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막힌 2금융권도 '몸 사리기'…저신용자 대출 옥죈다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가 열리면서 저축은행과 카드사, 캐피탈사 등 제2금융권 회사들이 자금조달에 애를 먹고 있다. 말라가는 '돈줄'에 2금융권 회사들은 신규 영업을 중단하거나 줄이면서 대출 문턱을 점차 높이고 있다. 이들 회사가 대출 영업을 축소하면 저신용자 등 취약차주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19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전날 기준 신한·삼성·KB국민카드가 발행하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여전채) AA+ 3년물 금리는 연 5.754%를 기록했다. 지난해 9월만 해도 연 1% 후반대에 머물던 여전채 금리는 올해 들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지난 3월 연 3%, 지난 6월 연 4%를 뚫더니 지난달 들어 연 5%대로 올라섰다. 여전채 AA+ 3년물 금리가 5%를 웃돈 건 2010년 7월 이후 약 12년 만에 최고치다.


카드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낮은 캐피탈사들이 찍어내는 여전채 금리 상승세는 더 가파르다. A0 등급 여전채 금리는 전날 연 6.717%에 달했다. 지난해 말만 해도 연 3.146%였던 것을 감안하면 올해 들어서만 2배 이상 뛴 것이다.

자금조달에 비상등이 켜진 여전사들은 변동금리부채권(FRN)과 기업어음(CP) 발행 등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FRN은 금리가 고정된 일반채권과 달리 금리가 변동하고, CP는 만기가 짧아 자금 운용에 제약이 따른다.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말 '레고랜드 사태' 이후 채권시장은 더욱 꽁꽁 얼어붙고 있다.
저축은행의 자금조달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저축은행은 대부분 자금을 고객 예·적금으로 조달한다. 그러나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에 더해 정부의 강화된 예대금리차 관리까지 받게 된 시중은행들이 예금금리를 가파르게 올렸다. 자금 이탈을 막기 위해 저축은행도 수신금리를 올리고 있지만 속내는 불편하다. 지난해 법정 최고금리가 20%로 인하돼 수신금리 상승폭만큼 대출금리를 높일 수 없어서다. 이런 상황에서 예금금리만 올리면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고, 장기적으로는 재무 건전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하자 2금융사들은 최근 영업전략을 '성장'보다는 '생존'으로 전환하는 분위기다. 우선 무리한 대출 영업을 자제하고 있다. 상호금융인 신협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연말까지 신규 아파트 집단대출을 중단하기로 했다. 빌린 돈도 갚고 있다. 지난달 1일부터 이날까지 여전채 상환액은 7조9660억원으로 발행액(4조2957억원)의 두 배 가량 규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 여전사 관계자는 "조달 시장 경색이 계속되면 일부 중소형 캐피탈사에서 유동성 리스크가 터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며 "유동성 리스크가 현실화하면 다른 회사와 업권으로 전이될 우려가 큰 만큼 리스크 관리에 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제2금융권의 영업 축소가 저신용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제2금융권이 영업 전략을 보수적으로만 가져가면 상대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고객 위주로 대출 영업을 펼칠 수밖에 없다. 실제 우려는 현실화하는 중이다.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지난 8월 기준 신규 개인신용대출 3억원 이상 취급 저축은행 중 신용점수 600점 이하 차주에 대출을 내주지 않은 저축은행은 11곳으로 집계됐다. 지난 3월 4곳에서 7곳 늘었다.

2금융권에선 금융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금융당국은 현재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가동을 준비 중이다. 다만, 코로나19(COVID-19) 초기 운영했던 채안펀드의 경우 A+ 등급 이상 여전채만 매입해 중소형 캐피탈사들은 도움을 받지 못했다. 한 2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나서서 장기차입에 대한 지급보증 등을 통해 자금난이 조금이라도 해결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