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초강세' '고금리'…건설사 '악' 소리난다

[서울=뉴시스] 이영환 기자 =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전 거래일(1373.6원)보다 19.4원 오른 1393.0원에 출발한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를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13년 5개월여 만에 최고치를 보이고 있다. 2022.09.14.

달러 초강세와 금리 인상 기조에 건설사의 고민도 커진다. 해외사업장이 많은 건설사는 환차익에 따라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지만 해외 원자잿값 급등 등 시장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자금이 선진국으로 이동하면서 신흥국에서 해외 수주 기회가 줄어드는 등 부정적인 요인이 더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속적인 통화 긴축 정책에 국내 건설업의 타격도 불가피해 보인다.
해외 영업이익 일부 증가·전체적인 영향 제한적 원·달러 환율이 지난 14일 1390원을 돌파한 후 16일 장초반 1390원대 후반에서 오르내리며 달러 강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달러 초강세가 이어지면서 해외사업장이 많은 건설사는 환율 상승으로 인해 환차익이 증가해 실적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현대건설 (33,250원 ▲850 +2.62%)은 국내 주택사업을 활발하게 하지만 해외 매출도 올 6월 말 기준 40.9%를 차지한다. 해외 대부분의 사업장은 달러로 계약한다. 삼성엔지니어링 (24,750원 ▼950 -3.70%)은 해외 매출 비중이 60%로 국내(40%)보다 더 높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환율상승으로 기존 해외사업장은 회계적으로 환차익을 거둬 영업이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다만 달러강세일 때 신규 사업장을 수주하면 이후 달러가 하락할 경우 반대로 환손실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달러 강세는 해외 사업장 이익에는 도움이 된다"면서도 "기자재 조달과 공사비 등은 현지화나 달러로 지불하는 경우가 있고 선물환 매도를 통해 환헤지를 하고 있어 전체적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원재료 수입 부담 증가·신흥시장 수주 위축…건설업 장기침체 건설업계와 전문가들은 달러 강세와 금리 인상 기조가 장기화할 경우 건설업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원자재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달러 강세로 업계의 부담은 더 늘어나기 때문이다.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 5월까지 수출입물가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30.9% 상승했으나 환율상승의 영향으로 원화 기준으로는 51.5% 상승했다. 같은 기간 시멘트의 주원료인 유연탄의 수입물가지수는 달러 기준으로 187.8% 상승했고, 원화 기준으로 233% 상승했다.

해외 원재료 인상은 고스란히 국내 업계에 연쇄 영향을 주고 있다. 시멘트업계는 올 2월 시멘트 가격을 톤당 17~19% 올린 데 이어 이달부터 시멘트 가격을 11.7% 인상하겠다고 선언했다. 레미콘업체들은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무기한 조업 중단을 예고하는 등 건설 현장은 또다시 멈출 위기에 놓여 있다.


전문가들은 금융위기 이후 주요 선진국들의 양적완화 정책으로 건설업이 호황을 누렸다면 지금은 반대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빈재익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달러 강세 현상은 단기적으로 일부 건설사는 이득이 될 수 있으나 이런 추세가 이어질 경우 이머징마켓의 자금이 미국 등 선진국으로 이동하고 주요 수주 텃밭인 아시아 시장에서 수주 물량이 축소하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도 부정적"이라고 말했다.

빈 연구위원은 "미국의 통화 긴축으로 고금리·고환율에 따른 국내 여파는 장기적으로 원자재가격 인상과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부동산개발, 민간투자 사업 등 건설업 전체 시장을 위축시키는 등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한편 8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폭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면서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이 오는 20~21일(현지시간)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를 1.0%포인트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미 연준이 9월, 11월, 12월 등 올해 세 차례의 FOMC에서 기준금리를 연이어 올리면서 연말에는 4.25~4.5%가 될 것이란 전망을 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