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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지니 더 눈길 가는 올라운더, 김무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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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수진(칼럼니스트) ize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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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2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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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2'서 예상 못한 코믹연기로 큰 웃음 선사

사진제공=NEW
사진제공=NEW
솔직히, 이제까지 김무열에게 눈길이 가지 않았다. 뮤지컬계 아이돌이었던 이력이나 알콩달콩 사랑꾼 이미지는 떠올라도 배우 김무열 하면 딱 떠오르는 느낌은 없었다. 눈에 띄는 작품이 없었던 건 아니다. ‘최종병기 활’의 새신랑 서군은 적은 분량이지만 귀엽고 헌신적이었고, 스승에게 열등감을 갖고 있던 ‘은교’의 작가 서지우는 인상적이었다. ‘기억의 밤’이나 ‘악인전’에서 ‘어라? 이런 모습도 있네?’ 했던 기억도 난다. 그러나 그뿐. ‘정직한 후보’를 보기 전까지 김무열의 인상은 그 정도였다.


2020년 개봉한 ‘정직한 후보’는 코미디 장르로는 최초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라미란에게 안긴 영화다. 중년 여배우가 원톱으로 활약해 손익분기점을 넘기고 유의미한 기록을 남긴 작품으로, 거짓말이 제일 쉬운 3선 국회의원 주상숙(라미란)이 선거를 앞두고 하루 아침에 진실만을 말하는 입을 갖게 되며 벌어지는 좌충우돌 코미디를 다뤘다. 김무열은 주상숙의 충성스러운 보좌관 박희철을 맡아, 그간 보여준 적 없는 코믹 연기로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 자신도 시사회 질의응답에서 ‘영화에서 이렇게 웃는 모습을 많이 보여드린 게 처음인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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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직한 후보’의 보좌관 박희철은 입을 열 때마다 사고를 뻥뻥 치는 주상숙에 대비해 어떻게든 상황을 모면하려는 ‘짠내’ 나는 모습으로 ‘웃픈’ 웃음을 자아낼 수밖에 없는 캐릭터다. 웃음의 포커스는 라미란이 연기하는 주상숙에게 맞춰져 있지만, 영화 초반부 몰카 영상을 입수하고 달아나는 기자의 차량을 쫓으며 멋진 포즈로 번호판을 찍는 박희철의 모습은 의외의 ‘허당미’를 보여주며 이 캐릭터가 만만치 않음을 시사한 바 있다. ‘정직한 후보2’에선 강원도지사로 화려하게 컴백한 주상숙에 맞춰, 박희철 또한 비서실장으로 돌아온다. 문제는 이번에도 주상숙은 거짓말을 못하는 ‘저주’에 걸렸고, 하필 그 순간 함께 있었던 박희철 또한 저주에 걸려버린다는 것. 일명 ‘진실의 주둥이’가 쌍으로 터져버린 꼴이다. 1편의 박희철이 주상숙에게 기민하게 반응하며 웃음을 이끌어내는 ‘리액터’였다면 이번에는 그 자신이 코미디의 최전선에 서서 활약을 펼치게 됐다.


파이터가 둘로 늘어난 만큼 ‘정직한 후보2’의 웃음 빈도수는 늘었다. 전체적인 이야기의 헐거움이나 캐릭터의 빈약함 등 여러 단점이 눈에 띄지만, 그와는 별개로 주상숙과 박희철이 빚어내는 코믹 연기는 실없고 자잘하지만 꽤나 웃기다. 다소 시니컬한 분위기가 지배적인 언론 시사회에서도 웃음이 여러 차례 터졌는데, 그때마다 박희철의 타율이 높았다. 그림자처럼 도지사를 보좌하고 사건사고를 수습해야 하는 비서실장이 오히려 “어차피 다 그짓말’이라며 일을 키우는 모습이 어떻게 안 웃기겠는가. ‘그.짓.말’을 스타카토 식으로 똑똑 끊어 발음하고선 혼란스러워지는 얼굴 표정, “말이 막 똥처럼 나오는 그런 기분’이라며 발광하는 모습, ‘을’ 입장에서 주상숙에게 쌓였던 감정들을 상큼 발랄하게 내뱉는 장면 등을 보며 적잖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 김무열이 이제껏 코미디를 하지 않은 것이 안타까울 정도다.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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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김무열의 필모그래피를 보면 온몸에 힘이 쫙 들어가 있는 캐릭터나 장르가 많았다. 서울대 출신 증권 브로커였던 ‘작전’부터 스승에 대한 복합적인 감정으로 일그러져 있던 ‘은교’, 가족을 잃고 평생을 한 가지 목표에만 골몰해 왔던 ‘기억의 밤’, 장르는 코미디 범죄 액션물이었으나 그 자신의 캐릭터는 짠내 나기 짝이 없었던 ‘머니백’,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형사로 분했던 ‘악인전’, 교통사고로 아내를 잃은 데다 갑자기 찾은 여동생을 의심해야 했던 ‘침입자’, 보이스피싱 업계 총책으로 능글맞게 직접 현장도 뛰며 서민들을 농락하던 ‘보이스’ 등등. 드라마 쪽으로 눈을 돌려도 ‘아름다운 나의 신부’ ‘나쁜 녀석들: 악의 도시’ ‘그리드’ 등 범죄 액션물이 주를 이룬다. 오죽하면 인터넷 백과사전 ‘나무위키’의 김무열 항목을 보면 ‘필모그래피가 염전 수준으로 짠내가 난다’고 표현했을까. 제법 괜찮은 작품도, 괜찮은 캐릭터도 있었으나 받쳐주는 역할이 많았고 흥행이 뒷받침해주지 못해 아쉬울 때도 있었다. ‘정직한 후보’ 시리즈는 김무열이 힘을 빼면 능청스럽고도 허당미 넘치는 얼굴이 이토록 어울리며, 기회만 되면 제대로 뛰놀 줄 안다는 걸 여실히 보여준다.


얼굴이나 피지컬도 괜찮고, 연기력이나 열정도 나쁘지 않은데 왜 돋보이지 않을까 혹은 왜 그 이상 뜨지 못할까 의문이 가는 배우들이 종종 있다. 한 끗 차이가 아쉬운 이들도 있다. 물론 배우가 꽃을 피우는 데는 재능과 노력, 안목 외에도 운과 타이밍, 시대의 흐름 등 수많은 불가항력적 요소를 필요로 한다. 배우 인생뿐 아니라 세상 만사가 뿌린 만큼 거두게 되는 공평무사한 시스템도 아니고. 확실한 건 끊임없이 두드리고, 많이 뿌린 만큼 건질 수 있는 확률이 늘어난다는 것. 7년 전 ‘ize’ 인터뷰에서 ‘대기만성형 배우가 됐으면’ 말했던 김무열의 바람처럼, 김무열이 계속 자신의 새로운 면모를 발굴하며 대기만성형 배우가 되길 바란다. ‘정직한 후보’ 시리즈가 그 과정 중 하나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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