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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아재의 건강일기] ⑬ 남자들의 '슬기로운 부엌 생활' 필살기

머니투데이
  • 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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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18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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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계란 2개 삶는 기구(왼쪽)와 소금과 후추 전동 그라인더. 보다 손쉽고 효율적인 전자 주방용품을 통해 건강한 음식 만들기에 재미를 높이고 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계란 2개 삶는 기구(왼쪽)와 소금과 후추 전동 그라인더. 보다 손쉽고 효율적인 전자 주방용품을 통해 건강한 음식 만들기에 재미를 높이고 있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건강해지려면 부엌을 사랑해야 한다. 부엌 생활에 익숙해지지 않고서는 건강해지기 어렵다. 물론 건강식을 배달로 시켜 먹을 수도 있고, 건강 밀키트를 종류별로 구매해 쟁여 놓고 먹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재료를 씻고 칼질하고 이런저런 양념을 뿌리는 작은 수고로움이 동반되지 않는 음식은 이상하게도 건강하게 먹은 느낌이 덜하다.

내가 직접 만들어 먹는다는 뿌듯함일까, 아니면 적절한 노동에 대한 정당한 보상 심리 때문일까. 그것이 무엇이든 부엌에 오래 머무르는 자만이 건강한 음식을 먹을 권리와 먹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존재한다고 믿는다.

하지만 부엌은 그리 쉬운 남자들의 놀이터는 아니다. '부엌=어머니'라는 해묵은 공식이 심리 한편에 자리잡은 데다, (요즘 많이 분위기가 달라지긴 했지만) 적어도 나처럼 50대 중년 남자들에게 요리는 여성의 세심한 손길이 닿아야 한다는 막연한 믿음이 존재하는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2015년 5명의 상(床) 남자와 인터뷰한 적이 있다. 마초적 의미의 상(上)이 아닌 상을 차리는 남자의 이야기인데, 저마다 그 이유가 달랐다.
조영학(소설번역가)씨는 전적으로 아내를 위한 사랑에서 부엌데기를 자처했다. 오죽하면 'You say, it's done'(당신이 원하면 뭐든지 이루어 드리리)라는 말을 주문처럼 읊을 정도다.

강성민(출판사대표)씨는 엄마표 음식으로 버틴 기억을 버리지 못해 요리하고 유정훈(변호사)씨는 연구를 통한 최고의 맛을 구현하기 위해 부엌을 드나든다.

나는 고지혈증으로 시작해 당뇨까지 엄습한 상황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부엌을 찾았다. 첫 부엌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샐러드가 필수였기에 녹색 잎 채소를 물로 씻고 헹구는 과정이 고역이었다. 상추 하나씩 씻고 물기 빼고 터는 데만 거의 20분을 소비했다. 샐러드는 무지갯빛이 좋다 하여 오이와 파프리카를 썰고 사과·토마토·블루베리 꺼내 정리하고 여기에 화룡점정 격으로 아몬드와 호두를 갈아 마무리 토핑으로 장식한다. 이렇게 정리하고 나면 샐러드 준비에만 총 40분이 걸린다.

아침 단백질 보충을 위해 계란을 삶는 것도 불편했다. 라면 삶는 냄비에 계란 하나 넣는 것부터 비효율적이었다. 건강을 위해 선택한 부엌의 불편한 일들은 한두 달 참을 만했지만, 그 이상은 무리였다.

1~2만원대 주방용품들. 야채를 수월하게 씻는 야채탈수기(왼쪽), 무른 토마토와 칼에 달라붙는 오이 썰기에 적합한 세라믹 칼, 붙박이 장처럼 고정돼 사용하는 넓은 도마가 재료 손질에 도움을 준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1~2만원대 주방용품들. 야채를 수월하게 씻는 야채탈수기(왼쪽), 무른 토마토와 칼에 달라붙는 오이 썰기에 적합한 세라믹 칼, 붙박이 장처럼 고정돼 사용하는 넓은 도마가 재료 손질에 도움을 준다. /사진=김고금평 기자

그때 초보 부엌데기가 주방용품점에서 쇼핑하다 우연히 야채탈수기를 발견했다. 나만 모르는 용품이었을지 모르지만, 여하튼 되게 신기했다. 가뜩이나 야채 씻는 걸로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기에 보는 즉시 구매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1만원도 안 하는 기기 하나에 아침 야채 스트레스가 완전히 날라갔다. 야채를 탈수기에 담아 1, 2분 후에 손으로 돌리기만 하면 모든 일이 깔끔하게 해결되는 신기한 물건에 애착이 적지 않았다. 아침에 눈을 뜨면 탈수기를 사용해보고 싶어 부엌에 달려가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평소 현대 사회의 고발이나 비판 문구로 종종 애용한 미술가 바바라 크루거의 '나는 쇼핑한다 고로 존재한다'(I shop therefore I am)가 이때부터 실천어로 통용됐다. 데카르트의 명언을 차용해 비튼 이 명제는 자본주의 시대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소비의 덕목을 요약한다. 부엌을 좀 더 쉽고 친숙하며, 심지어 재미있는 놀이터로 여기기 위해선 어느 정도 '부엌 쇼핑'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무엇보다 남자들의 진정한 놀이터가 되기 위해선 되도록 자동차나 IT 같은 테크닉 위주의 전자기기가 요구됐다. 요리하는 건 싫어도 전자기구를 다루는 걸 싫어하는 남자들은 별로 없을 듯했다.

