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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팔수록 손해…"연간 적자 30조" 빚으로 버티는 한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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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김훈남 기자
  • 세종=유선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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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09.30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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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벼랑 끝 한전, 올려야 산다(上)

[편집자주] 현재 한국전력은 전기 1만원 어치를 사서 6000여원(산업용 기준)에 판다.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다. 전 정부에서부터 전기요금 인상이 미뤄진 가운데 연료비가 급등한 탓이다. 올해 30조원에 달할 한전의 적자는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한전의 유동성 위기와 자본잠식을 막을 방법을 찾아본다.


"전봇대 들이받아 넘어뜨려도 전깃값 안 물어준다고?"


(양양=뉴스1) 최석환 기자 = 제 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3일 강원 양양군 양양읍 거마리 인근 도로에서 전신주가 기울어져 있다. 양양군에 따르면 이날 시간당 최대 124.5㎜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양양군청 제공) 2020.9.3/뉴스1
(양양=뉴스1) 최석환 기자 = 제 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많은 비가 내린 3일 강원 양양군 양양읍 거마리 인근 도로에서 전신주가 기울어져 있다. 양양군에 따르면 이날 시간당 최대 124.5㎜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다.(양양군청 제공) 2020.9.3/뉴스1
#. A라는 운전자가 실수로 전신주를 들이받아 그 일대 전기 공급이 일시 중단됐다고 치자. 이때 한국전력 (20,150원 ▲300 +1.51%)공사는 A씨에게 설비 수리비와 별개로 그 시간 동안 전기를 팔지 못해 생긴 손해액만큼 내놓으라고 요구할 수 있다. 이를 '지장전력손해배상금'이라고 한다. 전력판매단가에서 연료비단가를 뺀 금액에 해당 시간을 곱해서 산출한다.

하지만 지금 한전은 전기를 팔 때마다 손실을 본다. 전력판매단가가 연료비단가보다 낮기 때문이다. 전기를 공급하지 못해도 손해볼 게 없으니 지장전력손해배상금은 사실상 0원에 가깝다. 전신주를 들이받아 전기 공급을 끊어도 그에 대해 거의 배상을 하지 않는 희한한 상황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도 불구하고 전기요금은 사실상 제자리 걸음을 한 탓에 한전이 자본잠식 위기에 몰렸다. 올 상반기에만 14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낸 한전의 올해 연간 적자는 약 30조원에 달할 전망이다. 회사채 발행 한도 소진으로 내년 채무불이행에 대한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에 정부는 산업용을 중심으로 전기요금제 개편을 통한 추가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 중이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30일쯤 2022년 4분기 전기요금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10월부터 ㎾h(킬로와트시)당 4.9원의 기준연료비 인상이 예정돼 있는 가운데 이미 연간 한도까지 올린 연료비 조정단가를 추가로 올릴지가 관건이다.

정부는 계절·시간대별 요금 체계 개편을 통해 산업용 전기요금을 올리고, 회수율이 25%에 그치는 농업용 전기요금제를 개편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가계의 전기요금 인상폭을 최소화하는 대신 산업·농업 분야의 전기요금을 현실화하고 전력소비 절감을 유도해 한전의 적자를 줄인다는 구상이다.

전기 팔수록 손해…"연간 적자 30조" 빚으로 버티는 한전

정부가 전기요금 인상에 적극 나서는 것은 한전의 위험한 재무상태 때문이다. 올 상반기 한전은 연결기준 매출액 31조9921억원에 영업손실 14조3033억원을 기록했다. 연료비와 전력구입비 상승으로 영업비용이 46조29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조4233억원(60.3%) 급증했다. 반면 전기판매 수익은 29조4686억원으로 같은 기간 2조5015억원(9.3%) 증가하는 데 그쳤다. 증권사 10곳이 최근 3개월간 추정한 한전의 올해 영업손실은 평균 28조8423억원으로, 하나금융투자는 35조4000억원대 영업손실을 전망하기도 했다.

역대급 적자가 이어지면서 한전의 부채도 급증했다. 올해 6월말 기준 한전의 부채비율은 299.1%로 지난해 말에 비해 75.9%포인트(p) 급등했다. 부채는 20조원 늘어난 165조7988억원으로 집계됐다. 8월말 기준 순차입금은 25조원으로, 최근 5년 평균치인 7조3000억원의 3배 이상으로 불어났다.

적자로 부족해진 자금은 채권 발행으로 충당하고 있는데, 문제는 채권 발행 한도마저 빠르게 소진되고 있다는 점이다. '한전의 사채발행액은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를 넘지 못한다'고 규정한 한국전력공사법(한전법) 제16조에 따라 한전의 사채발행 한도는 지난해 말 기준 91조8000억원에서 △올해 말 29조4000억원 △2023년말 6조4000억원으로 급감할 것으로 보인다. 한전은 부족자금의 90% 이상을 사채로 조달하고 있는데 현 상황을 해결하지 못하면 사채발행 한도 초과로 유동성 위기에 몰릴 수도 있다. 상장 공기업 최초로 채무불이행과 완전자본잠식에 대한 우려까지 나온다. 시가총액 12조원대 상장사인 한전이 자본잠식 위기에 몰릴 경우 주식·채권 등 금융시장에 불어닥칠 충격은 쉽게 가늠하기 어렵다.

