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 콜옵션 후폭풍 진정…배경엔 '금융당국 적극 조치'

흥국생명 /사진=머니투데이 DB

흥국생명이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조기상환)을 이행하면서 요동쳤던 시장이 안정세를 찾고 있다. 흥국생명이 콜옵션 행사를 번복한 배경에는 물 밑에서 움직인 금융당국의 역할이 컸다는 평가다. 적극적인 규정 해석으로 조기상환을 가능하게 했다.


11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흥국생명은 지난 9일 5억달러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조기상환했다. 조기상환 금액은 5571억원으로 외환 스와프 등을 통해 발행 당시 환율이 적용됐다. 흥국생명 내부 자금으로 우선 상환했다.

30년 만기의 신종자본증권은 보통 시장에서 콜옵션 행사일이 도래하는 5년을 실질적 만기로 여겨지고 거래한다. 2017년 11월에 발행한 흥국생명의 신종자본증권도 시장에서는 5년 만기로 여겨지고 거래가 됐으나 흥국생명이 지난 1일 콜옵션 미행사를 선언하면서 시장이 요동쳤다.

지난 1일 68.8bp(1bp=0.01%포인트)였던 한국 CDS(신용부도스와프) 프리미엄은 이틀 만에 74.9bp까지 올랐고, 국내 시중은행의 CDS도 급격히 올랐다. 지난 1일 67.8~70bp였던 4대 은행 CDS는 지난 7일 73.5~77.1bp까지 올랐다. CDS는 대외신인도를 보여주는 척도 중 하나다.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던 CDS는 흥국생명 콜옵션 행사를 결정하면서 다시 잦아드는 모양새다. 지난 8일 한국 CDS는 61.2bp까지 떨어졌고, 주요 은행도 콜옵션 미행사 선언 직전 수준(66.3~69.1bp)로 하락했다. 떨어졌던 국내 금융사의 신종자본증권 가격도 다시 제자리를 찾고 있다.


흥국생명 콜옵션, 금융당국의 조건 완화로 가능흥국생명이 '콜옵션 번복'하고, 시장이 안정을 찾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과감한 조치가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현재 보험업감독규정으로는 흥국생명이 정상적으로 조기상환을 할 수 없지만 과감한 유권해석으로 해법을 제시했다.

보험사는 상환 후 RBC(지급여력)비율이 150%인 경우에만 금감원장의 승인을 받아 조기상환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6월 기준 RBC비율이 157.8%인 흥국생명은 5571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이 빠지면 RBC비율 150%를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경우에는 다양한 조건을 충족해야 조기상환을 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RBC비율 100% 이상을 유지하면서 △상환 전까지 유상증자 등 자본적 성격이 강한 자본조달로 대체가 명확히 입증되고, 상환예정액 이상일 것 △현재 금리조건이 현저히 불리하다고 인정될 것 △대체자금조달이 완료된 후 조기상환할 것 등이다.

흥국생명은 발행하려고 했던 3억달러(41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이 시장에서 외면받으면서 해당 조건을 충족하기 어려워졌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해당 조항이 '유상증자 등'인 만큼 다른 자본조달도 가능하고, 대체자금조달도 상환 후에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적인 유권해석을 해줬다.

우선 급박한 시장의 불부터 꺼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흥국생명이 차환발행을 시도했으나 외부여건상 10%가 넘는 금리에도 실패한 것도 감안됐다. 흥국생명도 콜옵션 미행사 선언 후 보험해약 규모가 급격하게 늘면서 조기상환의 필요성을 느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전날 흥국생명 콜옵션 행사와 관련해 "금융당국이 내부 논의 과정에서 여러 장단점과 선택지를 놓고 논의했다"며 "흥국생명 관련 시장 반응을 대주주나 흥국생명 측에서 뼈저리게 받아들이고, 저희가 함께 호흡해서 정리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