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라고 현장직 발령 받은 오빠…오봉역에서 숨졌습니다"

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 오병역에서 작업 도중 열차에 치여 숨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속 30대 직원의 여동생이 "사무직으로 입사한 오빠가 현장직으로 부당하게 투입된 후 사고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사진=네이트판

작업 도중 열차에 치여 숨진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소속 30대 직원의 여동생이 "사무직으로 입사한 오빠가 현장직으로 부당하게 투입된 후 사고를 당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집으로 가는 차에서 받은 전화 1통…생일 앞둔 오빠가 죽었답니다"8일 네이트판에는 '코레일 오봉역 사망사고 유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앞서 지난 5일 오후 8시37분 경기도 의왕시 오병역 내 양회(시멘트) 선에서 2인1조로 열차 연결·해체 작업을 하던 34세 직원이 화물차량에 치여 숨졌다.

자신을 숨진 직원의 여동생이라고 소개한 작성자 A씨는 사고 당일 생일을 앞둔 오빠에게 해줄 요리 재료를 사서 집으로 들어가는 길에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들었다고 밝혔다.

A씨는 "부모님과 함께 우리 오빠가 좋아하는 귤과 요리 재료를 사들고 신나게 집으로 가는 차 안에서 전화 1통을 받았다"며 "저희 오빠가 조금 다쳤다고 와봐야 할 것 같다는 전화였다. 그 사실 하나로도 부모님은 얼굴이 사색이 돼서 쓰러지셨는데 다시 전화가 오더니 저희 오빠가 열차에 깔려서 죽었다고 하더라"라고 했다.


이어 "차를 몰고 오봉역까지가는 4시간은 죽을 것 같은 순간이었다"며 "평생 종교를 믿지도 않던 제가 손을 간절히 모으고 제발 살아만 있어 달라고 그렇게 빌었는데 오봉역이 아닌 병원 2층 장례식장으로 오라는 얘기에 결국 저희 부모님은 엘레베이터 앞에서 쓰러지셨다"고 했다.

"사무영업직으로 채용된 오빠, 남자란 이유로 현장에 투입"

(서울=뉴스1) 신웅수 기자 = 영등포역 인근에서 무궁화호 열차가 탈선한 가운데 7일 오전 서울 신도림역 지하철 운행이 지연되고 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는 이날 오후 1시 정상화를 목표로 복구 작업에 한창이다.(기사 내용과 무관) 2022.1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A씨는 사무영업직으로 채용된 오빠가 입사 후 곧장 현장직으로 발령을 받고 사고를 당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A씨는 "2018년 코레일에 입사했을 당시 오빠는 사무영업직으로 채용이 됐다"며 "부모님과 저는 오빠의 코레일 입사를 매우 자랑스러워했지만 오빠가 수송 쪽으로 발령을 받아 이상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A씨는 "남자라는 이유로 채용된 직렬과 상관 없이 현장직으로 투입된 부당한 상황이었지만 힘들게 들어간 회사에서 어떤 신입사원이 그런 걸 따질 수가 있겠냐"며 "오빠도 첫 회사이고 첫 사회생활이니 잘해보자는 마음으로 근무를 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던 와중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오빠의 동기 1명이 다리가 절단되는 큰 사고가 발생했다"며 "저와 부모님은 오빠가 그런 위험한 환경에서 일을 하는지 몰랐기 때문에 매우 놀라 당장 나오라고 여러번 얘기를 했다"고 떠올렸다.

A씨는 "같이 입사했던 동기 대다수도 충격을 받아 회사를 그만 두거나 이직을 하거나 다른 역으로 급히 떠났다고 한다"며 "저희 오빠도 많은 고민을 했지만 선배분들이 여기서 조금만 더 있으면 원하는 역으로 갈 수 있다고 회유를 했기 때문에 조금 더 남아 있겠다고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사고 난 현장 본 가족들 오열…이런 곳에서 일했다니"

[서울=뉴시스] 김금보 기자 = 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경부선 하행 영등포역 인근 선로에서 작업자들이 탈선 열차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앞서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영등포소방서에 따르면 6일 오후 8시55분께 용산에서 익산으로 향하던 무궁화호 제1567열차가 영등포역 진입중 궤도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기사 내용과 무관) 2022.11.07.

A씨는 부족한 인력과 열악한 작업 현장이 사고로 이어졌다고도 지적했다.

A씨는 "사고가 난 현장을 그다음 날 가게 됐는데 오빠가 일하던 곳을 본 부모님과 삼촌들은 말을 잇지 못하고 철조망에 매달려 오열했다"며 "울창한 담쟁이덩굴로 뒤덮인 철조망으로 인해 사고가 나도 도망칠 공간이 없었고 CCTV는 당연히 보이지도 설치돼 있지도 않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밤에는 불빛조차 환하지 않아 어렴풋이 보이는 시야 속에서 일을 해야 했고 유일한 소통 수단인 무전기 또한 상태가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A씨는 "그 무거운 열차 수십대가 저희 오빠를 밟고 지나 끝까지 들어갔다고 한다"며 "철로 노선이 이상하다는 걸 감지했을 텐데도 왜 중간에 멈추지도 않고 저희 오빠를 밟고 밟고…"라고 말을 흐렸다.

A씨는 "저 많은 열차 작업을 숙련자도 아닌 입사한 지 얼마 안 된 2명이 했다고 들었다"며 "숙련자들은 하나같이 일이 힘들다고 빠져나가고 어린 신입사원들만 집어넣기 바쁜 이곳에서 우리 오빠는 '너까지 나가면 너무 힘들다'는 윗분들의 말에 마음이 약해져 올해까지만 버티려고 했던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코레일 관계자 "사무영업직에 현장직 포함돼…부당 발령 아니었다"

/사진=코레일

코레일 관계자는 머니투데이와 통화에서 "사무영업직에 현장직도 포함되기 때문에 부당 발령은 아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관계자는 "사무영업직 내에 숨직 직원이 하던 수송 업무도 같이 포함돼 있다"며 "우리 회사에선 역무 업무와 홍보 업무, 수송 업무 모두 사무영업직으로 분류된다"고 했다.

이어 "신입사원을 뽑을 때 현장직을 따로 뽑는 게 아니"라며 "신입사원들에게도 입사할 때 이 점을 모두 설명한다"고 했다.

한편 코레일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내고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한다"고 사과했다. 또 "사고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긴급 안전 조치와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 동종의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