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축구교실, 용산 아이파크몰서 새출발?…"조건 검토중"

차범근 차붐 이사장(전 국가대표 축구 감독)과 차두리 전 축구선수가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한강공원에서 열린 '차범근 축구교실 굿바이 페스티벌'에서 코치진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34년 만에 운영을 종료한 '차범근 축구교실'이 용산아이파크몰 풋살장으로 옮겨 다시 문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13일 용산아이파크몰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에 "몰 풋살장의 임차인이자 운영사인 '진인'과 차범근 축구교실이 두 번 정도 긍정적인 미팅을 했다"며 "서로 계약 조건 등을 논의하며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용산아이파크몰 9층과 10층에는 '아디다스 더베이스'라는 풋살장이 있다. 구장은 실내 1곳과 실외 7곳으로 이뤄져 있다. 차범근축구교실 측은 구장 일부를 할당받아 사용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주중에는 구장 3곳, 주말에는 구장 2곳을 전용 공간으로 사용하는 식이다.

이 과정에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역할을 한 걸로 전해졌다. 차범근 축구교실이 이촌 축구장을 떠나게 됐다는 소식에 아이파크몰 풋살장 임대 협상을 지원한 것이다. 용산아이파크몰은 정몽규 회장이 운영하는 HDC현대산업개발 (17,790원 ▲120 +0.68%) 등 HDC (8,660원 ▲80 +0.93%) 그룹의 본사 건물이기도 하다.

다만 몰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라"며 "아이파크몰이 (풋살장 계약에) 관여하고 있는 부분은 현재 없다"고 덧붙였다. 용산아이파크몰과 진인은 임대인과 임차인 관계로 풋살장 시설에 대한 권리와 계약 주체는 모두 진인 측에 있다는 설명이다.


'진인' 관계자는 "서로 상호 검토 중인 단계이고 조율하고 있다"고 말했다.

용산아이파크몰 9층~10층에 있는 풋살장 '아디다스 더베이스/사진=풋살장 운영사 및 임차인 '진인' 홈페이지 캡처

앞서 차범근 축구교실은 지난 9일 한강공원의 서울 이촌 축구장에서 진행한 마지막 수업을 끝으로 34년 만에 운영을 종료했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이촌 축구장의 사용 권한을 잃고 문을 닫게 됐다. 축구교실 측은 3년마다 공개 입찰을 통해 서울시 한강사업본부로부터 축구장 사용 허가를 받는 형태로 축구교실을 운영했다. 매번 감정평가의 3배가 넘는 금액으로 입찰에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입찰 과정에서 경쟁자가 없었다. 그러나 올해는 상황이 달랐다. 한 법인이 공개 입찰 과정에서 차범근 축구교실의 응찰가인 2억5300만원보다 5000만원가량 높은 3억50원을 써냈다. 결국 이 법인은 이촌축구장의 사용권을 확보했고, 차범근 축구교실은 사용권을 잃었다.

축구교실 측은 1400여 명에 달하는 회원이 축구를 배울 공간을 당장 구하긴 어렵다고 판단해 운영을 중단했다. 수업 중단 소식을 전달받은 학부모들은 안타까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지난 1988년 설립된 국내 첫 유소년 전문 축구 양성기관이다. 차범근 축구교실은 저렴한 회비와 우수한 코치진으로 유명해 신규로 입회하려면 1년 이상을 기다려야 할 만큼 아이들과 학부모에게 높은 인기를 얻었다.

차범근 축구교실이 수업을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사진=차범근 축구교실 인스타그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