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 가족 전기료 월 3000원 오를까…'서민부담' 막판 고심

(서울=뉴스1) 허경 기자 = 다음달 1일부터 공공요금인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시에 인상된다.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으로 평균 월 1천525원, 가스요금은 가구당 월 2천220원의 부담이 늘어난다. 오는 10월에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또 동시에 인상된다. 가계와 자영업자 등의 물가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진은 30일 서울시내 다세대주택의 가스 계량기 모습. 2022.6.30/뉴스1

정부가 국제 에너지 가격 상승분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해 1㎾h(킬로와트시)당 약 10원의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한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전기요금이 월 평균 3000원 정도 늘어나는 셈이다. 한국전력의 추가 적자를 막기 위해선 1㎾h당 50원 수준의 인상이 필요하지만 물가와 서민 생계 부담 등 현실적 문제를 고려할 때 10원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인상폭이란 게 당국의 판단이다.


22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는 오는 10월 전기요금을 1㎾h당 9.9원 인상하는 방안을 놓고 기획재정부 등과 막판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관계자는 "기존에 계획된 기준연료비 4.9원 인상 이외에 국제 연료비 가격 상승을 반영한 연료비 조정단가 5원 인상을 두고 부처 간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와 한국전력은 국제 연료 가격 폭등이라는 현실을 반영하기 위해서는 1㎾h 당 50원의 요금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입하는 기준가격인 전력도매가격(SMP)은 1㎾h 당 지난해 평균 93.98원에서 올해 1월 153.82원을 넘어서더니 4월 201.58원까지 치솟았다. 지난 8월에는 196.02원을 기록하며 다시 200원 돌파를 앞두고 있다. SMP를 결정하는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폭등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이유로 산업부와 한전은 지난 7월에도 전기요금 인상분을 1㎾h 당 33.6원으로 책정했으나 물가당국과의 최종 협의 과정에서 5원으로 결정됐다. 산업부 관계자는 "국제 연료비 가격 상승분을 반영하려면 50원 인상이 필요하지만 고물가·고환율 등 어려운 우리 경제의 현실적 여건을 반영해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을 10원으로 변경하는 내용을 두고 물가당국과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기준연료비, 연료비 조정단가, 기후환경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연료비 조정단가는 국제 연료 가격 상승·하락을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해 분기·연간별로 조정하며 최대 적용 폭은 1㎾h당 ±5원이다. 다만 지난 3분기에 5원을 반영해 4분기에 더 올릴 수 없는 상황이다.


산업부는 1㎾h당 ±5원이라는 상·하한 제한 폭이 현재와 같은 에너지 비상 상황에 대응할 수 없는바, ±10원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기획재정부와 협의 중이다. 필요 인상분 50원에 비해 대폭 후퇴한 방안이지만 고물가, 고환율이라는 우리 경제 상황을 반영한 결정으로 알려졌다.
연료비 조정단가 상·하한 폭이 조정된다면 오는 10월부터 1㎾h 당 9.9원의 전기요금 인상이 예상된다. 4인 가족이 한 달 평균 사용하는 전력량(307㎾h)을 고려하면 월 평균 3000원의 추가 요금이 더 붙는다.

공공요금 인상에 따른 서민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지만 9.9원 인상분으로는 한전의 적자 해소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한전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총 전력소비량은 5억3343만811㎿h였다. 10원 인상분을 반영하면 1년에 5조3343억원이 추가로 걷히지만, 단순 계산하면 한전의 상반기 적자 14조원을 메꾸는 데에만 2년 반 이상이 걸리는 셈이다.

정부는 이같은 위기 상황에 대처하고자 원가 회수율이 60%대에 머물고 있는 산업용 전기요금 개편에 나설 계획이다. 에너지 다소비 기업을 대상으로 기재부와 협의를 거쳐 점차 요금 인상을 추진한다. 마찬가지로 원가 회수율이 25% 선에 그치고 있는 농업용 전기 등 전기요금 특례제도의 혜택을 받는 전기 사용분에 대해서도 점차 현실을 반영해 요금 인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다음달 1일부터 공공요금인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동시에 인상된다. 전기요금은 4인 가구 기준으로 평균 월 1천525원, 가스요금은 가구당 월 2천220원의 부담이 늘어난다. 오는 10월에는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이 또 동시에 인상된다./사진제공=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