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릭터 이코노미'가 온다

카카오프렌즈는 4900만 명이 사용하는 카카오톡의 캐릭터로, 전국민의 캐릭터다. 이들이 굿즈 등 캐릭터 IP(지식재산) 사업으로만 벌어들인 돈은 지난해 기준 1조원이 넘는다. 이것을 '카카오뱅크' '카카오선물하기' 등 130개 계열사들이 브랜딩에 사용해 인지도와 호감도에 도움을 준 것을 돈으로 환산하면 수조원 이상일 것으로 짐작된다. 이 같은 사례는 카카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EBS의 팽수가 9개월 만에 100억의 매출을 올려 이 회사의 효자가 된 이야기는 유명하다. 빙그레가 만든 '빙그레우스 더마시스' 왕자의 활약도 주목할만 하다. 올 초에는 SPC가 포켓몬 캐릭터 붐을 부활시켜 자사의 포켓몬 빵을 4개월 만에 무려 1000만개를 팔아 치웠다.


식품회사들의 뒤를 이어 유통기업들도 캐릭터 전쟁에 뛰어들면서 시장은 점입가경이다. 전통적 홈쇼핑 강자지만 사용자층의 노령화로 젊은 타깃들의 외면을 받았던 롯데홈쇼핑의 '벨리곰'도 대박이 났다. MZ세대 소비자들이 잠실 롯데월드몰에 설치된 15미터 높이의 핑크 곰과 사진을 찍으려고 450만명이 몰렸고 SNS는 이 핑크곰으로 도배됐다. 심지어 경쟁 유통그룹인 현대백화점의 여의도 '더현대'에도 벨리곰 팝업매장이 들어섰다. 신세계도 2017년 개발한 캐릭터 '푸빌라'를 다시 불러들여 NFT(대체불가토큰)를 발행하고 각종 혜택을 부여해 지난 여름 단 1초만에 1만개를 팔아 치웠다. 이를 구매한 사람들의 커뮤니티를 만들고 소유한 사람에게 매달 퍼스트라운지 입장권, 발레파킹, 20% 사은참여권, 식사권등을 포함해 많은 혜택을 주자 최상급 푸빌라NFT는 10만원짜리가 3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그야말로 캐릭터가 만드는 '캐릭터 이코노미' 시대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캐릭터 산업 규모는 2018년 12조원을 넘어섰고 올해는 20조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캐릭터가 콘텐츠 산업에서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는 것을 넘어 브랜드로 확장되는 현상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 우선 디지털 시대 소셜미디어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 자신이 경험한 것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공유하는 SNS시대가 되자 캐릭터는 자신을 대신해 자신을 표현하기 좋은 수단이 됐다. 브랜드들도 소비자들의 트렌드에 맞춰 브랜드의 자기다움을 캐릭터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한다.

최근에는 이들 캐릭터들이 배경 사진이 될 만한 인스타그래머블(인스타그램에 올릴만한)하게 대형화되는 것 또한 같은 선상에서 이해된다. 브랜드 입장에서 캐릭터는 시각화하기 어려운, 브랜드가 목적하고 지향하는 바를 특징적으로 간결하게 응축한 시각물로 다양한 매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기가 쉽다. 한 대상을 의인화한 콘텐츠이기 때문에 다른 콘텐츠보다 공감이 쉽고 커뮤니케이션이 용이하다. 또 인간이 아니기에 과장된 개성과 풍부한 이미지를 만들 수 있어 눈에 띄고 기억에 쉽게 남는다. 아울러 하나의 캐릭터로 다양한 매체와 플랫폼의 특성에 따라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는 OSMU(One Source Multi Use)를 통한 확장성이 좋다.

유년시절 '뽀로로'와 함께 자라고 학창시절 포케몬고 게임을 통해 캐릭터를 접했던 '모바일 네이티브'들이 소셜미디어의 진화와 더불어 경쟁에 지친 피곤한 현실을 잊고 가상의 세계에서 벨리곰에 열광하고, 카카오프렌즈를 통해 소통하고 있다. 자신의 아바타 캐릭터를 통해 소통하는 메타버스의 시대에 '캐릭터 이코노미'가 더욱 무서운 속도로 커질 것을 예상하는 것이 결코 어렵지 않은 이유다.

허태윤 한신대 IT영상콘텐츠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