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전기요금 발표, 하루 전 돌연 연기…약관 고쳐 추가 인상?

다음달 1일부터 공공요금인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시에 인상된다.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으로 평균 월 1525원, 가스요금은 가구당 월 2220원의 부담이 늘어난다. 오는 10월에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또 동시에 인상된다. /사진제공=뉴스1

정부가 연료비 조정단가를 이유로 4분기 전기요금 인상안 발표를 돌연 연기했다. 오는 10월까지 열흘밖에 남지 않는 상황에서 갑작스레 최종 인상 결정을 연기한 만큼 정부가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기 위해 관련 약관 개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1 발표 예정이던 한국전력의 4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공개 일정은 잠정 연기됐다"며 "한전에 연료비 조정단가 등 4분기 전기요금과 관련해 관계부처 협의 등이 진행 중이므로 추후 그 결과를 회신받은 후 4분기 전기요금을 확정하도록 의견을 통보했다"고 20일 밝혔다.


앞서 산업부 전기위원회는 이번 주 내로 회의를 열고 4분기 전기요금 인상안을 최종 결정하기로 했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단가,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산업부는 지난해부터 계획된 1㎾h(킬로와트시) 당 기준연료비 4.9원 인상 이외에 국제 연료비 가격 변동에 따른 조정단가 적용 폭을 두고 기획재정부 등 관련 부처와 논의 중이었다.

국제적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기준연료비 4.9원 인상만으로는 한전의 적자를 해소할 수 없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에 연동되지 않는 전기요금이 계속 유지된다면 연말에 기준연료비 등을 대폭 인상해야 한다"며 "요금 현실화를 미룰수록 결국 국민 부담이 더욱 가중된다"고 말했다.

상반기 한전의 적자는 14조원 규모로 전년 대비 75배 수준까지 악화됐다. 올해 총 30조~40조원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연료비 상승이 적자의 주된 원인이다.

문제는 국제 연료비 상승분은 반영할 수 있는 '연료비 조정단가'도 현재 구조상 추가 인상이 어렵다는 점이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분기·연간 최대 상·하한 폭이 1㎾h당 ±5원이다. 이미 3분기에 5원을 한꺼번에 인상해 4분기에는 더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추가 인상을 위해서는 한국전력이 이사회를 열고 관련 약관을 개정해야 한다.


때문에 산업부가 연료비 조정단가를 이유로 발표를 연기한 것을 두고 약관 개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해야 하는 에너지 위기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전력당국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약관 개정 관련 이사회 소집은 없는 것으로 알지만 위기 상황인 만큼 기민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약관 개정뿐만 아니라 최종 전기요금 인상분을 두고 기재부와 산업부 간 협의 과정이 길어지는 것 아니냐는 주장도 나온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전년동월 대비 5.7%로, 6월 6.0%, 7월 6.3%에 이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1400원대를 넘보는 원/달러 환율로 고환율 위기까지 겹친 상황이다. 물가당국 입장에서는 고물가·고유가·고환율 등으로 인해 공공요금 인상에 나서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