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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 못 쉬고 구토까지"…'압사 위험' 제보, 직접 타봤다[남기자의 체헐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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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2.11.12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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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사 위험하단 제보 받아, 직접 가서 체험해보니…이산화탄소 농도 4200ppm 치솟고, 엄청난 압박에 숨 쉬기 힘들어, 전문가 "어디서나 압사 참사 가능, CCTV 등 활용해 군중 밀도 관리 시스템 만들어야"

[편집자주] 수습기자 때 휠체어를 타고 서울시내를 다녀 봤습니다. 불편한 세상이 처음 펼쳐졌습니다. 직접 체험해 깨닫고 알리는 기획 기사를 써보기로 했습니다. 이름은 '체헐리즘' 입니다. 체험과 저널리즘(journalism)을 합친 말입니다. 사서 고생하는 맘으로 현장 곳곳을 누비겠습니다. 깊숙한 이면을 알리고, 그늘에 따뜻한 관심을 불어넣겠습니다.
전국에서 혼잡도가 가장 높은 지하철로 꼽히는, '김포 골드라인' 경전철. 사진을 간신히 찍었을 정도로, 팔도 움직이기 힘들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전국에서 혼잡도가 가장 높은 지하철로 꼽히는, '김포 골드라인' 경전철. 사진을 간신히 찍었을 정도로, 팔도 움직이기 힘들었다./사진=남형도 기자
"숨 못 쉬고 구토까지"…'압사 위험' 제보, 직접 타봤다[남기자의 체헐리즘]
묵직하고 걸쭉한 밀물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앞에 선 남자의 등이 뒤로 확 밀려왔다. 단지 그 혼자만의 힘이 아녔다. 생(生)을 위해 매일 움직여야만 하는, 그래서 이걸 꼭 타야 한단 이들의 엄청난 압력. 그 중압감에 놀라 뒷걸음질 쳤다. 반걸음도 못 가 뒷사람에게 막혔다. 나도 모르게 까치발을 들었다. 그 상태로 옴짝달싹 못 하고 꽉 끼어 버렸다.

순간 숨이 턱 막혀, 나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이 절박한 목구멍에서 튀어나왔다.

"우왓."

여기서 그런 소릴 낸 건 김포 골드라인을 처음 타 본 나뿐이었다. 주변 승객들은 가방을 앞으로 멘 채 말없이 핸드폰만 보고 있었다. 더 괴로운 이는 있었다. 덩치가 큰 남성들 사이에 낀 여성 승객 표정은 고통스레 일그러졌다. 그는 몸을 이리저리 빼어보려 했다. 소용없었다. 얼굴 빼곤 온몸이 밀착돼 있고, 공간이 단 몇 cm도 안 나오는 이 밀집된 공간에서는.



또 다른 '참사'는 없었으면 해서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희생자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6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역 1번출구 이태원 참사 현장 인근 희생자 추모공간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사진=뉴시스
10월 29일, 이태원에서 압사 참사가 일어났던 핼러윈의 밤. 4m 폭의 좁은 길에 인파가 몰려 꼼짝 못 하고 156명이 사망했단 소식이 들렸을 때. 그로부터 며칠 동안 질문 하나가 머릿속을 꽉 메웠었다. 다하지 못한 내 역할에 대한, 나를 향한 괴로운 물음이었다.

'재작년에도, 작년에도 이태원에 몰린 핼러윈 인파 사진을 봤었다. 왜 그걸 보고도 위험하다고 미리 알리지 못했을까.'

차마 생각지 못했다. 압사 참사는 해외 종교 행사에서나 있는 줄로만 알았다. 서울 번화가에서 벌어질 줄은 몰랐다. 참사 다음 날, 회사에서 주말 근무를 하며 혹시나 이태원에 간 후배들이 없는지 연락을 돌렸다. 그리 가까이에 있는 거였다. 너무 많은 사람이 숨졌다. 이미 늦었다.

지금도 마찬가지일 거라 여겼다. 크게 떠들 수 있으면 막을 수 있을 참사들이, 주변에 또 있을 거라고. 압사 위험이 있는 곳을 독자들에게 알려달라 했다. 많은 이들 답변이 왔다. 하나씩 살펴보기로 했다. 어떤 위험이 있을지 직접 경험해보기로 했다. 다음번에는 꼭, 하나라도 막겠단 마음으로.



