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책 4권도 안 읽는 대학생?..비대면 수업·전자책 소비 영향

지난 5월4일 경기 수원 장안구 성균관대학교 자연과학캠퍼스 도서관에서 한 학생이 공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지식의 요람'으로 불리는 대학에서 책 읽는 풍경이 사라지고 있다. 전국 주요 국립대 학생들이 교내 도서관 등에서 빌린 책이 1년 동안 4권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행과 함께 20대 대학생 취미 1순위로 꼽히던 독서 활동이 크게 위축된 모양새다. 정말 대학생들은 책과 담을 쌓고 사는걸까.

26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전국 10개 지역 거점 국립대에서 제출받은 지난해 '재학생 1인당 평균 도서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해당 학교의 학생 1인당 연간 종이책 대출 권수는 3.25권으로 조사됐다. 2017년 6.35권과 비교해 48.8% 가량 감소했다. 이 중 충북대의 경우 1인당 도서 대출 권수는 1.8권에 불과했다. 4년 전 12.3권 수준이던 서울대도 6.32권으로 반토막(-48.6%)났다.

대학생들의 도서 대출 감소현상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최근 4년 간 주요 10개 국립대 재학생 1인당 대출권수는 △2017년 6.35권 △2018년 5.76권 △2019년 5.41권 △2020년 3.36권 등으로 매년 감소세다. 다만 눈에 띄는 점이 있다면 2020년부터 감소폭이 급격히 커졌단 것이다.

코로나19(COVID-19) 팬데믹이 대학생들의 도서 대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단 분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등교중지와 비대면 수업이 장기화로 학생들이 도서관을 찾는 빈도가 크게 줄어들며 1인당 도서 대출 권수 감소폭도 가팔라진 것으로 풀이된다.

학업·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대학생의 정보이용행태가 변한 점도 도서 대출 감소를 부추기고 있다. 기존 인쇄매체 대신 전자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이 보편화되며 도서관까지 찾아가 책을 빌릴 유인이 적어졌기 때문이다. 서울 4년제 대학교에 재학 중인 하모씨는 "독서 자체를 종이책보단 전자책(e-book)으로 하는 편"이라며 "대체로 온라인으로 필요한 자료도 온라인으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KERIS)가 올해 초 발표한 대학 도서관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대학생 1인당 도서관 대출 권수가 평균 2.3권으로 크게 줄어든 반면, 국내 대학의 평균 국내 전자책 대출책수 합계는 2017년 6190권에서 지난해 1만975권으로 크게 증가했다.

7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국어대학교 서울캠퍼스에서 확진 유학생의 동선에 포함된 도서관에 축소운영 안내문이 붙어 있는 모습. /사진=뉴스1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민 독서실태 조사에서도 대다수의 대학생이 포함된 19~29세 연령대의 종이책 독서율은 2017년 73.5%에서 지난해 60.3%로 대폭 감소했지만 전자책 독서율은 34.7%에서 50.5%로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인쇄매체에서 디지털 매체로 바뀌며 책을 소비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뿐 대학생이 독서와 담을 쌓았다고 보긴 어려운 셈이다.

KERIS는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대학생들의 정보 이용행태가 기존 인쇄책 대출하는 방식에서 전자자료 활용이 보편화 되면서 더욱 대출 책수 감소에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 되었다"며 "코로나19로 대학도서관의 자료이용 패러다임이 더욱 급속히 전자자료로 전환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선 오히려 대학 도서관 인프라가 대학생들이 원하는 수준에 못미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학들이 도서관 서비스 투자에 소극적이란 것이다. 중·장기적인 측면에서 대학생들의 도서관 이용 유인이 떨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KERIS 조사에 따르면 대학 총결산액 대비 자료구입비는 0.8%로 한국도서관협회가 제시한 기준(4년제 2~2.5%·전문대 1%)을 충족하지 못한다. 학술 관련 투자에 적극적인 상위 20개 대학의 재학생 1인당 자료구입비는 18만2000천원 수준으로, 이는 북미권 대학 평균(60만8000원)에 한참 밀리는 수준이다.

전자저널, 연속간행물 등 학술연구에 기초가 되는 연구저널 관련 구입비 측면에선 양극화 현상도 벌어진다. 국회 교육위 서동용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분석한 결과 수도권 대학 재학생 1인당 저널구입비는 7만32원인 반면, 전라·충청·대전권 지방 4년재 대학은 3만8553원에 불과했다.

서 의원은 "대학의 저널구독수는 대학의 학술과 연구역량과 직결되지만, 4년제 대학들이 저널구독을 제대로 하지 못해 지역 간 학술역량 격차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며 "학술연구에 필수적이고 기본이 되는 학술자료를 지방대에서도 학문 연구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