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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중소기업 공공조달 제도 개선 관련 간담회.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지난달 21일 서울 여의도 중앙회 본회에서 열린 좌담회에선 마스 제도 개선을 둘러싸고 열띤 토론이 오갔다. 참석자들은 1시 30분간 가량 진행된 좌담회에서 △국내 공공조달 시장과 정책에 대한 평가 △마스 제도설명과 평가 △중소기업 적정단가 미보장 원인과 문제점 △제도개선 사항 등을 두고 심도 깊은 논의를 진행했다. 미국 등 해외와 국내 현황비교를 통한 발전 방향도 다뤄졌다.
마스 제도개선을 통해 현행 예산절감 중심에서 적정가격과 품질을 보장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다. 15년 넘게 마스 제도가 운영됐지만 중소기업 체력은 나아지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었다. 민간시장(민수)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공공조달(관수)을 뒷받침 한다는 본래 취지와 달리 행정편의에 맞춘 제도개선과 중소기업 간 경쟁만 가중시켰다는 평가다.
특히 추가 단가 인하를 강제한 '2단계 경쟁' 기준과 가격하한율을 상향을 두고 집중적인 토론이 벌어졌다.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공급금액이 1억원이 넘을 경우 다시 선별해 단가를 최대 10% 인하해 공급하는 2단계 경쟁을 운영하고 있다. 일반 제품은 5000만원 이상이면 2단계 경쟁 적용대상이며, 가격 하한선도 없어 출혈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소기업계는 마스 2단계 경쟁 금액기준을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의 경우 2억원 까지 확대하고 하한율로 5%로 낮춰 줄 것을 요구했다. 일반 제품 기준도 1억원으로 늘리고, 하한선을 90%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종·품목과 무관한 마스 2단계 경쟁을 차등 적용해 줄 것을 촉구했다. 다만 2단계 경쟁 기준을 늘리는 데 있어선 한계가 있을 것이란 문제 제기도 있었다.
물가상승에 맞춰 원가계산방법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품목이 수 백개 이상되는 가구·도로교통시설물 등은 원가 계산에 드는 행정비용과 인력 등이 드는 만큼 현실에 맞춘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업종.품목별 특성을 감안한 MAS 계약기간 현행 3년에서 1~2년 등으로 탄력적으로 운영하고 과도한 부정당 과잉제재도 완화돼야 한다는 논의도 있었다.
좌담회 참석자는 △김동우 한국콘크리트공업협동조합연합회 회장(이하 김 회장) △조진형 중소기업중앙회 협동조합본부장(이하 조 본부장) △김재현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이하 김 실장) △표한형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이하 표 위원)이며 지영호 머니투데이 차장(이하 지 차장) 사회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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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실장:공공조달 정책 목표는 명확하게 중소기업 지원 육성이고 정부의 영향력이 큰 시장이다. 정부가 가격 결정에 독점적인 지위를 갖고 있는 시장이고, 수요자가 파워를 갖고 있어서 민간 시장보다 가격이 내려갈 수밖에 없다. 하한율을 두고 있지만 과다 경쟁으로 업체들은 하한율에 맞춰 가격을 써 낼 수밖에 없다. 기술적으로 해결하면 좋지만 정부 입장에선 예산과 직결되는 부분이기 때문에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
-조 본부장:중소기업들은 거대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판로지원정책을 수행하고 있는 공공조달 시장에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 문제는 과도한 경쟁을 유발시키는 부분이다. '최저가입찰'은 사라졌지만 실제로 낙찰자를 결정하는 데 비용문제를 따질 수 밖에 없다. 결국은 약간의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마스 등록비만 해도 현금은 수백만원이 드는데 단가를 낮춰야 한다.
▶지 차장:마스 품목이 56만개, 업체 수는 대략 1만 개 정도 되고 거래금액이 15조원이 넘는 대표적인 공공조달 제도다. 사실상 쿠팡 등 오픈마켓 형태로 중소기업 간 출혈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현장의 목소리는 어떤가.
-조 본부장: 중소기업들은 마스 관련 가장 큰 애로로 '적정단가 보장의 어려움'을 지적한다. 마스가 선진입 후경쟁의 특징을 가진만큼 중소기업의 공공조달 시장참여를 쉽게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역으로 진입장벽이 낮아진만큼 업체간 과당경쟁이 유발되고 경우에 따라 제로이윤에 가까운 계약이 이뤄지기도 한다.
-김 회장:마스를 중소기업 육성 정책으로 한다고 하지만 가격 경쟁만 유발하는 제도로 변질이 되고 있다. 2단계 경쟁절차를 보자. 원가가 100원면 90원 정도로 낮춰서 시작한다. 그런데 마스 2단계에서 10%를 또 깎는다. 중소기업은 편법을 쓰는 수 밖에 없다. 콘크리트 연합회 회원사가 500곳 정도 되는데 40년 동안 공공조달로 성장했다고 볼 수 있는 곳은 1~2%도 안될거다.
