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구현모 '연임' 성공할까…이사회 심사 '출발', 성적표는 '합격'

머니투데이

김승한 기자

구현모 KT 대표.

구현모 KT (33,300원 ▼350 -1.04%) 대표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KT 이사회가 차기 CEO(최고경영자) 선임 작업에 착수한다. 다가오는 이사회에서 구 대표의 연임 심사 여부를 결정하고, 곧바로 심사에 착수할 전망이다. KT 내부에선 경영실적을 고려할 때 구 대표의 연임에 큰 저항이 없는 분위기다. 다만 현재 진행중인 사법 리스크가 일부 걸림돌로 꼽힌다.

8일 업계에 따르면 KT는 오는 9일 이사회를 열고 차기 CEO 인선에 돌입한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가 구 대표의 연임 심사를 개시할 지 여부를 결정하고, 대표이사후보심사위원회(이하 후보심사위)를 구성하는 절차가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KT 내부에서는 이사회가 구 대표의 연임 심사 개시를 결정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이후 후보심사위가 구 대표의 연임이 적절한지 판단하는 심사에 착수한다. 심사 결과를 두고 이사회가 최종적으로 구 대표의 연임을 결정하면 CEO 1인 후보의 확정 절차가 완료되지만, 만약 이사회가 연임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하면 새로운 CEO 후보군 구성과 심사, 선출 절차가 필요하다.

KT 정관에 따르면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 3개월 전에 대표이사 후보가 결정돼야 한다. 늦어도 12월 중순까지 최총 후보가 결정되려면 시기적으로 금주에는 구 대표의 연임 심사 여부가 확정돼야 한다는 게 KT 관계자의 설명이다.

경영 성과는 합격점...기업가치·영업익 모두 40% 이상↑

지금까지의 경영 성적표만 놓고 보면 구 대표의 연임에는 큰 무리가 없다는 게 KT 안팎의 평가다.

구 대표는 취임 후 AI(인공지능)·빅데이터·클라우드 등 ABC 사업을 중심으로 신사업을 육성해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 실제 구 대표의 디지코(디지털 플랫폼 기업) 선언 이후 3년 만에 KT 기업가치는 45% 올랐다. 취임 전 약 6조9000억원 수준이던 시가총액은 4일 종가 기준 9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1일에는 9년 2개월 만에 10조원대를 넘기도 했다.

실적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구 대표 취임 전인 2019년 KT 연간 영업이익은 1조1596억원이었지만, 지난해 1조6718억원으로 44.2%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조857억원으로 상반기 기준 12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구 대표는 취임 후 지주형 회사 전환을 준비하며 미디어 계열사 재편에 공을 들였다. 취임 첫해인 2020년 10월 현대HCN과 4911억원 규모의 지분 인수 투자를 진행했다.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미디어콘텐츠 사업의 밸류체인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당시 2023년까지 1000개의 IP(지식재산), 100개 이상의 드라마 IP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구 대표의 승부수는 미디어 콘텐츠 시장에 노림수로 적중했다. KT는 ENA 채널을 론칭하고 올해 최대 흥행작으로 꼽히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성공을 이끌었다.

내달 1일에는 KT의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 시즌과 티빙의 합병법인이 공식 출범한다. IPTV(인터넷TV)인 '올레tv'도 최근 '지니TV'로 개편했다. 지난 1일에는 스카이라이프TV와 미디어지니의 합병 법인이 출범하기도 했다.

KT 내부에서도 구 대표의 연임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KT 한 관계자는 "구 대표가 연임 의사만 밝히면 수용하려는 분위기"라며 "노조 등도 구 대표의 연임과 관련해 큰 저항은 없다"라고 말했다.

취약한 지배구조·상품권깡 변수는 있어

다만 걸림돌도 있다. 취약한 회사 지배구조가 변수다. KT의 최대 주주는 국민연금(지분율 11.23%)이다. 국민연금은 구 대표의 연임 결정에 큰 영향력을 갖고 있다. 정부 입김이 그대로 반영되는 만큼 구 대표는 연임을 위해 정부에 우호적인 이미지를 심어줘야한다. 실제로 국민연금은 지난 3월 KT 주주총회 때 박종욱 경영부문 사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반대해 무산시킨 바 있다.

일각에선 현재 진행 중인 구 대표의 재판이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거론한다. KT 전현직 임직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국회의원 99명에게 소위 '상품권 깡' 수법으로 불법 후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구 대표도 이와 관련해 약식 기소됐고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KT쪽 변호인은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처벌하는 정치자금법 자체가 위헌이라며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경영성과와 분위기를 따져봤을 때 상품권깡 등이 구 대표의 연임 여부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겠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며 "KT 임단협(임금및단체협약)도 아직 마무리를 짓지 못한 상황인 만큼 아직 변수가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