아날로그 전자기구인 야채 탈수기 이후에 눈여겨본 아이템은 계란 삶는 기기. 시중에 정말 많은 아이템이 있었지만, 대개 6인용 이상 제품들이었다. 그렇게 수 시간을 뒤져 만난 2인용 제품은 공간이 부족한 내 주방 크기와 예쁜 디자인, 복잡하지 않는 조리 시간에 딱 맞았다. 배송비가 비싼 게 흠이었지만, 눈 딱 감고 몇 차례 과소비를 용인할 참이었다.

그다음으로 점찍은, 그러나 살까 말까 무척 망설이다 결국 구매한 전자 용품은 전자동 소금&후추 그라인더였다. 이 제품은 말 그대로 따끈한 '신상'이었다. 나온 지 채 한 달도 되지 않은 제품인데, (많이 알려졌다시피) 버튼을 누르면 소금이나 후추가 맷돌 방식으로 갈려 나온다. 이전 제품과 차이라면 건전지 대신 USB로 충전해 가볍고 후기 비용이 적게 든다는 점이었다.

요 정도 세팅만으로 아침 차리기가 너무 편해졌다. ①야채 탈수기를 이용해 샐러드 준비를 끝내고 ②그 위에 소금과 후추를 전자동 버튼 한 번으로 슥슥 흩뿌리고 ③계란 한 개를 기기 위에 올려놓고 버튼만 누른 뒤 ③치즈와 토마토를 넣은 치아바타를 에어프라이어에 넣고 돌리면 식사가 20분 안에 모두 완성됐다.

요리에 필요한 주방용품들. /사진=유튜브 캡처
요리에 필요한 주방용품들. /사진=유튜브 캡처

아침 식사를 완성하는 이 동선에서 손발이 이리 착착 맞는다는 느낌을 받을 줄은 생각도 못했다. 실용적인 기기로 효율적인 아침 식사를 끝내놓고 보니, 건강한 음식을 재미있게 먹을 수 있다는 기쁨과 부엌에 자주 드나들고 싶은 욕망이 어우러져 몸이 더 좋아질 거라는 기대감이 높아졌다.

내친김에 도마와 세라믹 칼도 새로 구입했다. 꺼내 쓰는 도마 말고 상시 붙박이처럼 놓인 도마를 구입하고 싶어 오랫동안 '부스블락' 제품을 눈여겨봤으나, 30만원 이상 고가 제품이라 일찍이 포기하고 이케아의 2만원대 '붙박이 도마'를 구입해 지금처럼 사용하고 있다. 만족도도 100%다. 제품 질에 대한 만족도라기보다 사용 편리함에 대한 만족도에서 그렇다. 큰 도마에서 담을 용기 한쪽에 올리고 각종 채소를 다른 한쪽에서 다듬어 바로 넣을 수 있는 편리함은 형언하기 어렵다.

세라믹 칼은 아직도 '감탄의 대상'이다. 세라믹 칼로 바꿨다가 날이 쉽게 부러져 난감하다는 사용 후기도 여럿 보면서 구매를 망설였지만, 써 본 뒤 만족감은 실로 대단했다.

무엇보다 채소를 다루는 데 이만한 칼이 없었다. 그전에 사용하던 칼은 오이를 자를 때 자꾸 칼에 오이가 엉겨 붙어 떼어 내기 바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칼에 랩을 씌워 자르라는 꿀팁도 사용했지만 오이 써는 시간보다 랩 붙이는 시간이 더 오래 걸려 이내 포기했다. 오이를 재빨리 썰면서도 오이가 달라붙지 않는 마법은 세라믹 칼에서만 맛볼 수 있다.

무른 토마토를 자를 때에도 이 칼은 위용을 뽐낸다. 토마토 알이 터져 삐져나오지도 않을뿐더러 아무리 물러도 원하는 두께로 착착 맞춰 썰린다. 세라믹 칼을 사용하고부터 그 재미와 효능에 모든 음식을 다 썰고 싶은 유혹을 참아야 했는데, 결과적으로 평소 먹는 것보다 더 많은 양을 먹는 부작용을 경험해야 했다.

건강한 음식 만들기에 대한 정의는 모두 다르다. 어떤 이에겐 재료가 제일 중요한 덕목이고 누군가는 조리 방법, 또 누군가는 양이나 종류가 그 기준이 될 것이다. 나에겐 '라이킹'(liking)이다. 신기한 전자 주방용품이 많아서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쓰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끌림'의 정서가 중요하다.

지난해 12월 당뇨 진단을 받고 그간 이런저런 기기들로 재미있게 요리하며 식생활을 바꾼 결과는 지난 몇 번의 성적표에서 이미 밝힌 바 있다. 수많은 남성들이 부엌이나 요리에 이제 거부감이 없고 되레 즐기거나 당연시하는 풍토가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꺼리거나 자신의 역할이 아닌 것 같은 이들에게 색다른 주방용품은 분명 다른 길을 안내해 줄 대안이 될지도 모른다. 주방이 두렵다면 용품에 관심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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