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계 AWS 꿈꾼다…현대카드의 남다른 데이터 전략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사진제공=현대카드

'금융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 중인 현대카드가 남다른 데이터 전략을 펼치고 있다. 타사들이 데이터를 모으는 데 집중하는 것과 달리 현대카드는 데이터 분석 기술을 고도화해 이를 인프라화하고 있다. 현대카드만의 특색 있는 데이터 전략을 앞세워 새로운 먹거리를 창출하겠다는 생각이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최근 PLCC(상업자표시신용카드) 파트너사들과 모인 '도메인 갤럭시 카운슬' 행사에서 "현대카드는 데이터의 양을 더 늘리는 데 집중하기 보다 지금까지 축적한 데이터 분석 기술을 기반으로 이를 어떻게 인프라화 할 것인지를 연구하는데 모든 에너지를 쏟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는 최대한 많은 데이터를 확보하려는데 사활을 걸고 있는 다른 카드사들의 데이터 전략과 다소 차이가 있다. 현대카드는 동종 업권이든 타 업권이든 각 회사가 보유한 핵심 데이터는 제공하지 않으려 한다는 점에 착안해 각 기업이 보유한 데이터를 잘 운영하고, 유용하게 쓸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하기로 했다.

'도메인 갤럭시'(Domain Galaxy)는 현대카드의 이러한 데이터 전략의 대표적 사례다. 정 부회장이 이름 붙인 도메인 갤럭시는 PLCC 협력사들이 데이터 마케팅 플랫폼을 통해 공동 마케팅을 추진하는 게 골자다. 여기서 각 PLCC사들을 이어주는 '다리' 역할인 데이터 마케팅 플랫폼을 현대카드가 하는 셈이다. 현대카드는 플랫폼 역할만 할 뿐 각사의 고객정보가 공유되지 않도록 데이터를 모두 분산시켜 관리한다.

실제 2020년 도메인 갤럭시 출범 이후 현대카드 PLCC 파트너사들은 1000건 이상의 협업 마케팅 활동을 진행했다. 예컨대 대형 할인점을 방문하는 고객 대부분이 차량을 이용한다는 코스트코, 이마트의 고객 데이터를 활용해 쏘카, 기아, GS칼텍스 등 자동차와 관련 있는 파트너사 간 공동 마케팅 활동으로 이어준 것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유통, 자동차, 항공, 온라인쇼핑몰 등 각 업계에서 최고로 인정받는 회사들이 도메인 갤럭시를 통해 서로의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마케팅 활동을 진행하다 보니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새로운 기법과 정교한 마케팅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현대카드는 각 분야 챔피언 기업들이 협업을 펼칠 수 있는 장터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새로운 수익모델 개척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 본업의 개념을 바꿔버린 '아마존'처럼 현대카드도 단순 카드사가 아닌 금융 테크 기업으로 변모한다는 계획이다. 온라인 쇼핑 업체였던 아마존은 회사 내부의 유휴 IT(정보통신) 자원을 활용해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AWS(아마존웹서비스)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했다. 현재 AWS는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 충성도 높은 고객을 새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이종 업계를 연결해주는 것뿐 아니라 스스로 플레이어가 돼 정교화된 마케팅을 펼칠 수도 있어서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고도화된 데이터 마케팅 플랫폼 성장과 함께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볼 수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성격의 기업으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