단체에 가입한 경우, 이적행위를 목적으로 문서·도화 기타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하거나 취득할 경우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한 법원 재판부는 이적 행위나 표현물에 대한 기준이 포괄적이고 불명확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적 행위조항 및 이적표현물 조항은 포괄적이고 불명확한 용어를 사용해 그 적용 범위가 광범위하고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며 "어떤 표현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되는지 예측하기 어렵게 해 자기검열에 의한 위축 효과가 생겨 민주주의의 발전을 저해시킨다"고 밝혔다.


위헌제청신청인과 위헌소원 청구인들도 국가보안법이 규정한 이적행위의 개념이 막연해 자유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청구인들은 "양심의 자유,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학문·예술의 자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등을 침해한다"고 밝혔다.

반면 이해관계인인 법무부는 남북이 대립하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법이라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헌법이 개정되지 않는 한 북한은 우리 대한민국 헌법과 합치되기 어려운 반국가단체"라며 "국가보안법의 입법목적을 일탈하는 확대해석이나 법 적용에 자의적인 판단은 허용되지 않기 때문에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했다.

법무부는 미디어 환경과 이적 표현으로 인한 피해를 국가보안법 존립 근거로 든다. 법무부는 "사상을 자유시장에 맡겨야 한다는 이론은 정보 확증편향이 쉽게 발생할 수 있는 미디어 환경 변화를 간과한 것"이라며 "특히 이적 표현의 확산으로 인한 해악은 엄청난 국가적 손실과 분열을 겪어야 치유될 수 있으므로 사상의 자유시장에 맡길 수 없다"고 했다.

헌재는 이번 공개 변론에서 양측 참고인의 주장도 들을 예정이다. 청구인 측 참고인으로 김종철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이해관계인 측 참고인으로 차진아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출석한다.

헌재는 "국가보안법의 존폐에 관해서는 학계는 물론 국민 사이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공존하고 있다"며 "이번 변론을 국가보안법에 대한 헌법적 논의의 장으로 삼아 이를 바탕으로 심판대상조항의 위헌 여부를 판단할 계획"이라고 했다.

헌재가 국가보안법에 대해 공개 변론을 여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가보안법은 이제껏 7번 헌재의 심판대에 올랐는데, 헌재는 줄곧 합헌을 선고했다.

최근 결정은 2015년에 있었다. 당시 헌재는 국가보안법이 "반국가단체나 그 동조 세력에 의한 사회적 혼란을 방지하고 국가전복 시도 등을 사전에 차단해 국가의 안전과 국민의 생존 및 자유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합헌 결정했다. 또 "안보 현실에 비춰 구체적 위험이 현존하지는 않더라도 이적행위를 규제하는 것을 표현의 자유 침해로 볼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