오르내리는 이가 뒤엉키던,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계단


1호선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러 가는, 퇴근길 가산디지털단지역의 사람들./사진=남형도 기자
1호선에서 7호선으로 갈아타러 가는, 퇴근길 가산디지털단지역의 사람들./사진=남형도 기자
8일 저녁 6시, 서울 지하철 가산디지털단지역. 퇴근 시간이 되자 역에 몰려든 인파가 순식간에 확 늘었다.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승강장은, 고작 2분이면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 사람으로 꽉 찼다. 대기 줄이 꽉 차서 양옆으로 이어지고, 그 좁은 사이를 비집고 또 사람이 들어오는 밀집도 높은 광경이었다.

6시 16분쯤, 석남행 열차가 승강장에 멈췄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내렸다. 이들을 따라 계단으로 향했다. 지하철을 타러 내려오는 인파도 엄청났다. 집에 가려는 이들의 발걸음도 빨랐다. 인파를 따라 부단히 오르는 동안, 반대 방향의 두 인파가 좁은 계단에서 뒤섞였다. '누가 하나라도 발을 헛디딘다면', 그런 생각을 하니 몹시 두려워졌다.
승강장에서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 올라가는 인파와 내려가는 사람들이 맞물려, 발을 헛디뎠다가는 큰 참사로 이어지기 쉬워 보였다./사진=남형도 기자
승강장에서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 올라가는 인파와 내려가는 사람들이 맞물려, 발을 헛디뎠다가는 큰 참사로 이어지기 쉬워 보였다./사진=남형도 기자
'핸드폰을 하며 걷는' 사람도 많았다. 그래서 더 불안했다.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 데도, 앞을 보지 않고 고개를 숙인 채 오르내리는 이들이 상당히 많았다. 혹여나 앞 사람 속도를 예측하지 못하고 다음 걸음을 내딛는 다면, 그래서 겹겹이 쌓여 압사 참사가 일어난다면, 압사 참사가 생길 수 있다.
승강장에서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 올라가는 인파와 내려가는 사람들이 맞물려, 발을 헛디뎠다가는 큰 참사로 이어지기 쉬워 보였다. 핸드폰을 하며 내려오는 이들이 더러 보여, 더 불안했다./사진=남형도 기자
승강장에서 출구로 올라가는 계단. 올라가는 인파와 내려가는 사람들이 맞물려, 발을 헛디뎠다가는 큰 참사로 이어지기 쉬워 보였다. 핸드폰을 하며 내려오는 이들이 더러 보여, 더 불안했다./사진=남형도 기자
※ 사고 날 법한 두려운 조건들 : 좁은 계단 통로. 반대로 움직이는 많은 인파. 스마트폰을 보며 내려오는 사람. 조급함 또는 불안을 유발하는 상황(화재 등 재난, 지하철을 꼭 타겠다고 뛰는 사람 등).

※ 실제 사례 : 2020년 2월, 케냐 초등학교. 하교 시간 학생들이 좁은 계단으로 한꺼번에 몰리며 14명 사망.
2021년 4월, 이스라엘. 축제서 이동 중 계단에서 수십 명 넘어지며 대규모 압사 사고. 45명 사망.



9호선 급행 지옥철…'압사 대처 자세' 순식간에 무너져


출근길, 지하철 9호선 '지옥철' 내부 광경. 그냥 눈을 감고 빨리 시간이 흐르길 기다릴 정도로 괴로운 혼잡도다./사진=남형도 기자
출근길, 지하철 9호선 '지옥철' 내부 광경. 그냥 눈을 감고 빨리 시간이 흐르길 기다릴 정도로 괴로운 혼잡도다./사진=남형도 기자
9일 오전 7시 30분, 서울 지하철 9호선 가양역. 혼잡한 시간이 되자, 출근하려는 사람들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일반행과 급행열차를 함께 타는 승강장이었다. 급행은 7분마다 도착이었다. 지난해 서울 지하철 혼잡도 1위(9호선 노량진~동작, 185%)였던 악명 높은 지옥철. 이 구간을 포함해서, 가양역에서 고속터미널역까지 급행을 타 보기로 했다.

