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양 산업장관 "10월 산업용 전기요금 올려야…대기업 그동안 혜택"

머니투데이

세종=조규희 기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오는 10월부터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다.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대해서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으로부터 한국의 입장을 대변하겠다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했다.

이 장관은 26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래 전기요금 가격 조정을 분기별로 하는데 그런 스케줄 맞춰 (산업용 전기요금을 인상)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산업용 전기요금 관련해 대용량 사업자가 워낙 많이 (전기를) 사용하고 있는데 (가격이 저렴해) 많은 혜택 받은 셈이고, 또 수요 효율화 여력도 있다"며 "(대기업이) 수요 효율화를 하면 효과도 큰 영역이므로 그런 쪽부터 가격 시그널을 살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내부적으로는 검토 중이며 시기와 (인상)요율 등에 대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우리 경제의 에너지 다소비 구조가 고착화돼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총 전력 소비의 55%에 육박하는 전기를 전력 가입자의 0.2%에 해당하는 산업체가 사용하고 있다. 산업용 전기의 원가 회수율은 6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는 에너지 수요 효율이 낮은 나라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최하위 수준에 속한다"며 "에너지의 93% 이상을 수입해야 하는 나라로서 경제적 리스크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장관은 산업용 전기료 인상 명분으로 다른 나라와의 통상 문제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정부가 싼 전기료로 기업에 보조금 주는 거로 받아들여져 상계관세 같은 통상 문제 일으킬 수 있고 미국이 최근 한국전력에 대해 정보를 요구하는 등의 움직임이 있다"며 "여러 이슈로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 이번엔 심각하고 깊이 있게 대응해야 한다 생각하고 있고, 그런 측면에서 원가 이하의 전기를 오랫동안 공급해온 구조는 서서히 조금씩 개선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특정 국가가 특정 산업에 보조금을 지급해 상대 나라에 경쟁 우위를 보인다고 판단하면 상대 국가는 특정 국가를 상대로 상계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이 장관은 "올 연말 한전의 적자가 30조원을 넘을 우려가 있다. 공기업이 30조원의 적자를 갖고 있으면 더 이상 전력구매 대금 지급이 어려워진다"며 "다른 곳에서는 물가 등과 관련한 이야기를 하지만 산업부로서는 국민에게 안정된 에너지를 공급하는 게 임무이기 때문에 에너지 문제는 에너지 문제만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서울 태평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삼성전자와 SK그룹, LG그룹 등 10대 기업 사장단과의 간담회에서도 "겨울철 에너지 수급의 어려움에 대비해 각 기업이 에너지 사용 실태를 점검하고 에너지 절약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며 "에너지 절감 효과가 큰 대용량 사용자 중심으로 우선적인 요금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 장관은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미국·캐나다 출장 성과에 대해서는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한국의 이익을 백악관이나 미 정부 내에서 대변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반도체 관련 법안도 사전에 한국의 피드백을 받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적으로 양분된 상원에서 급속하게 법안이 만들어지다 보니 완벽하지 못한 부분 있다는 것을 다들 인정하는 분위기였다"며 "정확히 표현하면 '낫 퍼펙트(not perfect)하다. 자기도 인정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이 문제 때문에 생긴 여러 부작용 고치기 위해 자기들도 최대한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고 덧붙였다.

지난 8월부터 미국에서 시행 중인 IRA는 북미(미국·캐나다·멕시코)에서 조립된 전기차에만 7500달러의 세액공제를 지원하고 한국산 등의 전기차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하는 내용을 담았다.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는 미국 정부의 세액공제 등의 혜택을 받은 기업은 10년간 중국 공장에 첨단 시설 투자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른바 가드레일 조항이 포함돼 있다.

정부는 IRA에 대응하기 위해 미 행정부와 협력하고 미국 상·하원 의원과 접촉면을 넓히는 한편 EU(유럽연합), 일본 등과 공조하는 단계를 밟아나간다는 방침이다. 이 장관은 "제가 만난 미 의회 의원 중에는 IRA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하는 분도 있었다"며 "법이 방대하고 복잡하기도 한 만큼 그런 측면서 우리 기업이나 관련 협·단체가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