-김 실장:한국은 미국의 마스제도를 벤치마킹해 도입됐는데 수요기관 담당자의 재량권은 차이가 있다. 미국은 오히려 비싼 물건을 사도 이제 수요 기관 담당자의 재량이 재량껏 이걸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도입 기간도 짧고 유착관계 등을 우려해 감사부담도 있는 재량권이 비교적 적다.
-표 위원:마스 2단계 금액 기준 상향과 업종별 차이를 둘 필요성이 있다는 데 동의를 한다. 하지만 어떤 기준으로 상향이 이뤄져야하는지에 대해서는 정부와 업계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보다 심도 깊은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지 차장:중소기업이 민간시장에만 치중하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가?
-조 본부장: 공공시장에서 기초체력을 키운 기업이 더 성장해서 민간과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공공조달 정책의 근본적인 목적이지만, 지금같이 코로나 장기화로 민간시장의 수요가 축소되고 대중소기업간 갑을관계가 명확한 국내 여건에서 쫒겨나듯 민간시장으로 진출한 중소기업의 생존가능성은 희박할 수밖에 없다.
-김 회장:콘크리트 벽돌업계도 고민을 했던 부분지만 쉽지 않다. 업종마다 다르겠지만 건축자재는 공공조달 규모가 크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와 학교 등 관급공사가 많다. 결제문제도 있다. 조달청 같은 경우 오전에 청구하면 오후에 대급이 지급된다. 이걸 벗어나기 어렵다. 특히 민간시장에선 갑을 관계가 더 심각하고 자금 유동성도 오히려 떨어진다.
-표 위원:크게 보면 기업과 정부 입장차이가 있다. 하지만 재정정책과 산업정책, 그리고 기업정책의 접점이 바로 공공조달이라는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빈다. 정부에서는 공공조달을 통한 예산절감, 선도산업 발굴 등도 해야하지만 중소기업을 보호하고 육성하는 것도 공공조달이 반드시 해야하는 중요한 역할과 가능이다.
▶지 차장:개선 방안이 어떤게 있나.
-조 본부장:마스 2단계 기준금액과 하한율을 올려야 한다. 현재 1억원, 90%로 되어있는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은 2억원, 95%까지 올리고 일반제품은 기존 5000만원에서 1억원까지 상향하고 하한율도 90%로 새로 만들어야 한다. 최근 원자재가격이 급격하게 올랐는데 단가조정 역시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 원가를 확인만 하는데도 3개월 이상 서류를 왔다 갔다 해야하는 건 문제가 있다. 전체적으로 품목을 다 올리는 게 어려우면 품목별 차등을 줘서라도 해줬으면 한다.
-김 실장:우선순위를 정해야 하는데 시급한 게 물가를 반영해서 단가를 조정하는 것이고, 관련 자동화 시스템도 만들어야 한다. 최근 1년 사이에 물가가 많이 올랐는데 전혀 반영이 되지 않고 있다. 단가 데이터를 구축하고 자동화 시키면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어렵지 않다. 계약 때마다 정하는건 어려울 수 있어서 자동화가 필요하다.
-김 회장: 장기간의 코로나 펜데믹과 연이은 고물가, 고금리로 중소기업은 벼랑 끝에 몰려있다. 예산절감도 좋지만 중소기업에게 적정한 단가보장이 이뤄져야 기술개발도 하고 중견기업 대기업으로도 성장할 수 있다. 마스 2단계 기준상향을 통해 공공조달시장에서 중소기업들이 땀흘린 만큼 정당한 대가가 이뤄지기를 희망한다.
▶지 차장:마스 제도 이외에 다른 애로사항도 있나.
-조 본부장:반드시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 과도한 부정당제재다. 부정당제재 사유만 22개에 달한다. 담합으로 문제가 되는 것이나 실무적으로 숫자 0하나 잘못 입력하나 똑같이 제재를 받는 다는 거다. 특히 입찰 제한을 받으면 전체 공공기관 전부 다 못한다. 경중을 가려줬으면 좋겠고 아니면 과징금 등을 활용할 수도 있다고 본다.
▶지 차장:지적해주신 걸 종합하면 행정 편의주의에서 오는 문제로 보인다. 민원과 격무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의 입장도 고려해야 한다. 공정하고 효율적인 공공조달 제도가 자리잡을 수 있도록 힘쓰겠다.
◆다수공급자계약(마스) 용어설명
-공공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소요되는 물품을 구매함에 있어 기관의 다양한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도입한 제도. 품질·성능·효율 등에서 동등하거나 유사한 종류의 물품을 공공기관이 선택할 수 있도록 3인 이상을 계약 상대자로 선정. 경영상태와 납품실적 등 적격성 평가를 실시한 후 일정한 기준에 적합한 자를 대상으로 가격협상을 통해 계약 체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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