가방을 앞으로 메고 줄을 서서 기다렸다. 잠시 뒤, 반대편 일반행 열차에서 급행으로 갈아타려는 승객들이 우르르 쏟아졌다. 순식간에 승강장이 가득 찼다. 주위를 보니 앞에도, 옆에도, 뒤에도 빠짐없이 사람이었다. 나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신발 끈을 다시 꽉 매었다.

지하철에 올랐다. 안쪽은 이미 다 차서, 출입문 근처 통로에 섰다. 염창역에 들어서는 순간, 엄청난 줄이 들어서 있는 게 차창으로 보였다. 무서운 기분에 인터넷에서 봤던, '압사 대처 자세(양팔을 들어 팔꿈치를 들고, 가슴 앞쪽 공간을 만드는)'를 재빠르게 했다. 출입문이 열렸다. '제발 그만 타세요'란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올 정도로 사람들이 많이 탔다. '압사 대처 자세' 같은 건 불과 1~2초 만에 무너졌다.
옴짝달싹 할 수 없는 9호선 급행 지하철./사진=남형도 기자
옴짝달싹 할 수 없는 9호선 급행 지하철./사진=남형도 기자
당산→여의도→노량진→동작, 급행역을 지날 때마다 사람들이 탔다. 안에 자리가 없는데 또 타고, 또 타고, 또 탑승했다. 밀리고, 밀리고, 또 밀렸다. 넘어지지 않으려 무언가를 잡았더니, 앞 사람 등이 내 가슴에 바로 붙었다. 숨이 크게 쉬어지지 않아 더 답답했다. 근처에 있던 여성 승객은 호흡이 답답한지, 마스크를 코 밑으로 내렸다. 내부 공기를 측정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3900ppm을 넘어섰다. 그 상태에서 아무 동작도 할 수 없었다. 심지어 팔도 들어 올리기 힘들었다. 옆 사람이 숨 쉬는 미세한 움직임까지 느껴질 정도로 밀착돼 있었다.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며 간다. 앞 승객과의 밀착된 정도가 이렇다./사진=남형도 기자
엄청난 압박에 시달리며 간다. 앞 승객과의 밀착된 정도가 이렇다./사진=남형도 기자
가장 아찔했던 건, 그 상태에서 지하철 속도 변화로 휘청일 때였다. 좌우로 흔들릴 때마다, 인파의 엄청난 압력이 온몸에 고스란히 가해졌다. 어디선가 읽은, 인파 압력이 몇 톤이라고 했던 글이 떠올랐다. 숨이 콱 막혔다. 한 덩어리가 된 인파가 좁은 지하철 안에서, 생각보다 좌우로 크게 흔들렸다. 혹시나 넘어지면 큰 참사로 이어질 거라 짐작됐다.

※ 사고 날 법한 두려운 조건들 : 혼잡도 엄청난 급행 지하철 안. 급정거·급출발 또는 속도 변화 심해 집단으로 넘어지는 상황. 상대적으로 몸이 작은 여성 및 노약자 취약.



'혼잡도 241%' 2행짜리 김포 골드라인…맥박수 120까지 뛰어


출근길 김포 골드라인 지하철 내부./사진=남형도 기자
출근길 김포 골드라인 지하철 내부./사진=남형도 기자
그리고 모든 도시철도 중 혼잡도가 가장 높다는(지난해 기준 241%), '악명' 높은 김포 골드라인을 타봤다. 오전 7시에 김포 골드라인 장기역에 도착했다. 승강장이 다른 지하철 라인에 비해 월등히 좁은 게 눈에 띄었다. 2량짜리 열차라서다. 쉽게 말하면, 지하철에 탑승하는 출입문이 총 4개뿐이다(1-1, 1-2, 2-1, 2-2).

오전 7시 10분 정도부터는 김포공항역으로 가려는 사람들이 승강장에 몰려들었다. 열차가 2~3분에 한 대씩 왔다. 꽤 자주 온다고 느껴졌으나, 워낙 작은 열차라 금세 또 사람이 차고 비워지고가 반복됐다.