한전의 유동성 부족으로 인한 전력설비 투자 위축도 문제다. 한전은 현재 동해안 HVDC(고압직류송전) 설비 구축사업과 노후 송·배전 선로 교체, 신재생에너지의 간헐성 보완을 위한 연계망 구축 등 대규모 설비 투자 과제를 떠안고 있다. 일례로 동해안 HVDC 건설이 지연될 경우 현 전력망 송전한계 초과로 신한울 1·2호기 원전에서 생산한 전력을 수도권으로 공급하지 못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각종 설비공사 발주가 중단되고 대금 지급이 지연되면서 한전의 6500여개 협력사의 경영난 등 전력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윤석열정부가 '복(復) 원전'을 국정과제로 설정한 상황에서 한전을 앞세운 원전 수출 등 동력역시 훼손될 수 있다. 또 정부 정책에 따라 전기요금이 원가 이하로 묶인 것에 대해 ISD(투자자·국가소송제도) 등 국내외 한전 주주들의 소송이 제기될 수도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는 "한전이 전기를 (㎾h당) 250원에 사서 120원에 팔고 있어 판매를 할수록 적자가 커지는 상황"이라며 "한전이 무너지면 전력산업 전체가 위태하고 일자리나 전력 공급 안정성 훼손 문제가 생긴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유럽은 이미 5배에서 7배까지 전기 요금을 올렸고 일본도 연초대비 40~50% 인상했다"며 "최소한 ㎾h당 10원 정도를 올리고 전력 다소비 업종 중 영업이익이 좋은 산업은 부담을 더지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조언했다.

6월 30일 서울시내 다세대주택의 전기 계량기 모습. /사진=뉴스1
6월 30일 서울시내 다세대주택의 전기 계량기 모습. /사진=뉴스1



빚으로 버티는 한전, 회사채 한도 2배 넘겨…채무불이행 우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7.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정승일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정책의원총회에 참석해 물을 마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2022.06.27.

한국전력공사가 올해 약 30조원의 적자를 기록함에 따라 연말까지 회사채 발행잔액이 한도의 2배를 넘어설 전망이다. 이에 따라 내년 한전의 회사채 발행이 막혀 전력거래대금을 제때 못 내는 경우 전력거래가 중지돼 자칫 '전력시장 마비'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또 한전의 회사채가 시장에 쏟아짐에 따라 다른 기업들의 채권 발행을 통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지는 등 채권시장이 교란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29일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실과 채권시장에 따르면 한전은 에너지 가격 상승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11조원에 달했던 당기순손실이 하반기엔 더 확대되고 이에 따라 회사채 발행액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전이 올해와 내년 연간 약 30조원의 적자를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지난해 38조1000억원이었던 누적 회사채 발행액은 올해 약 70조원, 내년 110조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이 경우 한국전력공사법상 규정한 회사채 발행액 한도를 크게 넘어선다는 점이다.

한전법은 회사채 발행액이 자본금과 적립금을 더한 금액의 2배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적립금은 순손실이 발생하는 만큼 줄어들기 때문에 30조원 적자가 예상되는 올해의 경우 회사채 발행 한도가 크게 쪼그라든다.

한전은 회사채 발행 한도가 2021년 91조8000억원에서 올해 29조4000억원, 내년 6조4000억원으로 급격히 축소될 것으로 추정했다. 올해의 경우 누적 회사채 발행액이 약 70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에서 한도를 2배 이상 초과하게 되고, 내년에는 회사채 발행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전기 팔수록 손해…"연간 적자 30조" 빚으로 버티는 한전

한전은 전력거래대금 지급 등에 필요한 부족 자금의 90% 이상을 회사채 발행으로 조달하고 있다. 회사채 발행이 막히면 당장 경영이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전기사업법에 규정된 전력시장운영규칙상 한전이 전력거래대금을 제때 납부하지 못하는 경우 채무불이행으로 간주돼 전력거래가 정지되는 문제가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2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연말 한전의 적자가 30조원을 넘을 우려가 있다"며 "공기업이 30조원의 적자를 갖고 있으면 더 이상 전력구매대금 지급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한전은 국회에 한전법 개정을 통한 회사채 발행 한도의 확대(자본금·적립금 합산 금액의 2배→8배), 한도 초과 단서 조항의 삭제 방안 등을 국회에 건의했다. 구자근 의원은 "해외 에너지 공급가격의 급등으로 한전의 재무상황이 악화되면 사채발행 한도가 축소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며 "한전의 강도 높은 자구노력이 필요하며 사채발행 한도를 조정하는 한전법 개정을 발의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한전의 천문학적 적자에 따른 대규모 회사채 발행이 채권시장의 투자 수요를 흡수하고 금리를 상승시키는 등 채권시장의 왜곡을 가져온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신용등급이 낮은 중견·중소기업들이 채권을 통해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전이 발행하는 전력채의 평균 발행금리는 지난해 2.11%에서 지난 8월 3.5%로 급등했다. 이 때문에 국내 회사채 시장에선 CJ프레시웨이, NS홈쇼핑 등 우량기업들이 3%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음에도 모집액을 달성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궁극적으로는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한전의 '전기를 팔수록 손해보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전에 따르면 한전이 발전사로부터 전기를 구매할 때 적용하는 전력도매가격(SMP)이 지난해 ㎾h당 평균 94원, 전기 판매단가는 108원이었다. 그러나 올해 상반기 SMP는 169원으로 뛰고 전기 판매단가는 110원에 머물며 1㎾h 당 59원의 적자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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