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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 시절부터 15년째 母병수발…"숨 돌릴 곳조차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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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지현 기자
  • 기성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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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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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사각지대 놓인 영 케어러①

[편집자주] 혼자서 몸이 아픈 아버지를 돌보다 지쳐 사망에 이르게 한 '대구 청년간병인 비극'은 세간에 큰 충격을 줬다. 동시에 그간 사각지대에 있던 '영 케어러(가족돌봄청소년·청년)' 문제가 부각되는 계기가 됐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뒤늦게 실태조사에 나섰지만 학업과 돌봄을 병행해야 하는 이들에겐 당장 손에 잡히는 지원이 절실하다. 영 케어러가 마주한 현실을 들여다보면서 우리 사회가 함께 풀어야 할 과제도 짚어봤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혼자 무거운 짐을 평생 짊어져야 한다는 생각에 숨이 막히고 짓눌리는 느낌이었습니다."

서울 서대문구에서 조현병을 앓고 있는 어머니를 돌보며 살고 있는 노모씨(25)는 15년이 넘는 지난 시간을 이렇게 회상했다. 노씨는 "홀로 어머니를 돌봐야 했지만 도망칠 곳은 없었다"며 "하지만 누구에도 이 상황을 말할 수 없었고, 말하더라도 진정으로 이해받을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입을 뗐다. 때론 어머니의 병환이 인생의 약점이 될 것이란 생각에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다. 그는 "어머니의 병을 지켜보는 것조차 힘든데 숨 돌릴 곳조차 없었다"고도 털어놨다.

노씨와 같이 늙고 병든 부모나 조부모를 홀로 부양하는 청소년이나 청년을 '영 케어러(Young carer)'라 부른다. 지난해 대구의 20대 청년이 홀로 뇌출혈로 쓰러진 아버지를 돌보다 돌봄을 포기해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 알려지면서 주목받았다.

노씨가 어머니와 둘이 남겨지게 된 건 초등학교 입학 전 부모님이 이혼을 하면서다. 노씨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어머니가 조현병 진단을 받았고, 신체적으로도 질환이 생겨 제 도움이 많이 필요해지셨다"며 "물론 어머니가 저를 양육하긴 하셨지만, 정서적인 측면에서는 이미 어릴 때부터 영케어러로 남겨졌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중·고등학교부터 대학교 저학년이던 시절엔 어머니의 병세가 호전되며 사정이 조금 나아지기도 했다. 희망도 보였다. 하지만 코로나19(COVID-19)가 시작될 무렵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됐고, 의심과 망상 증세까지 나타났다. 노씨는 학업과 동시에 어머니를 돌보고 집안일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 생계급여와 의료급여가 나왔지만 주 수입원이 없다보니 경제적 어려움에 내몰렸다. 학교에서 근로일을 하고 장학금을 받으며 생활을 이어갔다.

그는 "대학 수업을 듣는 것 같은 정기적인 활동도 어려웠고, 취업 준비에 집중하기도 어려웠다"며 "힘들 땐 가족에게 기대기 마련인데 그럴 곳이 없었다"고 한숨을 쉬었다. 복지 제도 등에 대해 잘 모르니 주변에 도움을 구하는 것도 어려웠다.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청년들이 있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막막함의 연속이었다.

다행히 지난해 서대문구가 '영 케어러 발굴 및 지원사업'을 시작하며 도움받을 곳이 생겼다. 지원금을 받아 청소기 등을 구매했고, 반찬 지원도 받고 있다. 노씨는 "무엇보다 '영 케어러'라는 용어로 내 어려움을 규정하니 해결해 나갈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이제 막 지원사업이 시작된 만큼 아쉬움도 남는다. 노씨는 "금전 지원만으로는 삶의 구조적인 면이 바뀌진 않는다"며 "제 경우엔 어머니의 병을 제대로 치료할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청년들의 삶이 가족을 돌보는 데에만 침식되지 않도록 거주 지원이나 환자 상담 등 가족과 거리를 둘 수 있도록 하는 지원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영 케어러가) 새롭게 발굴된 집단인 만큼 구체적인 실태 파악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영 케어러는 학업과 취업, 결혼 등 인생의 중요한 시기가 맞물린 만큼 생애주기 한가운데서 좌절하는 이들이 없도록 해야 한다"며 "경제적 지원을 포함해 가족을 돌보느라 생긴 학업·경험 공백을 채울 수 있는 지원책들이 국가나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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