오전 7시 31분에 장기역에서 열차를 탔다. 장기→운양→걸포북변→사우→풍무→고촌→김포공항, 이렇게 여섯 정거장을 가야 했다. 갈 길이 먼데, 이미 승객이 체감상 95% 정도는 꽉 차 있었다. 앞, 뒤, 옆 사람과의 거리가 30cm 안팎이었다. 사우역에 도착할 때쯤엔 다른 승객들과 온몸이 붙어버렸다. 숨이 답답해져 왔다.
출근길 김포 골드라인 지하철 내부./사진=남형도 기자
출근길 김포 골드라인 지하철 내부./사진=남형도 기자
힘든 건 풍무역이 절정이었다. 가장 많은 승객이 밀려 들어왔다. 도저히 안쪽으로 들어갈 곳이 없음에도, 어떻게든 밀고 또 밀어 탑승했다. 나도 모르게 까치발을 들어 간신히 숨 쉴 공간을 확보했으나, 그러느라 자세가 무너졌다. 그 상태로 옆과 뒤에서 완전히 압착 돼 미는 탓에, 팔과 허리가 사정없이 욱신거렸다. 고개를 조금만 뻗으면, 앞사람 뒤통수에 닿을 정도의 거리였다.
김포 골드라인 지하철 혼잡도가 최고조일 때 측정한 공기질./사진=다이슨 공기질 측정앱(추후 다른 기사로 계속)
김포 골드라인 지하철 혼잡도가 최고조일 때 측정한 공기질./사진=다이슨 공기질 측정앱(추후 다른 기사로 계속)
풍무역부터 김포공항까지 가는 동안엔, 9호선보다 숨을 쉬는 게 더 힘들었다. 평소 70 전후였던 맥박수가, 110~120까지 뛰었다. 공기 질을 측정해보니, 이산화탄소 농도가 4208ppm까지 치솟았다. 공동주택과 다중이용시설 실내 이산화탄소 농도의 권고 기준(1000ppm)보다 4배 이상 높은 수치였다. 고농도로 갈수록 졸음, 구토, 두통을 유발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온몸이 압박되니 숨이 답답했다. 김포공항역에 도착한 뒤에도 숨이 크게 쉬어지지 않았다.
김포 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 내려 걸어가는 사람들. 이곳 역시, 다들 걸어가는 데다 혼잡도가 높아 위험해보였다./사진=남형도 기자
김포 골드라인 김포공항역에 내려 걸어가는 사람들. 이곳 역시, 다들 걸어가는 데다 혼잡도가 높아 위험해보였다./사진=남형도 기자
※ 사고 날 법한 두려운 조건들 : 2량짜리 협소한 경전철. 그에 비해 너무 많은 승객수. 순간적으로 승객들이 미는 엄청난 압력. 출근 시간대 9호선에 비해 고령자들도 꽤 많이 이용한단 점.

※ 실제 사례
숨쉬기가 힘들어 목적지까지 가지 못하고 중간에 하차해 구토한 적이 있습니다.(자경 님)
출근길 2호선, 신림~강남 구간에서 미주신경성 실신으로 쓰러진 적이 있어요.(예지 님)
가슴이 눌려 역 안에서 30분 동안 쉰 적도 있습니다. 사흘간 근육통, 호흡곤란, 어지러움으로 고생했습니다. 대중교통에 대한 공포로 지하철만 타면 전신경련이 일어났어요.(한주 님)



어디서든 '압사 사고' 가능…"자동으로 사람 모이지 않게 통제해야"


퇴근길, 서울 한 시내 만원버스. 압사 사고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퇴근길, 서울 한 시내 만원버스. 압사 사고는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사진=남형도 기자
"무섭지요,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요."

취재하며 만났던 이들은 대부분 그리 덤덤히 말했다. 이젠 안다고 했다. 출퇴근길의 수많은 인파가 그저 '고단함'이 아니란 걸. 그들에겐 '압사'란 공포가 심어졌다. 너무 허망하게 세상을 등질 수 있단 걸 알았다. 그래도 살기 위해 인파 속으로 또 뛰어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다시 발걸음을 서둘러 옮겼다. 여의도로, 강남으로, 광화문으로, 각자의 일터로, 살기 위해 공부하는 곳으로.

