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내 노마스크는 언제? 꼭 쓰라던 전문가도 "부작용 크다" 지적

(서울=뉴스1)

"머리카락 지름(70㎛)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입자까지 차단하는 최고의 무기"

코로나19 팬데믹 3년여 간 방역의 마지막 보루로 통한 마스크의 시대가 저문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완전히 해제됐고 방역당국은 이제 실내 노마스크 관련 검토에도 착수했다. 어린이의 언어 및 사회성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등 마스크 착용의 '역효과'도 다시금 조명되기 시작한다. 그동안 백신 이상으로 코로나19 차단에 효과적이었지만 이제 코로나19의 위험성이 낮아진 만큼 마스크 착용의 득실을 따져보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23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에서 "현재 50인 이상 모이는 야외집회와 공연, 스포치 경기 관람시에는 마스크를 의무적으로 착용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낮은 실외 감염위험을 고려해 행정절차를 거쳐 다음주 월요일(26일)부터 해제한다"고 말했다.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전면 해제되는 셈이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월 2일 실외 마스크 의무화 정책을 해제하면서도 50인 이상이 모이는 야외 행사에서는 마스크를 계속 쓰도록 했는데, 남은 규제를 모두 완화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26일부터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 등 야외 스포츠 경기, 대형 야외콘서트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고 관람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야구팬들은 이번 프로야구 포스트 시즌, 이른바 '가을 야구'를 이전처럼 마스크를 벗고 마음껏 함성을 지르며 응원을 펼칠 수 있게 됐다.

중앙방역대책본부(중대본)는 "이번 조치는 과태료가 부과되는 의무 조치를 완화해 국민의 자율적 결정에 따라 실외 마스크 착용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라며 "의무 상황이 아니더라도 의심증상이 있으면 마스크 착용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방역당국은 이제 실내 마스크 착용의무 해제 여부도 들여다보기 시작했다. 중대본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에 대해 최근 '국가 감염병 위기대응 자문위원회'에서 다양한 의견이 논의됐으며 겨울철 코로나19 재유행 및 인플루엔자 유행상황 등 위험도 평가에 기반한 단계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며 "자문위원회 등 지속적인 논의와 의견수렴을 거쳐 완화 기준, 범위 및 시기 등 조정 근거를 검토하고 조정 방향을 구체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0년 1월 국내 코로나19 첫 환자 발생 후 약 3년여 만에 방역 최후의 보루였던 마스크의 시대가 저물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마스크의 위력은 수차례 증명됐다. 마스크 등급이 높을수록 위력은 배가 된다. 미국산업위생전문가협의회(ACGIH)가 마스크 종류에 따라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시간을 분석한 결과, 감염자와 비감염자가 천 마스크를 착용할 경우 감염에 필요한 시간은 27분 가량이었다. 반면, 둘 모두 우리나라의 KF-94 등급에 해당한 N-95 마스크를 착용하면 감염에 필요한 시간은 25시간이었다. 게다가 N-95를 꼭 맞게 착용해 비말 통과율이 1% 밑으로 떨어질 경우에는 해당 시간이 무려 2500시간으로 늘었다.

국내에서 의약외품으로 식품의약품 안전처 허가를 받은 마스크는 KF-94, KF-80, KF-AD 등이다. KF-94는 평균 0.4㎛(마이크로미터) 미세입자를 94% 차단한다. 머리카락 지름(70㎛)의 100분의 1에도 못 미치는 입자를 차단할 수 있는 셈이다. KF-80은 평균 0.6㎛ 미세입자의 80%를 차단하며 KF-AD는 일상생활에서 기침이나 재채기 시 튀어나오는 침 등 비말을 통한 감염을 예방하는 수준이다. 당연히 미세입자 차단효과는 KF-94, KF-80, KF-AD 순으로 높다.

(서울=뉴스1)

의료계에서도 이 같은 마스크의 위력을 공통적으로 인정했다. 방역 효과과 백신 이상으로 뛰어나다는 평까지 나왔다. 마스크 착용에 대한 국민 여론도 우호적이었다. 방역당국에 따르면 마스크 착용 규제와 상관없이 마스크를 착용하겠다는 여론조사 응답은 60~70%대를 꾸준히 유지 중이다.

하지만 이제 실외 착용의무 완전 해제는 물론 실내 의무 해제까지 거론되기 시작한 것은 코로나19의 독성이 그만큼 낮아진 때문이다. 신규확진자 수는 지난 달 18만명대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줄고있다. 주간 유행 지표도 일제히 안정화 추세다. 9월 2주(9월 11일~9월 17일) 일평균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5만4736명으로 전주대비 20.1% 감소했다. △8월 3주 12만7577명을 기록한 뒤 △8월 4주 10만9919명 △8월 5주 8만5528명 등의 순으로 4주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것이다. 감염재생산지수(Rt)도 8월 4주 0.98을 기록한 뒤 4주째 1 이하를 기록했다. 9월 2주 Rt는 0.82다.

이 기간 위중증 환자, 사망자 수도 감소세를 보였다. 9월 2주 신규 위중증 환자수는 369명으로 전주대비 23.4% 감소했다. 사망자는 353명으로 전주대비 14.9% 줄었다. 위중증 환자는 6주만에, 사망자는 5주만에 300명대로 떨어졌다. 누적 치명률은 0.11%로 떨어진 후 유지 중이다. 9월 2주 코로나19 주간 위험도는 9월 1주에 이어 2주째 전국, 수도권 및 비수도권 '중간'으로 평가됐다.

코로나19 위험이 내려간 만큼 이제는 마스크 착용의 득실을 따져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특히 마스크 착용은 어린이 교육과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국가감염병위기대응위원회 자문위원)는 최근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이제는 실내에서도 마스크를 벗을 때가 임박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마스크 착용 탓에)삶에 있어서 여러가지 불편한 부분들 말고도 아이들의 교육이라든지 발달에 있어서의 부작용들이 매우 많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자신의 자녀 사례를 들었다. 그는 "제 아이들이 7살인데 유치원을 3년 다녔고 다니는 동안 모든 기간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며 "아이들이 기억하는 시간이 5살 정도 부터일 텐데 기억하는 모든 기간이 마스크 착용이 기본인 세상"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게 생각하시면 직접적으로 와 닿으실 수 있다"며 "아이들의 교육이라든지 특히 언어나 표정에 있어서는 많은 문제가 생기고 있다라는 것을 교육 현장 전문가들에게 저도 듣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의 지적처럼 그동안 마스크 착용이 어린이 발달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우려는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관련 설문조사도 있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과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경기지역 국공립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학부모 등 1451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4월27일부터 5월2일까지 '코로나19가 아동 발달에 미친 영향'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에 따르면 원장 및 교사의 71.6%, 학부모의 68.1%는 "코로나19가 아동의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마스크 사용으로 인한 언어발달 지연' 영향이 있다는 응답률이 50%를 넘었다.

정 교수는 그동안 마스크 착용의 필요성을 강조한 대표적 감염병 전문가였다. 그런 그가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 조건을 점검해봐야 한다는 주장을 한 것. 방역당국과 의료계 전반에서 최근 실내 노마스크 논의가 시작된 가운데 나온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