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율 더 빨리 높여라" 갈길 바쁜 SK온 재촉하는 美 IRA

SKBA(SK배터리아메리카)의 조지아 공장. 왼쪽이 조지아 2공장, 오른쪽이 조지아 1공장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으로 국내서 생산된 전기차가 현지에서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현대자동차그룹의 현지 전기차 생산 시점도 앞당겨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배터리 공급사도 덩달아 바빠질 처지다. 해외사업장 수율 제고 작업이 한창인 SK온이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국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SK온 등 국내 기업으로부터 배터리를 공급받을 계획이다. 국내에서는 양사 공급 비중이 균등했지만, 미국에서는 SK온 비중이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 현대차가 추진하고 있는 현지 배터리 합작사(JV) 파트너로 SK온이 낙점됐다는 전언이 나올 정도다.


SK온은 올 상반기 1공장 가동을 개시했다. 내년 2공장 가동이 예고돼있다. 합산 생산 규모는 21.5GWh다. 입지도 현대차·기아 공장과 가깝다. 현대차그룹의 주요 생산설비는 조지아주·앨라배마주와 인접했다. SK온과 같은 주거나, 이웃한 주에 현대차·기아의 생산설비가 집결해있어 신속한 공급과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다.

SK온은 국내 배터리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대규모 미국 투자를 단행했다. 현대차그룹 입장에서는 갑작스러운 IRA 발효에도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토대가 됐다. 관건은 수율이다. SK온의 현재 최대 숙제는 대규모 해외사업장의 수율 개선이다. 정상적인 완제품 출고 비율이 저조한 상태다.

배터리업계에서 저조한 수율은 일종의 성장통으로 여겨진다. 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도 한 차례씩 앓았던 문제다. 국내보다 큰 규모의 해외공장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불량품이 증가해 수율이 낮아지게 된다. 한차례 수율 개선 작업이 완료되면 노하우를 축적한 인력들이 다른 현장으로 건너가 현지 수율 개선 작업에 투입된다.


한 차례의 성장통이 다른 생산거점의 정상화 속도를 앞당기는 기폭제로 작용한다는 의미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조기 전기차 생산의 관건이 지구 반대편 SK온 헝가리 코마콤공장의 수율 개선에 달려있다고 평가한다. 업계에 따르면 코마콤 공장의 수율은 75% 안팎으로 알려진다.

SK온은 "유럽·미국 등 주요 해외공장 수율은 지속 상승하고 있다"면서 "공장마다 완공 시점 및 라인별 가동 예정 시점이 전부 상이하지만, 헝가리 공장 일부 라인의 가동이 이뤄지고 있고, 나머지 라인들도 연말까지 가동될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는 SK온 수율 작업이 내년 3분기까지 정상범주에 들어서면 SK온의 안정적 납품에 힘입어 현대차그룹의 미국 조기 전기차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 예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SK온이 생산한 배터리셀은 현대모비스가 미국 현지에 짓고 있는 배터리팩 공장에서 완제품 형태로 조립돼 현대차·기아 미국 전기차 생산기지로 보내지게 된다"면서 "배터리팩 공장이 2024년 1분기 가동이 목표기 때문에, 현대차그룹의 북미 전기차 생산할 수 있는 시점도 아무리 빨라야 2024년 1분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