선택할 수 없는 압사의 두려움. 사람이 몰리는 곳에 안전요원이 있었으나, 그 정도 통제로는 어림없어 보였다. 무너지는 순간 또 속절없이 사라질 삶들. 그러니 어쩌면 오늘도 우연히 살아남은 거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지 않기 위해, 어떻게든 참사 반복을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동원해야 한단 것도.
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국화 한 송이를 놓고 있다./사진=뉴시스
1일 오후 광주 서구 치평동 광주시청에 마련된 이태원 참사 희생자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국화 한 송이를 놓고 있다./사진=뉴시스
전문가 조언도 그랬다. 제진주 서울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겸임교수"이태원 참사 원인이 좁은 골목길이라 하는데, 반대 입장"이라고 했다. 그의 설명은 이랬다. "성지 메카는 평지였는데도 2700~2800명이 깔려 숨졌습니다. 좁은 길이라서 생기는 게 아니라, 어떤 장소에서든 압사 사고가 가능합니다."

병목 현상(갑자기 좁아지며 일어나는 정체 현상)이 있고, 군중이 너무 많이 몰려 움직일 수 없을 때, 항상 생길 수 있단 얘기다. 지하철 환승 공간, 경기장, 콘서트장 모두 마찬가지란다. 그런 전제로 예방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제 교수는 "군중이 일정 밀도(1제곱미터당 8명 이상 위험) 이상 모이지 못하게 통제하고, 한 방향으로 가게 해 정체가 안 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거기서 좀 더 과학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했다. 제 교수는 "예컨대, CCTV로 봐서 군중 밀도를 측정하고, 위험시 자동으로 차단기를 내린다던지, 그런 자동 관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지하철 승강장에서 기다리며, 무언가를 공부하던 학생의 모습. 반드시 지켜줘야 할 귀한 삶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지하철 승강장에서 기다리며, 무언가를 공부하던 학생의 모습. 반드시 지켜줘야 할 귀한 삶이다./사진=남형도 기자
에필로그(epilogue).

남편 옷에 머리카락이 붙었다며 떼어주던 아내. 교육학 프린트를 보며 공부하던 준비생. 엄마 이제 집에 간다며 통화하던 직장인. 여자친구 힘들세라 대신 몸으로 버텨주던 남자친구. 아빠에게 힘들지 않냐고 물어봐 주던 아들. 가방 문이 열렸다고 놀리면서도 닫아주던 남학생. 반찬통 같은 걸 품에 꼭 안고 꾸벅꾸벅 졸던 할머니. 퇴근길에 멍을 때리다가도 업무 전화에 마지막 기운을 내던, 어느 젊은 직장인.

멀리서 보면 인파이지만, 가까이서 겪어보니 누구 하나 빠짐없이 '사람'이었다.

그러니 압사 위험이 있다고 제보받았지만, 아직 가지 못한 현장들까지 끝으로 적는다. 두 번 다시 같은 참사가 생기지 않도록, 절박하고 또 절박하게 막아주길 바라며.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사진=남형도 기자
가산디지털단지역에서 이동하는 사람들./사진=남형도 기자
[서울 지하철, 버스 출·퇴근길, 압사 위험 구간]
2호선 사당에서 강남, 역삼, 삼성 방향.
4호선 수유~충무로 라인.
경의중앙선 일산, 남양주~서울 구간.
1호선 서울 가는 급행 열차.
1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역, 승강장 이미 꽉 차 있는데, 에스컬레이터로 사람들 계속 올라와 위험.
5호선 여의도역, 특히 5번 출구.
7호선 도봉산~태릉입구~가산디지털단지 구간.
동대문역사문화공원 2호선-4호선 환승 계단.
우이신설 경전철, 신설동행.
금요일 저녁 6시, 강남역, 카드 찍는 출입구부터 사람이 꽉 차, 계단에도 서 있어.
퇴근 시간, 5618번 버스
강남, 광화문가는 경기도 광역 버스.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2022 서울세계불꽃축제’ 관람을 마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뉴스1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2022 서울세계불꽃축제’ 관람을 마친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사진=뉴스1
[그밖에 제보 받은 압사 위험 장소]
스탠딩 콘서트 현장.
주말, 익선동 한옥 거리(좁고 사람 많음).
주말, 에버랜드 퍼레이드.
주말, 강남 등 사람 많은 클럽.
금요일 저녁, 홍대입구역 9번 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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