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크라 점령지에 '계엄령' 대체 왜…美 "절박한 전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강제 병합지 4개 지역에 계엄령을 선포했다. 국내에선 전쟁 지원 강화 조치를 내렸다. 우크라이나군의 거센 반격 속에 점령지에 대한 총력 방어 체제를 갖추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우크라이나는 점령지 주민들의 저항을 진압하기 위한 시도라고 비난했고, 미국은 점령지 통제를 위한 푸틴 대통령의 절박한 전술이라고 지적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AFPBBNews=뉴스1

푸틴, 점령지에 방어 체계 강화…국내 여론 통제 의도도19일(현지시간) 로이터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온라인으로 국가안보회의를 열어 지난달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4개 지역(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에 계엄령을 내린다고 밝혔다. 계엄령은 20일부터 발효된다. 러시아 법에 따르면 계엄령이 선포된 지역에서 정부는 이동의 자유 등 기본권을 제한하고 군사물자와 인력을 강제 동원할 수 있다.

푸틴 대통령은 또 우크라이나 국경과 인접한 자국 내 8개 지역에 대해 이동제한 명령을 내렸다. 전국 지방정부 수반에겐 핵심 시설 방어와 공공질서 유지, 군사작전 지원을 위한 추가 권한을 부여했다. 우크라이나군의 공세로 러시아가 점령지를 지키는 게 어려워진 가운데, 질서를 유지하는 한편 후방 지원 능력을 끌어올려 방어력을 강화하려는 조처로 풀이된다.

러시아가 예비군 일부 동원령에 이어 사실상 전시체제에 돌입하는 추가 조치를 내놓은 건 그만큼 전황이 불리하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 우크라이나군은 앞서 동부 요충지 리만을 탈환한 데 이어 최근 헤르손에서 약 500㎢에 달하는 영토를 회복하면서 러시아군을 빠르게 몰아내고 있다. 헤르손에서는 주민들의 러시아 본토 이동도 시작됐다.


일각선 푸틴 대통령의 이번 조치가 국내 여론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크렘린궁 연설 비서관이었던 압바스 갈랴모프 정치 컨설턴트는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 "일반적으로 이 모든 건 외부의 적과 투쟁하기보다는 국내에서 고조되는 저항을 막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예비군 부분 동원령에 항의하는 시위자가 러시아 경찰에 끌려가고 있다./AFPBBNews=뉴스1

"러시아, 우크라 영토에 법적 권한 없어…계엄령 무효"우크라이나 침공 후 러시아군이 예상과 달리 고전하는 데다 지난달엔 예비군 30만명에 대한 강제 동원령까지 떨어지면서 전쟁을 바라보는 러시아 국민들의 불안은 점점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미국은 러시아의 계엄령 선포에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19일 백악관에서 "나는 푸틴 대통령이 놀라울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놓여있음을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도구는 우크라이나 시민 개개인을 겁주어 항복하도록 위협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그게 통하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수석부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러시아가 점령지를 통제하기 위해 필사적인 전술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은 누구도 놀랄 일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어 "크렘린궁이 이 지역에 어떤 조치를 하건 크름반도, 도네츠크, 헤르손, 루한스크, 자포리자는 우크라이나의 주권 영토"라며 "러시아는 이 영토에 대해 가진 법적 권리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성명을 내고 "러시아 통제에 반대하는 점령지에서 주민들의 저항을 진압하기 위한 시도"라며 "약탈과 강제 추방을 합법화하려는 러시아의 불법적인 계획은 비난 받아야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푸틴의 명령은 무효다. 이는 우크라이나와 시민, 그리고 국제사회에도 아무런 법적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