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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 窓]사라지는 영화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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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대근 한국외대 인제니움칼리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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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06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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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근 교수
임대근 교수
부산국제영화제가 개막했다. 올해로 27번째다. 세계의 영화를 한데 모아 부산이라는 지역에서 상영하는,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영화제다. 열흘간 71개국에서 찾아온 242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3년 만에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간 '완전한 정상 개최'라니 더욱 반갑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정상화'됐지만 씁쓸한 소식도 들려온다. 적잖은 영화제가 줄줄이 사라지고 있다. 강릉국제영화제는 2019년 김동호 조직위원장이 지휘를 맡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자리잡았다. 그러나 강릉시가 지난 7월 관련 예산을 출산장려정책을 위해 쓰겠다며 영화제 지원 중단을 발표했다.

평창국제평화영화제는 2018년 열린 평창동계올림픽의 평화정신을 이어받아 시작됐다. 지난 6월 평화를 염원하는 네 번째 영화제를 열었지만 강원도가 더이상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내년 개최가 어려워졌다.

울산시는 지난해 시작한 울산국제영화제를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충청북도는 충북무예액션영화제에 예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통보했다. 지난여름 영화제 폐지 소식이 연쇄 괴담처럼 떠돌았다. 신생, 소규모 영화제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최근엔 26년 전통을 이어온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부천시의회에서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영화제는 영화를 소재로 한 축제다. 축제는 인간의 삶과 문화를 만드는데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설날과 추석처럼 대대로 이어온 명절은 축제의 대표 사례다. 근대 이후 축제는 산업화와 더불어 다양한 형식으로 탈바꿈했다. 나비, 산천어, 토마토 같은 소재를 한껏 모아놓고 즐기는 일이 곧 축제다.

축제는 비일상적이지만 주기적으로 열려야 한다. 인간은 축제를 통과의례 삼아 휴식하고 성장한다. 인간은 누구나 일상에선 맛볼 수 없는 축제의 에너지를 체험하면서 거듭난다. 날마다 축제처럼 살 수는 없지만 축제가 없는 삶은 월화수목금금금처럼 숨 막힌다. 그러므로 영화제를 폐지하거나 예산지원을 중단하겠다는 지자체는 시민의 휴식과 성장의 에너지를 일방적으로 박탈하는 셈이다.

영화제 예산으로 출산장려나 청년예술인을 지원하겠다는 발상은 더욱 위험하다. 이는 마치 영화제와 저출생, 영화제와 청년예술인 문제가 상호 대립하는 의제인 듯 상황을 호도한다. 영화제 때문에 인구문제가 악화하고 청년예술인이 위기에 빠진 게 아니다. 오히려 영화제는 심각한 인구절벽을 드러내고 청년예술인의 삶을 환기하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경제효과를 내세우면서 영화제를 필요 없는 듯 몰아세우는 논리에도 당당히 맞서야 한다. 넓게 보면 영화제는 다양한 경제효과를 창출한다. 영화제가 열리는 도시는 소비지출, 배우나 감독 같은 유명인의 방문을 통한 홍보 등 느슨한 경제효과를 얻는다. 그러나 영화제를 경제로만 보는 논리를 따르면 거꾸로 경제효과가 미미한 영화제는 없어져도 된다는 주장 또한 가능하다.

영화제는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문화다. 세계 곳곳에서 도착한 영화가 지역의 도시공간에서 글로벌과 로컬이 만나는 글로컬 문화를 창조한다. 우리는 낯선 바닷가 극장에 앉아 같은 시대를 사는 먼 나라 이웃의 삶을 보면서 웃고 울고 아파하고 감동하고 분노한다. 상업영화관에서 볼 수 없는 영화를 즐기면서 동시대 인간과 지구를 끌어안을 수 있는 공감의 근육을 키워간다. 이것이야말로 영화제의 가장 중요한 기능이다.

영화통계학자 스티븐 팔로스에 따르면 미국에선 해마다 2000개 넘는 영화제가 열린다. 영화진흥위원회 데이터베이스에 등록된 한국의 영화제는 243개다. 그마저도 많은 수가 사라지고 말았다. 없던 영화제도 만들어야 할 판이다. 인구비율을 감안해도 그렇다. 자치단체장의 소속 정당이 바뀌었다고 이제 싹을 틔우려는 영화제를 없애 시민의 행복을 앗아가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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