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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아재의 건강일기] ⑮ 커피와 과일은 후식이 아니다

머니투데이
  • 김고금평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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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0.2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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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육체는 하루하루 배신의 늪을 만든다. 좋아지기는커녕 어디까지 안 좋아지나 벼르는 것 같다. 중년, 그리고 아재. 용어만으로 서글픈데, 몸까지 힘들다. 만성 피로와 무기력, 나쁜 콜레스테롤에 당뇨, 불면증까지 육체의 배신들이 순번대로 찾아왔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건강은 되찾을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와 함께한 지난 2년간의 건강 일기를 매주 토요일마다 연재한다.

식사 후 바로 마시는 커피는 나른한 몸을 깨우는 각성 효과가 있지만, 영양분 흡수를 방해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유튜브 캡처
식사 후 바로 마시는 커피는 나른한 몸을 깨우는 각성 효과가 있지만, 영양분 흡수를 방해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아 주의가 요구된다. /사진=유튜브 캡처
매일 낮 12시30분부터 1시까지 커피숍은 문전성시다. 대략 식사를 마친 이 시간대에 수많은 이들이 줄지어 커피숍에 늘어 서 있는 건 다음 3가지 목적 때문이다. 맵거나 짜거나 느끼한 음식을 먹고 난 후 맛의 중화작용을 위한 일이 첫 번째이고, 식후 졸음을 깨기 위한 필수 코스의 하나로 자리잡은 의식이 두 번째다. 마지막은 식사한 뒤 본능적으로(?) 이어지는 습관(사회적 관계)을 거역할 수 없어서다. 뇌에 각인된 이 습관은 커피가 더 이상 건강의 문제가 아닌 생활의 영역으로 다뤄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필자도 한동안 이 의식과 습관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되레 남들보다 뒤처지지 않도록 좀 더 빨리 커피 한 잔을 획득해야 한다는 강박으로 직장 생활 내내 지냈던 것 같다. 그렇게 커피는 하루로 보면 정해진 포맷을 따르고 있었다. 우선, 기상하자마자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부터 하루의 시작을 알려야 했고, 점심 식사하자마자 바로 커피숍으로 향하는 수순이 숙제처럼 이어졌다. 금연을 하기 전엔 기상 후 담배와 커피는 세상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귀한 맛의 조합이었다.

당뇨와 콜레스테롤, 척추의 문제가 불거지면서 '커피 건강'을 다시 돌아봐야 했다. 커피의 긍정적 효능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커피를 언제 먹느냐에 대한 '타이밍'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내가 지금껏 먹어온 커피의 시간은 적당하고 옳았을까. 최소 하루 2잔 마시는 나의 커피 타임은 완전 엉망이었다. 무엇보다 기상하자마자 먹는 커피는 '각성의 마술사'라는 커피를 본의 아니게 무시하는 셈이다. 기상한 뒤 인간의 몸은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호르몬인 코티솔이 가장 높아진다. 코티솔이 높으면 심장 박동도 빨라지고 이유 없이 초조해지기도 하는데, 이때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의 각성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코티솔 수치가 낮아 무기력해지고 졸려야 커피의 효과가 제대로 살아나는 반비례 법칙을 어긴 꼴이다. 수많은 연구결과에서 이 법칙은 아직 유효하다. 그래서 기상 후 커피를 가장 마시기 좋은 시간은 기상 후 2시간쯤 지나서다.

기상 후 커피를 끊기 어려워서 필자가 선택한 나름의 해결책이 운동이다. 커피를 달리기로 대체하면 운동이 끝난 뒤 가장 먼저 찾는 음료가 물이고, 이어 음식이다. 이 둘을 해결하고 씻고 회사에 가면 거의 2시간을 넘긴다. 그때 커피를 마시면 정말이지, 맛이 색다르다. 기상 후 커피를 무작정 마실 때는 몇 모금 마시고는 커피가 쓰거나 속에 부담이 적지 않았는데, 이렇게 마시니 커피 맛도 살아나고 속도 개운했다.

점심 후 마시는 커피가 별로인 것은 필요한 영양소 흡수를 방해해서다. 커피에 들어있는 탄닌이라는 성분 때문인데, 이는 음식 70~80% 철분 흡수를 방해하고 칼슘이나 마그네슘 같은 영양소를 배출해 골다공증 유발에도 위험 요소가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탄닌이 위에서 철분을 흡수하는 속도보다 철분과 결합하는 속도가 300배나 빨라 흡수하기 전 재빨리 철분을 가로채 몸 밖으로 배출하기 때문이다. 일부 연구결과에서는 칼슘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밝혀졌지만, 마그네슘 결핍에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식후 커피는 역류성 식도염의 유발 가능성도 적지 않다.

