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결위 뒤집은 "황운하 음모론자"…한동훈 결국 유감 표명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제5차 전체회의에 출석해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한동훈 법무장관이 경찰 출신의 황운하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향해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한 발언을 두고 결국 유감을 표했다.

한 장관은 더불어민주당의 강한 반발로 두차례 파행 끝에 8일 새벽 0시 20분 재개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저의 답변으로 예결위 진행에 차질이 빚어진 데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장관의 음모론자 발언은 전날인 7일 저녁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과의 문답 중 나왔다. 조 의원은 "한 장관이 추진하는 마약과의 전쟁이 이태원 참사의 원인이라는 주장을 교통방송(TBS) 진행자인 김어준씨가 만들고 민주당 의원이 참여해 민주당 전체가 빨려 들어가는 것을 어떻게 보느냐"고 물었다.

한 장관은 "김어준씨나 황 의원 같은 직업적인 음모론자들이 국민적 비극을 이용해 정치 장사를 하는 건 잘못된 것"이라며 "공당이 거기에 가세해선 안 된다"고 답했다.

황 의원이 지난 2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 한 장관이 추진 중인 '마약과의 전쟁'으로 경찰 인력이 부족해 이태원 참사로 이어졌다는 취지로 말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한 장관은 또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있어야 하는데 인과관계가 전혀 없지 않냐"며 "뜬금없이 거기에서 법무장관이 왜 나오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그것(음모론)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에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며 "마약 수사는 반드시 철저하게 해야 하고 많은 국민이 공감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곧바로 반발했다. 윤영덕 민주당 의원은 "민주당을 정치적으로 폄훼하고 모략했다"고, 같은 당 김한규 의원은 "국무위원이 어떻게 국회의원에게 직업적 음모론자라는 말을 하느냐"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이어지자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한 장관이 황 의원에게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했다면 국무위원으로서 품위에 맞지 않는 행동이라고 판단한다"며 "그 부분에 대해 사과해주시길 부탁드린다"고 말했지만 한 장관은 물러서지 않았다.

우원식 예결위원장이 '직업적 음모론자에 황 의원이 포함된 것이냐"고 묻자 한 장관은 "김어준씨와 황 의원 둘다 포함된 것"이라며 "음해를 받은 당사자로서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 위원장은 한 장관의 답변에 "예산을 심의하는 자리에 심의를 받는 국무위원이 국회의원을 향해 '직업적 음모론자'라고 하는데 회의를 진행하겠다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7일 밤 10시 2분쯤 정회를 선포했다.

회의가 약 50분 후 재개된 뒤에도 한 장관이 민주당의 사과를 재차 거절하면서 밤 11시 27분 다시 정회됐다. 전용기 민주당 의원은 "더이상 회의가 진행이 안 되는 것을 지켜볼 수 없다"며 한 장관의 퇴장을 요구했다.

한 장관을 둘러싼 여야 공방이 자정 이후까지 이어지면서 예결위가 8일 새벽 0시 20분 차수를 변경해 개의하면서 한 장관은 결국 유감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