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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한국형 사모펀드, K-PE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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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9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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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8월 한국의 사모펀드(PE)에 대한 장문의 기사를 싣는다. 제목부터 재밌다. '한국은 어떻게 사모펀드를 사랑하게 됐나?(How South Korea learned to love private equity?)'.

PE가 급성장한 것은 맞지만 '사랑'으로 표현할 정도일까라는 의문은 곧 해소된다. 기사에 인용된 베이앤컴퍼니 추정에 따르면 2021년 한국 PE딜 규모가 300억달러로 일본보다 20억달러 많다. 투자자의 투자 회수(EXIT)는 210억달러로 전년보다 225% 급증했다.

FT는 한국 PE의 성장 과정을 △수치의 시기(A period of shame) △산업의 탄생(Birth of an industry) △분주한 미래(A busy future) 등 3단계로 나눠 설명한다.

외환위기 이후 외국계 PE로부터 당했던 수치를 잊지 않았다. 거기서 배웠고 한국형 PE를 만들었다. 그리고 해외로 나간다. '한류' 'K-컬쳐'에 이은 'K-PE'의 성공 스토리를 읽으면 뿌듯하다.

# 국내의 감정은 따뜻한 해외의 시선과 비교된다. 다소 나아졌다지만 PE에 대한 이미지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먹튀' 등은 PE 앞에 붙는 단골 수식이어다.

그 출발은 외국계 벌처펀드(Vulture Funds)다. 외환위기 이후 점령군은 IMF(국제통화기금)가 아니라 벌처펀드였다. 국내 은행은 그들의 대표적 먹잇감이었다. 국가의 불행과 국민의 고통을 즐기는 이들이 반가울 리 없었다.

가뜩이나 안 좋은 국민 정서에 기름을 부은 선수는 론스타다. 시작부터 끝까지, 그 이후에도 감정을 건드렸다. 헐값·부실 매각 논란은 잊을 만하면 되새김된다. 팔고 나갈 때도, 팔고 나간 뒤에도 론스타는 '못 된 놈'의 대명사가 됐다.

최근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 후 '속튀(속이고 튀었다)'라는 또다른 별칭을 얻었다. 론스타의 이미지는 국내 PE로 이어진다. 일반 국민은 색안경을 끼고 본다. '단기 이익 추구' '고용 불안' '적대적 M&A(인수합병)'…. 기업보다 돈을 쫓는 '기업 사냥꾼'일 뿐이다. 정부, 금융당국 일부의 시선도 비슷하다. '시장 교란 세력'이란 의심을 적잖게 갖고 있다.

#이미지는 허상이다. 멋진 영화에 등장하는 기업사냥꾼과 현실의 PE는 다르다. FT의 분석대로 한국형 PE는 토양에 맞게 진화했다. 특히 정부는 PE에게 톡톡히 빚을 졌다.

정부가 외쳤던 '시장친화적 구조조정'을 가능케 한 게 PE다. 채권단 중심의 구조조정은 흘러간 가요와 비슷하다. 지금도 산업은행(KDB)이 거느린 기업만 보면 한숨이 나오지 않나.

반면 최근 PE는 부실 징후가 보일 때 유상증자를 통해 시장친화적 구조조정을 해왔다. 기업 오너의 생각도 변했다. PE를 사냥꾼이 아닌 처방 수단으로 인식한다. FT는 "기업 설립자들이 PE를 실패가 아닌 성공과 연관시킨다"고 썼다. 가업 승계의 핵심 역할도 PE의 몫이다. 높은 상속·증여세율, 2세들의 승계 거부 등의 틈을 PE가 메꿨다. 기업 창립자들이 먼저 PE를 찾고 PE를 만든다.
#한국형 PE의 진화는 독특한 한국의 현실에서 이뤄진다. 경직된 노동 시장은 냉혈한 기업사냥꾼 면모를 드러내지 못하게 한다.

구조조정의 해법으로 '해고' 외에 다른 수단을 강구한다. 단순한 비용 절감 노력 대신 다양한 시도를 꾀한다. 효율적 사업 배치 등으로 기업 가치를 높인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규제가 의도치 않게 한국형 PE를 성숙시킨 셈이다.

정부의 PE 육성 의지도 든든한 토대가 됐다. 칭찬받을 만한 그 의지 역시 시장친화적으로 진화해야 한다. 새 정부가 자유를 강조하며 시장의 할 일, 정부가 할 일을 명확히 한다고 했지만 체감하는 이는 아직 없다.

PE건 기업 창업자건, 시장 플레이어들은 돈 냄새를 맡고 찾아 다닌다. 그 과정에서 리스크(위험)를 짊어진다. 겉은 화려하지만 속의 리스크 테이킹(위험감수)은 공포 이상이다. 화려한 것을 질시하기보다 과감한 리스크 테이킹에 주목하며 격려하는 것은 어떨지. 스무살도 안 된 한국형 PE의 미래를 위해서 말이다.

[광화문]한국형 사모펀드, K-PE의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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