커피 타이밍을 나름 요약하면 이렇다. 아침 7시에 기상한다면 오전 9시 이후 마시고, 점심 식사를 마쳤다면 바로 마시기보다 최소 30분에서 1시간 이후 마시는 게 좋다. 만약 식후 바로 커피가 걱정된다면 커피의 탄닌을 중화시키는 소금을 넣어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은 과일도 언제 섭취하는 지에 따라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몸에 좋은 성분이 많은 과일도 언제 섭취하는 지에 따라 그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 /사진=유튜브 캡처

커피처럼 식후에 먹어야 할 것 같은 대표적 음식이 과일이다. 노화 예방과 항암 효과에 탁월한 파이토케미컬(phytochemical·식물성 화학물질)인 과일은 괜찮을까? 과일은 엄밀히 말하면 후식이 아니라 전식이어야 한다. 특히 조금만 먹어도 살이 급격히 찌는 50대 이후 중년에겐 혈당과 혈압, 콜레스테롤 관리를 위해 더욱 그렇다.

무지갯빛 과일의 접촉은 '득'이지만, 식후 섭취는 '독'이다. 여러 실험 결과에서 대체적으로 보여주듯 공복 혈당이 100인 사람이 식후 2시간 뒤 과일을 섭취하면 140대 정도로 혈당이 완만하게 오르지만, 식후 바로 과일을 섭취하면 190대로 급격히 오른다. 과일을 식전에 먹으면 식후보다 훨씬 더 낮아진 혈당을 발견할 수 있다. 당뇨 환자는 특히 이 타이밍을 익히고 따라야 한다.

식사를 하면 혈당이 오르는데, 여기에 과일까지 들어가 과당이 올라가니 혈당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과일이 식사 후 위에 내려가면 '교통 체증'이 발생한다. 과일은 소화하는 데 에너지가 필요 없어 소화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포도당으로 전환된다. 그런데 먼저 내려간 밥과 고기 등에 가로막혀 위에서 정체가 시작되면 과일은 기다리다 지쳐 소장으로 가지 못한 채 발효가 일찍 시작된다. 과일은 또 커피처럼 탄닌을 보유하고 있어 칼슘과 결합하면 흡수를 방해하고 소화를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과일을 먹는 최적의 타임은 위가 깨끗이 비어있을 때다. 그러다보니, 식전(또는 식사와 식사 사이)이 가장 좋은 타이밍이 됐다. 전통적인 식사법으로 보면 커피와 과일은 후식에 자리해야 안정적이고 든든한 식단 차림처럼 여겨진다. 커피나 과일을 밥 먹기 전에 먼저 먹으면 마치 허기를 못 참는 아이의 안달난 행동처럼 취급당할 것 같고 식사 예의에도 크게 벗어난 듯한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사진=유튜브 캡처
/사진=유튜브 캡처

하지만 뇌에 깊이 박힌 굳은 습관을 이제 자유롭게 놓아줄 때가 됐다. 커피와 과일은 후식보다 전식이라는 개념에, 속이 꽉 차 있는 상태가 아닌 많이 비어있는 상태에서 비로소 내 입을 열어줄 수 있다는 사실에 더 가까이 다가갈 필요가 있다. 하루 이틀 그렇게 안 한다고 몸이 크게 나빠지진 않을 것이다. 그래도 후식에 대한 생각을 바꿔 꾸준히 노력하면 커피와 과일이 가진 최고의 효과를 에누리 없이 고스란히 누릴 수 있을지 모른다.

기상하면 커피부터 타던 습관은 이제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언제 그랬냐는 듯 필자의 습관은 기상 후 2시간이 넘어서야 드립커피를 처음 맛보는 것으로 굳어졌다. 그렇게 마시는 커피는 맛도 건강도 모두 잡은 느낌이다. 과일은 골고루 먹되 양을 최대한 적게 담아 식사 전 또는 식사와 함께 섭취한다. 지난 6개월간 커피로 인한 혈관 문제나 과일로 인한 혈당 문제는 그 역의 섭취 방식과 비교했을 때 거의 드러나지 않을 만큼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후식 순서만 바꿨을 뿐인데, 몸은 이미 달라질 준비를 갖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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