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원령' 러시아 탈출 행렬…발트3국은 문 닫고, 독일은 열었다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키이우 AFP=뉴스1) 우동명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키이우를 방문한 기타나스 나우세다 리투아니아 대통령과 회담을 마치고 기자회견을 하러 가고 있다. ⓒ AFP=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내린 부분적 동원령을 피해 자국을 탈출하려는 러시아인들이 급증하면서 유럽 국가들이 비상에 걸렸다.
유럽연합(EU)은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발트 3국이 러시아인의 망명 신청을 받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입장 차가 벌어지고 있다.

22일(현지시간) 에릭 마머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러시아인 대탈출 문제와 관련해 EU 차원에서 공동의 의견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피터 스타노 대변인도 "원칙적으로 우크라이나에서의 불법 전쟁에 반대하는 용기를 지닌 러시아 시민들과 연대해야 한다"며 "많은 시민이 합법적인 방법으로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EU 집행위는 현재로서는 각 회원국이 입국 요청을 사례별로 평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또한 외부 국경 관리가 EU법에 따라 이뤄져야 하며 기본권과 망명 절차 또한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EU의 이 같은 방침에 독일이 가장 먼저 화답했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강압적으로 위협받은 탈영병들은 독일에서 국제적인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르코 부쉬만 독일 법무장관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아마 많은 러시아인이 고향을 떠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푸틴의 길을 증오하고,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이라면 독일은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EU 회원국 사이에서 러시아 입국자에 대한 대응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발트 3국은 동원령을 피해 탈출하는 러시아 시민들에게 망명 신청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안보상의 이유를 들어 동원을 피해 탈출하는 러시아인들에게 인도주의적 비자나 다른 비자를 발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르비다스 아누사우스카스 리투아니아 국방장관도 "정치적 망명은 신념 때문에 박해받는 사람들에게 허용되는 것으로, 군에 징집되는 것만으로는 망명 이유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다. 로리 라아네메츠 에스토니아 내무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러시아 국민들의 공동 책임"이라며 군 동원을 피해 탈출하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것은 러시아에 대한 EU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핀란드는 관광 비자 중단을 검토하고 있다. 산나 마린 핀란드 총리는 "러시아인에 대한 관광 비자를 당장 중단해야 한다"며 "국경 근처 치안 상황이 악화됐다면 국경 통과를 제한하는 것과 같은 새로운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전날 우크라이나 전쟁에 예비군을 부분적으로 동원할 것이라고 발표한 후 러시아에서는 튀르키예, 조지아, 아르메니아 등 무비자로 출국 가능한 국가로 가는 항공편이 매진됐다. 아제르바이잔,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으로 가는 노선도 검색이 불가능한 상태다. 러시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핀란드, 조지아에서는 국경을 통과하려는 차량들이 줄을 잇고 있다.

러시아 정부는 수습에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날 러시아인 대탈출과 관련해 "매우 과장된 보도"라며 "이에 대한 가짜정보가 많다"고 주장했다. 러시아 정부가 특정 연령대 남성들이 출국하지 못하도록 막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편 이날 EU는 러시아 8차 제재안 마련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CNN 등 외신에 따르면 8차 제재안엔 러시아산 석유 가격 상한제 도입과 민간첨단기술 수출통제 조처 등이 담길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