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누가 소맥 먹나요"…와인의 시대, 가전도 같이 뜬다

/사진 = 이주희 인턴 디자인기자

소맥(소주+맥주)과 위스키, 막걸리 등 전통적 주류의 아성이 와인이 새 경쟁자로 부상했다. 깔끔한 맛과 낮은 칼로리, 간편하게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각광받으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도 혼술(혼자 즐기는 술)과 홈술(집에서 즐기는 술)의 대명사가 됐다. 가전업계는 늘어나고 있는 애호가들에 발맞춰 기존 냉장고의 와인 성능을 강화하거나 와인셀러 라인업을 대거 추가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와인 시장은 매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국세청과 관세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간 주류품목별 반출량 및 수입량'에 따르면 2017년 와인 수입량은 3만6517㎘였지만, 2019년 4만4092㎘로 뛰더니 지난해 7만6881㎘로 2배 넘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소주(94만5860㎘→ 82만5848㎘)와 맥주(215만3052㎘→179만4232㎘) 반출량이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가전업계는 높아지는 와인 인기에 발맞춰 와인 보관용 가전을 잇따라 선보이고 있다. 와인은 온도 변화와 태양광, 습도에 민감하기 때문에 애호가들은 일반 냉장고 대신 와인셀러(와인 전용 냉장고)를 구비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냉장고의 와인 보관 성능을 업그레이드해 냉장고 속 제2의 와인셀러를 보유하는 것도 방법이다.

삼성전자는 집 안의 모든 가전을 연결해 주는 인공지능(AI) 기반 통합 가전 솔루션인 '스마트싱스 홈 라이프'를 이용, 소믈리에 앳 홈 기능을 일반 냉장고(비스포크, 비스포크 큐브) 냉장고에서도 쓸 수 있도록 했다. 소믈리에 앳 홈 기능을 이용하면 휴대전화로 와인 라벨을 촬영하는 것만으로도 체계적 관리를 지원한다. 또 7만건 이상의 와인 데이터베이스를 활용, 집 안에서 도수와 와인 생산 지역까지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의 'LG 디오스 오브제컬렉션 와인셀러'는 8병부터 49병, 77병, 81병, 121병을 보관할 수 있다. 역시 스마트폰의 LG 씽큐 앱을 연동한 뒤 와인의 전면 라벨을 찍으면 이름, 종류, 생산지, 가격, 풍미, 어울리는 음식 등 각종 정보를 한번에 확인할 수 있다. LG전자가 최근 선보인 '2도어 상냉장 하냉동 냉장고(모던엣지 냉장고)' 신제품에도 냉장칸에 와인을 최대 5병 보관할 수 있는 와인랙이 갖춰졌다.


애호가들이 가격보다 와인 관리 성능에 집중한다는 점에 착안해 '와인가전'의 가격은 다른 제품에 비해 다소 높은 프리미엄 제품이 많다.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라인업인 비스포크 인피니트 와인냉장고는 500만원~640만원대이며, LG전자의 와인셀러도 용량에 따라 51만원에서 최대 250만원까지 가격대가 형성돼 있다. 일반 냉장고의 평균 가격이 100만원~200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셈이다.

와인 본고장인 유럽의 'K-와인가전' 진출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전자는 냉장과 냉동 외에 와인 성능을 강화한 '비스포크 인피니트' 1도어 냉장고를 오는 12월부터 유럽 시장에 출시할 계획이다. LG전자는 지난 6월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유로쿠치나 2022'에 참석해 24인치 서랍형 와인셀러가 포함된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를 공개했으며, 최근 유럽 공략을 위해 와인랙이 있는 모던엣지 냉장고도 선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와인은 전통적 주류보다 애호가들의 충성도가 높고 구매 의향이 강해 관리를 위한 가전제품 시장도 확대가 기대된다"라며 "계절에 관계없이 와인을 일정한 조건에서 보관할 수 있는 가전제품의 출시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