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지주 이사회에 "회장 선임, 재임기간 불법 고려해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14일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을 만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대표(CEO) 선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 회장 후보군을 추릴 때 후보의 재임기간에 발생한 불법행태 등을 꼼꼼히 따져달라고도 주문했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KB·신한·우리·하나·NH농협·BNK·DGB·JB금융 등 8개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과 간담회를 진행했다. 유능한 경영자 선임과 잇단 금융권 사고로 인한 내부통제에 대한 이사회의 역할 등이 간담회의 주요 논의 내용이었다.


특히 이 원장은 금융지주 이사회 의장들에게 CEO 선임 시 재임 기간 불법적인 행태 등을 했는지 합리적이고 꼼꼼히 따져 달라고 주문했다. 이 원장은 "지주회장과 CEO 임명에 대해 당국은 구체적 개입을 할 생각이 없다. 이사회가 통제 할 문제"라며 "이사회 절차의 투명성, 합리성과 함께 후임자 물색 과정에서 국민 눈높이에 맞는 기준이 필요하다는 말씀을 (이사회 의장들에게) 드렸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당국은 통제의 기준을 잘 마련하고 이를 잘 이행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분이 (금융기관)지휘봉을 잡고 해당 기관을 운용하는 것이 좋다"며 "그러나 그에 미치지 못하는 분이 운용한다고 판단되면 감독권한을 타이트하게(빡빡하게)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전 우리은행장)에 대해 우회해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손 회장은 지난 9일 금융위로부터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의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문책경고' 상당의 중징계 결정을 받았다. 우리은행이 라임펀드의 부실을 알고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된 설명없이 판매해 자본시장법상 '부당권유' 금지 조항을 어겼고, 이에 대해 당시 우리은행장이던 손 회장의 책임도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원장은 지난 10일에도 "본점에서 구체적인 문제점에 대한 인식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의로 벌어진 심각한 소비자 권익 손상 사건"이라고 우리은행 라임펀드 사태의 본질을 정의했었다. 우리은행의 라임펀드 부당권유가 일선 창구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뜻으로 시장은 받아들였다.

한편, 국내 금융지주 중 올해 말과내년 초에 회장 임기가 끝나는 곳들이 적지 않다. 우선 NH농협금융이과 BNK금융지주가 이날 차기 회장 선임 등을 위한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시작했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도 내년 3월 임기가 종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