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 계약 '원룸' 곳곳에…필로폰 97억원치 숨긴 중국동포 일당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필로폰을 밀수해 타인 명의 원룸에 숨긴 뒤 중국동포 등에게 유통한 일당을 검거했다고 28일 밝혔다. /사진제공=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동남아시아에서 밀수한 필로폰을 미리 준비한 타인 명의 원룸에 보관한 뒤 유통한 일당이 경찰에 적발됐다.

28일 경찰에 따르면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최근 마약류관리에관한법 위반 혐의로 필로폰 유통책 6명, 구매자 3명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유통책 6명 중 3명은 구속됐다.


검거된 피의자 9명 중 8명은 중국 동포이고, 나머지 한명만 한국인이다.

경찰 추적 과정에 유통책 2명은 해외로 도주했다. 이들 중 한명은 한국인, 다른 한명은 중국 동포였다. 경찰은 이들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받아 지명수배 중이다. 또 해외에 있는 공급 총책 피의자에 대해 인터폴 적색수배를 요청했다.

이들 일당은 지난해 10월부터 올 8월까지 점조직 형태로 마약 유통 조직을 운영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경찰 추적을 따돌리려는 치밀함을 보였다. 이들은 해외 총책 지시를 받고 필로폰을 미리 마련해둔 원룸에 보관했다. 이어 SNS로 구매자와 연락하고 이른바 '던지기' 수법으로 수도권 일대에 필로폰을 공급했다.

이들 범행에 동원된 원룸은 최소 두곳이다. 이들은 타인 명의로 월세 계약을 맺은 뒤 밀수한 필로폰을 숨겼다. 첫 원룸을 계약한 뒤 경찰 추적이 의심되자 5일 만에 다른 원룸으로 저장소를 옮기는 치밀함도 보였다.

이들은 또 경찰 단속에 대비해 필로폰을 소분해 보관했다. 경찰은 압수수색 과정에 원룸 화장실 천장에 숨겨져 있던 필로폰 2.4kg을 찾아 압수했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중국동포를 상대로 필로폰을 유통하는 조직이 있다는 첩보를 입수해 9개월간 집중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이 일당을 검거하고 압수한 필로폰은 2.9kg이다. 시가 97억원 상당으로 약 9만7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는 분량이다.

경찰청은 지난 8월부터 오는 12월까지 5개월간 '클럽 등 생활 속 마약류 범죄 근절 종합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대책에 따라 마약류 집중 단속을 하고, 인터넷과 SNS, 가상자산을 활용한 유통 사범 상시 단속을 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한번 호기심이나 실수로 경험하기에 '마약은 곧 파멸'임을 명심해야 한다"며 "마약을 한번 투약하면 중독성과 의존이 생겨 끊기가 상당히 어렵고 힘들게 끊어도 뇌 손상을 완전 회복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어 "마약 유통은 개인 문제를 넘어 사회에 악영향을 끼지는 중대한 범죄기 때문에 신고하면 신분을 철저히 보상하고 신고 포상금을 지급하니 적극적으로 신고해달라"며 "또 마약을 투약했더라도 경찰서에 자수하면 선처받거나 중독치료와 재활 기회를 받을 수 있는 점 알려드린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