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는 허가 못해" 영국은 왜 대한항공 합병 유예했나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계류장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영국 경쟁당국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의 합병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양사의 합병이 경쟁을 심각하게 제한한다며 별다른 조치가 없다면 심층 조사에 나설 방침이다.

14일(현지시간) 영국 시장경쟁청(CMA)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을 유예하는 결정을 내렸다. CMA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한국과 영국 런던을 직항으로 운항하는 유이한 항공사로, 합병시 소비자들의 항공권 가격이 상승하거나 서비스질 하락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합병 후에도 한국-영국 노선에서 점유율 50%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CMA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코로나19 전만 해도 영국항공이 직항 노선을 제공했지만 2020년 운항을 종료하면서 이제 양사를 제외하면 환승 노선만 남았다는 설명이다.

CMA는 "루프트한자·핀에어·에어프랑스-KLM·에티하드항공·에미레이트항공 등이 서울-런던 노선에 (직항이 아닌) 환승노선을 제공하지만 합병사의 독점을 제한할 정도의 영향력을 행사하지는 못한다"며 "대체 공급사가 충분하지 못하다"고 밝혔다.

CMA는 같은 이유로 양사의 합병시 화물 시장도 독점이 우려된다고 결론 내렸다. 양사는 영국~한국간 항공화물 시장에서 선두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인데, 3위 항공사가 아시아나항공의 절반 크기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CMA는 오는 21일까지 시정 조치안을 내라고 대한항공에 통보했다. 영국 경쟁당국은 1차 조사를 통해 양사의 합병이 영국 항공시장 내 경쟁을 유의미하게 감소시키는지 그 여부를 점검하고 문제가 없다면 심사를 그대로 종료한다.

경쟁을 감소시킨다고 판단할 경우 2차 조사에 착수하는데 재조사·합병 세부 내용 조정 등의 절차를 걸쳐 최종 결정을 내린다. 대한항공의 경우 1차 조사에서 경쟁 침해 우려가 제기된 상황으로, 시정 조치안이 우려를 불식시키지 못하면 오는 28일부터 2차 조사를 받게 된다.

CMA가 2차 조사에 착수하더라도 합병 승인을 받을 기회는 남아 있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CMA 발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 심사의 중간 결과 발표로, 최종 결정은 아니"라며 "영국 경쟁당국과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으며 심사 과정 또한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시정조치 관련 협의를 진행 중으로 빠른 시일 내에 시정조치를 확정해 제출할 예정"이라며 "심사를 조속히 종결할 수 있도록 향후 심사 과정에도 성실히 임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은 모든 경쟁당국으로부터 승인받아야 최종 성사된다. 현재까지 총 14개국 중 9개국에서 허가를 받았으며, 남은 곳은 영국·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5개국이다.