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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병훈칼럼] 우리미래 어쩜이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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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7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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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환경 위기의 생존 매뉴얼

[편집자주] 다음 글은 9월 7일 '탄소중립과 ESG의 효율적 대안'이란 주제로 열린 국회 정책토론회에서 종합토론자로 참가한 저자의 발표내용을 수정·보완하여 작성하였다.
다누리는 8월 26일 지구로부터 약 124만km 거리에서 지구와 달이 함께 있는 사진을 촬영하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지구중력권을 벗어나 촬영한 사진이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다누리는 8월 26일 지구로부터 약 124만km 거리에서 지구와 달이 함께 있는 사진을 촬영하였다. 우리나라 최초로 지구중력권을 벗어나 촬영한 사진이다/사진=한국항공우주연구원
기후-환경 위기의 감춰진 모습
달을 향해 순항중인 다누리호가 보내온 사진 중에 달과 나란히 찍힌 지구가 있다(사진1). 80억 명이 살고 있는 우리의 세계를 멀리서 포착한 이 사진은 조그마한, 그래서 더 외롭고 약해 보이는 지구를 시각적으로 확인시켜 준다. 하지만 적어도 200년 전까지만 해도 지구는 인간들이 무슨 짓을 해도 끄떡없을, 망망대해에 둘러싸인 광대무변한 대지를 가진 무한한 존재였다.

지금 현재 지구에 살고 있는 사람들 대다수는 지구가 우주적 차원에서는 티끌과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비약적으로 발전한 과학기술로 인해 지구 바깥 우주의 구조를 어렴풋이 알게 된 인류에게 지구가 왜소해진 것이다. 인간의 의식에 비치는 지구의 상(象)은 언제 불꽃이 되어 바스러질지 모르는 한시적 존재로 바뀌었다. 이제 지구는 돌보고 관리해야할 연약한 존재가 되었다.

산업혁명과 함께 진행된 급격한 환경파괴는 (지구에 대한)인식의 변화와 맞물려 21세기 인류에게 공포와 함께 책임감을 불러일으켰다. 공포는 '가장 빠르고 확실하게 죽어가고 있다'라는, 그리고 그리 많은 시간이 남아 있지 않다는 불안감에서 온다. 인간은 공포에 대해서는 아주 신속한 반응을 보인다. 책임감은 공포에 대한 반응이다.

인간의 환경오염이 지구의 기후 시스템을 위협하고, 이것이 다시 인간의 생존을 위협하는 지구온난화로 진행되어 재앙으로 끝날 것이라는 공포에서 책임감이 비롯되었다. 책임감은 (우리의 삶의 방식이 가져온)지구온난화의 속도를 극적으로 멈추게 하지 못하면 기후재앙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는 것은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자각'과, 기후변화를 최소화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막아야한다는 '의식'에서 비롯된다.

과학자들은 지구를 불사를 불씨로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 6종류의 온실가스를 꼽았다. 이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국가 간 협의가 진행되기 시작했다. 리우협약과 교토의정서를 거쳐 기후 변화와 관련된 전 지구적 위험을 평가하고 국제적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1988년 발족하고, 국제법상 구속력이 있는 '파리기후협약'이 2016년 발효됐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제협약들이 선언에 그치고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전체 궤도를 실질적으로 조금도 바꾸지 못했다.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들이 기대만큼의 실효성을 갖지 못하고 존폐를 거듭한 데에는 제3세계 국가들의 공정성 문제 제기와 함께 과학자들 사이의 같은 현상에 대한 다른 판단의 차이가 큰 작용을 하였다. 위험은 아직 발생하지 않은 미래의 부정적 사건에 대한 확률로 정의된다. 물이 반이 담긴 컵을 보고 '반이나 남았다'라는 사람과 '반밖에 안 남았다'라는 사람이 있다는 애기는 같은 확률을 전혀 다르게 해석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석유화학으로 돈을 버는 기업(들)의 검은 돈과 무관한 과학자 중에서도 지구온난화가 갖는 불확실성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은 것이다. 기후가 인간의 영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 원래 자연적인 상태에서는 어떻게 변화하는지 실질적으로 계량화하기엔 관측과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기후과학이 뉴턴역학과는 달리 미래를 확실하게 예측하는 과학이 아니며, 기후논의에 이런 점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기후변화를 늦출 비용 대신 효과가 높은 입증된 방책들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 지구온난화가 갖는 불확실성을 정책에 적극 활용한 부시와 트럼프는 이들 이론의 신봉자였다.

과학기술은 충분하다. 실행할 공동 의식이 없을 뿐이다.
지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책임감은 미래를 가급적 생존가능한 상황이 되도록 바꿔보려는 시도로 이어진다. 대중은 이것을 과학자들에게 주어진 과제로 여겼다. 대중은 과학자의 전문성과 도덕적 책임감을 신뢰했다. 그들이 '모자에서 토끼 꺼내기'를 해줄 거라고 믿었다.

