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 너 밖에 없다" 7⅔이닝 111구 투혼, 박수받아 마땅하다

KT 김민수./사진=뉴스1

KT 불펜 투수 김민수(30)가 투혼의 역투를 펼쳤다. 사령탑은 '미안하다. 너 밖에 없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KT는 13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2 신한은행 SOL KBO 와일드카드 결정전 KIA 타이거즈와의 1차전에서 6-2로 승리했다.

이로써 KT는 준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했다. 오는 16일 정규시즌 3위 키움 히어로즈와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대망의 1차전을 치른다.

KT 선발 소형준은 5⅓이닝 5안타 1볼넷 5탈삼진 2실점(1자책)으로 포스트시즌 2승째를 수확하며 가을의 사나이임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타선에서는 배정대가 쐐기 3타점 2루타를 포함해 2안타 3타점으로 데일리 MVP에 선정됐다. 알포드, 심우준도 멀티히트를 기록하며 힘을 보탰다.

무엇보다 빼놓을 수 없는 선수가 있다. 바로 불펜 투수 김민수다.


김민수가 마운드에 올라올 땐 KT에겐 이날 가장 큰 위기의 순간이었다. KT가3-2로 앞선 6회초 선발투수 소형준이 1사 후 최형우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아 동점 위기에 몰렸다.

여기서 이강철 KT 감독은 과감하게 칼을 빼들었다. 마운드에 올라 잠시 소형준과 대화를 하더니 이내 공을 받아들었다. 소형준을 내리고 김민수를 조기에 투입했다.

올시즌 김민수의 성적은 76경기에서 5승 4패 30홀드 3세이브, 평균자책점 1.90로 좋았다.30홀드는 홀드 부문 2위에 해당한다. 이강철 감독이 누구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필승 카드다. 그러다보니 시즌 막판 호출되는 일이 잦았다. 최근 사흘간 그는 거의 혹사에 가까운 투구를 펼쳤다.

8일 KIA전 1⅔이닝 34구, 10일 NC전 1⅔이닝 23구, 11일 LG전 2⅔이닝 31구를 던졌다. 사흘간 6이닝 88개의 공을 던지는 역투를 펼쳤다.

이날도 김민수는 등판했다. 단 하루를 쉬었을 뿐이지만, 이 감독은 주저 없이 김민수를 호출했다. 그만큼 신뢰가 컸다. 이 감독의 기대대로 김민수는 첫 타자 김선빈을 유격수 땅볼로 잡아낸 뒤 다음타자 황대인까지 유격수 플라이로 처리했다.

7회초에도 마운드에 올랐다. 1사 후 박찬호와 류지혁에게 안타와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침착히 이창진과 나성범을 연달아 우익수 플라이와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특히 나성범을 삼진으로 잡은 후에는 크게 포효했다. 이렇게 그의 가을야구 첫 등판은 아름답게 마무리 됐다.

경기 후 김민수를 만났다. 그런데 갑자기 이강철 감독이 등장했다. 방송 인터뷰를 위해 나서는 길이었다. 이 감독은 김민수를 향해 "미안하다. 너 밖에 없다"는 말로 고마움을 전했다.

이후 이강철 감독은 공식 인터뷰에서도 거듭 김민수를 칭찬했다. 이 감독은 "내보내면서도 미안했다. 갈수록 좋아지는거 같아서 앞으로 연투를 시킬까 싶다(웃음). 나갈수록 구위와 매커니즘이 계속 좋아진다. 큰 경기에서 멘탈적으로도 강해진 거 같다. 미안한데 지금 제일 믿고 쓸 수있는 카드가 민수고, 그 카드가 성공하고 있는 것 같다"고 굳은 믿음을 보였다.

김민수는 "감독님이 그런 말씀을 해주실 때면 선수들한테는 자극제가 되고, 자존심도 올라간다. 엄청 감사하고 좋다"고 웃어보였다.

그러면서 이 감독의 '너 밖에 없다'는 말에 "이보다 최고의 찬사가 있을 수 있을까"라며 화답했다.

김민수는 "(장)성우 형 미트만 보고 던졌다. 제스처를 평소보다 크게 해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 호흡도 더 잘 맞으면서 나성범 선배를 삼진으로 잡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힘들지 않냐는 질문에 "지난해 가을야구에 나서지 못해 아쉬웠다. 올해는 포스트시즌 무대에 꼭 나가고 싶어 비시즌에 열심히 준비했다. 결과까지 좋아 행복하다"고 환하게 웃어보였다.

KT 김민수가 포효하고 있다./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