혁신적 기술이 우리를 기후 재앙으로부터 구해줄 것이라는 믿음은 보편적이며 확고하다. 그러나 '기후-환경문제'에 관한 일반적 개념정의(범주화)와는 배치된다. 기후-환경문제는 생태계 교란, 대기와 수질 오염, 기후 온난화 등의 현상에 대한 것보다는 그러한 현상의 원인인 인간의 행동, 곧 인간의 삶의 방식에 대한 문제이다. 다시 말해, '어떠어떠하게 행동'해야 한다고 가르치거나 주장하기 전에,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면밀히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 삶의 방식에 문제가 있지 않은지에 대한 질문이 먼저이고 의사결정(해결방안-선택)이 다음이다.

우리는 위기를 극복할 혁신적 과학기술이 없어서 공포와 불안을 느끼는 것이 아니다. 완벽한 탄소환원기술을 비롯한 적정기술, ESG기술, 재생에너지 생산기술과 원자력 발전과 같은 거대기술 등 우리가 직면한 위기를 막을 과학기술은 현재도 넘칠 만큼 많다. 이 모든 과학기술에도 불구하고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위기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환경위기는 단 한가지의 결정적 오류로 인해 생긴 것도 아니며, 역사 발전을 이루어온 경제적 정치적 사회적 힘이 모두 결부되어 일어난 사건이다. 따라서 혁신적 과학기술 같은 하나의 유별난 해결방법으로 고쳐질 문제가 아니다. 게다가 위험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과학기술이 다시 더 큰, 새로운 위험을 낳는 경우가 많고, 이는 과학기술자와 시민 사이의 갈등을 키우는 요인이 된다. 과학기술로 환경위기를 해결해야 하고,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자에서 토끼 꺼내기'와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기에는 대단해 보이지만 실제로 문제해결에는 아무 도움이 되지 못한다.
현실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은 그것이 만든 현실의 일부임이 드러난다.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는 두 개의 손이 서로를 그리는 그림에서 그림을 만들어낸다고 여겨지는 것(그림 그리는 손)을 그것이 그리는 그림의 일부로 만들었다. 기후위기와 과학기술이 이런 재귀성(reflexivity) 관계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사진=위키피디아
현실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은 그것이 만든 현실의 일부임이 드러난다.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Maurits Cornelis Escher)는 두 개의 손이 서로를 그리는 그림에서 그림을 만들어낸다고 여겨지는 것(그림 그리는 손)을 그것이 그리는 그림의 일부로 만들었다. 기후위기와 과학기술이 이런 재귀성(reflexivity) 관계에 있다는 주장도 있다/사진=위키피디아
위기는 그 위기의 실체를 잘 알고 있을 때에만 개선될 수 있다. 위기임을 보여주는 현상 하나하나가 아니라 모든 위기의 뿌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위기의 뿌리를 파악하는 것은 의사결정과정과 선택에서 매우 중요하다. 위기 현상 하나하나에 매몰되면 안 된다. 그 현상과 연계된 다양한 관점을 같이 파악하지 않으면 오히려 위기의 본질을 가릴 수 있다. 현재의 문제를 잘게 쪼갠다고 한들 우리 앞에 놓인 크고 어려운 문제가 사라지지는 않는다.

기후-환경문제의 문제는 문제를 해결한다면서 정부와 기업, 그리고 과학자와 시민이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면서 같은 표현을 쓴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기후-환경문제에 대한 적극적 대응을 표방하지만 실제는 대책에는 매우 소극적이고, 성장을 포기하려 하지 않으면서 국제적 압력에는 얼버무리려고 한다. 기업은 겉으로는 ESG를 내세우지만, 자신의 이해관계에 맞춰 태도를 정하고 행동할 뿐이다. 과학자들은 기후문제에 대해 과학적 증거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과 가정을 내놓고 논쟁을 이어가지만 해답을 내놓지는 못한다. 개인으로서의 시민은 위기상황에서 언제나 개인의 이익을 쫒아 행동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구가 감내할 수 있는 방식으로 살아가고자 도모하는 일은 자연히 사회운동을 하는 시민의 몫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과학운동가이자 경제사회학자인 데이비드 헤스(David Hess)는 시민사회운동가들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동료 평가에 기반을 둔 전통적인 과학지식 생산방식과 다른 형태로 과학지식을 생산하는 작업들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중심부 과학 패러다임 바깥에서 사회운동가들이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진행하는 과학 연구들을 '시민사회연구'라고 부르면서 시민사회연구의 증가가 과학을 더 건전하게 만드는데 기여한다면서 더 많은 국가예산 투여를 요구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바로 행동해야 한다는 것은 분명하지만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를 모르고 있을 뿐이다. 우리는 바뀔 의향은 있으나 대체 무엇이 정확히 어떻게 문제인지 알지 못해서 바꾸지 못한다. 눈앞에 닥친 위험이나 곧 현실이 될 위험에서 벗어나거나 그 충격을 줄이는 가장 중요한 방법론은 위험이 발생했을 때는 물론, 이것을 예방하는 단계에서 시민 참여의 기제를 늘리는 것이다. 사회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 나가야할지 공동체 구성원들이 참여와 연대를 통해 결정하고 실행해 나가야 한다. 시민의 참여와 연대는 기후-환경 위기에서 벗어날 거의 유일한 생존 매뉴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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